숲속의 아침 맞이
<숲속의아침맞이>

지난달부터우리동네와부근에사는동기생몇이모여한달에한번씩조찬회를갖기로했다.

거창한사람들도아니요다만젊었을때훈련도같이받고전,후방으로월남으로모두가일선

에서살다퇴직해서요즈음백수로사는사람들이무슨조찬회이냐고힐난할사람들도있겠

지만지난연말에동기생모임에서만나그렇게하기로하였다.

이나이에모임,회식,식사라도같이하자고하기는항상망서려지기때문이다.그것은저녁

에모이면삼겹살에소주로때우기일수이어서본의아니게과음을하게되고그후유증도만

만치않고,점심에만나면또그냥갈수없다며한잔걸치니대낮에벌건얼굴로활보하는

추태를보일까염려스러우니아예아침에만나기로한것이다.

몇명되지않지만같은구(區)에사는사람들이니모두가편리한양재역부근에서만나입맛

대로음식을시켜먹자고했다,그러면서살아가는이야기나자식이야기,집안걱정,친구들

의소식들이주류를이루고있지만언제나ㄱ르렇지는않고그러한화제말미에는대개시국에

관한이야기로매듭을짖고다음자리로이동하고는한다

오늘도예외는아니었다.한달만에만나는것이니지극히반가운것은아닐지라도설날도

지난터라덕담으로부터시작한모임이어서지난밤에마신술로숙취가남아있는사람은

해장국으로,그렇지않은사람들은곰탕이나갈비탕등을들면서약속대로술은한방울도마

시지않고신변잡기,옛날의무용담으로부터시작하여지금도제법출세하고있는사람들

의이름이화제에오르기도하고몇몇은시국,이를테면대북관계나,대미/대중공관계또는

여,야의문제도있었지만오늘은유독세종시의문제가핵심이었다가결국은모든게결론이

있을리도없는것이고그렇게떠들다뜬금없이어떤친구가

한마디툭던지면그것으로마무리되었다.

그"툭던지는말"이란

"야떠들어봤자다.우리같이주/조역도아닌무지랭이들이씹고떠들어보았자스트레스다.

9988할려면이제자리를뜨고가까운공원이나산책하고헤어지자"라는것이다

오늘도그소리들으면서모두자리를차고일어나부근의양재시민의숲을찾았다.

거리는벌써출근하는사람들로붐비고젊은직장인들은환승(換乘)하기에바쁘다.

우리는그들의곁을스처걸으며숲속을찾아들었다

숲에는산책객들도가끔보일뿐이고아직채사라지지않은연한안개에묻혀있어한충잔잔한

기류가몸을감싸고있었다.몇명않되는우리들은앞서거니뒷서거니하면서안개의숲을거닐며

남은이야기를나누기도하면서심호흡을하고있었다

같은구에살면서도이곳을처음오는녀석은은근히이부근에사는녀석들에게눈짓을주기도하고

그러면눈짓을받은녀석은"야너는?하며흘깃거리기도하면서..

하기는사람사는곳이어디가좋고어디가나뿐곳이있겠는가?이부근에사는나도어디이리로오

고싶어서왔는가?어찌어찌다니다보니이곳에연고가생겼고그러다보니정이든게아니드냐?또한

이곳이라고해도몇십년전에는황량한황무지나다름없었는데그때부터살아온한친구녀석이무

슨재주가있은것도아닌데….(이녀석은월남에서돌아와이곳에채소밭하나사놓고돌아다니다온

녀석이다)그렇게살다보니이곳에서아이들키우고시집/장가보내고살고있어정이들대로들었고

그래서고향이된곳인데.모두가살면정이들게마련이고고향이되게마련아닌가?

이런저런생각을하면서또는이런저런말을나누는동안햇살은서서히주위를감싸기시작한다

가까운데서부터차츰차츰안개가걷히더니제법멀리까지도시야가트이고제법빽빽하게들어선

나무사이로햇볕도스물스물들어서기시작하는가보다.

모두들그런생각들을떠올리는가운데숲을한바퀴를돌아어느덧우리는숲속에있는벤치에앉아

다음에만날날을약속하고있었다.

숲속에서맞는아침은이렇게도란도란하는이야기가있어좋았다.누구하나핏대를올리는사람도없고

어느누가조금열을내어말을하면빙그레웃으면서말려주는친구가있어좋고,더우기나좋은것은

이렇게조용하고진지하리만치잔잔함속에서하는말들에는진솔함이있어좋았다.

이렇게조찬의모임을끝낼즈음에한친구가말한다.

우리처럼나라도시끌벅적하다조용히제자리를찾았으면좋겠다한다.

또한친구는말한다.

세상돌아가는것이어디제맘대로이더냐?오늘처럼떠들다헤어저서조금후에되돌아보면그

자리는안개와같이사라지고없을텐데우리들이라도작은일을큰일처럼,큰일을아무것도아닌

것처럼너스레도떨지말고가볍게보지말자…

또한친구가결론처럼이야기한다

야물러설사람은물러서고나아갈사람은나서면되는것을모르는게안타깝지만우리가어쩌냐?

그저생각하는대로살고,지금부터라도뉘우침없이살아야하는거지..

막히고딱딱한말들은괜한스트레스만주니그만하자..

이말에우리는웃으며헤어저제갈길을가고있었다.

다음달다시만나기로하고그때까지건강하고즐겁게살아라하면서…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이있는곳에서얼마떨어저있는꽃시장.

그곳에있는꽃장사하는친구의사무실그곳에서커피한잔을마시고헤어젔다.

돌아보니"매헌윤봉길의사"님의동상이손을흔들어주신다.

오른손을흔들면서다음달에다시오라한다..

(2010/02/24양재동시민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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