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린날숲으로가다-
진눈깨비내리는밤에는가로수마저오들오들떠는모습이더니아침에일어나
창밖을보니눈이하얗게쌓여눈이불덮은모양으로한편포근해보인다.
눈오는날이거니눈이온다음날에는언제나어딘가가고싶어진다.
이날도예외가아니어서아침을먹고나갈준비를하는데
집사람이출근길이복잡할텐데무엇이바빠일찍나가느냐한다.
그말을들으니그도그렇다.
가방을메고가야하니지하철이나뻐스를타도
옆사람들에게불편을줄것이뻔한이치라
조금늣게나서양재숲으로향했다,
눈내린다음날의도심의숲은고요하다.
시골의숲이나산은적막하도록
시간이갈아앉아았는분위기이지만
도심속의숲은
눈길을걷는사람도있고,
가끔사진찍는사람도눈에띄기는하지만
그들의대개는묵묵히제갈길을가고
제할일을하는것이니
고요하다는
표현이어울린다.
언제나그렇지만눈내린다음날의숲길을걸으면
상념속에서산책을즐길수있다.
이날에는가는곳마다눈이소복히덮힌
빈의자가유난히눈에자주띈다.
포근해뵈는의자에앉아
그리운사람과밀어를나누는모습도상상해보고
보고싶은친구들을그위에앉혀놓고
이야기를나누는모습도상상해볼수있다
그것이비록상상과상념속의생각들이라할지라도
생각을펼칠수있는마음의여유가있다는
그자체만으로도풍요함을느낄수있어좋다
겨울의숲에는고요만이있는것이아니다
겨울숲에서는호흡으로서세월을느끼는것이아니다
겨울의숲에서는눈샇인숲사이르르이리저리나르는멧새들이나
가끔들리는딱따구리소리에서도세월을느낀다.
더욱이봄을눈앞에두고눈을덮어쓴나무며풀들이
가쁜숨을드내쉬고있음을보고있으면
내일을준비하는고동소리도듣는듯하여반갑다
눈내린날의숲을걸을때면눈에보이는것만보고서
모든것을보거나느꼇다고할수없다.
때로는고개를들어하늘을처다보라.
나뭇가지에핀설화를보라
곧쏟아저내려
하이얀꽃송이를뿌려줄것만같은꽃송이들
거기에감추어진봄을볼수있으리라
저꽃을모두털어낼즈음에찾아올봄을기다리는
기다림의모습을보고느낄수있으리라
겨울의숲에가면지나온세월과닥아올세월을함께볼수있어좋다
지나간것들이라고버려둘수만은없는것이
딛고가는발자국곳곳에서처다보고있는것같아서다
지난여름이곳에서뛰놀던아이들의웃음소리도기억해보자
그아이들의세월나기하는모습도떠올려보자
그아이들이살아갈세월들도떠올려보자.
그것들도결코버리고버려야할것이라고하지말고
가꾸어갈것이라고생각해보자
숲속에는이런것말고도걸으면서충분히얻을것이많이있다.
싱그러운공기가가저다주는싱싱한세월의내음도
화려한모습으로핀설화를보면서닥아올봄의향기도
분주한새들의몸놀림을보면서세월을살아가는지혜도
이런고요한묵상의길이아니면얻을수없으리라
떠날즈음에어디선가딱따구리소리가들린다,
마치
잘가라고,
다시오라고하는것처럼..
(2010/03/11양재숲을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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