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이야,! 보미다야 (어머나 봄이구나) !

어릴때길들여진버릇이훗날늙어서까지영향을준다는말로"세살버릇,여든까지간다"고한다.나도마찬가

지여서어릴때배운고향사투리가아직도내마음깊숙히잠재해있어서,때로는혼자서라도그사투리를상기하

면서그대로떠들어대면속이시원해짐을느낄때도있다.

미국에오래살면서미국에서가르치는글과학문을공부하고,미국사회에서활동하는동료들과어려움없이소통

하면서,어떤때는한국말로한국의이야기를한다하면서도나도모르게영어로말하고있는것을깨닫지못하여

황당할때도있지만어릴때어머님께듣고배운사투리를꼭써야만흡족해지는때가종종있다.이는미국동료

들이대화를하다가,때로는라틴(Latin)어문구를몇자씩집어넣어야말의진미를내는습성과같을것이다.

요즈음이곳의동료나친구들이나더러은퇴를한사람이왜그렇게얼굴보기가힘든가라고묻는다.그사람들이

보기에는내가놀아야하는나이에뭘그리바쁘게사느냐고힐란하는면이있을지는몰라도나로서는그저해할일들이있기때문에하는것이다.어떤일들은내가만들어서생기고,어떤일들은주위에서만들어저서나의도움을요청하는일들이다.만들어하는일들은스스로내앞을보고무었인가조금이라도뜻있는일을하나해보고자하는마음으로그성취를위해다리를놓고길을닦아가며하는일이다,그렇다고해서내가원하는일에만매

달려주위에서일어나는일들을소홀히해서는안되기에여기저기,이것저것,크고작은일에도참견(일종의노파

심?)하다보니하루가바쁜것이다.

지난몇주동안에는니는나와같은학문에종사하는학계의동료들을몇사람을모아서시간이나는대로무었인가

일을하나만들어보기위해이리저리돌아다녔다.마침아프리카(Africa)의한국가에서미국에방문학자(visit

ingscholar)로와서연구활동을하고돌아갈준비를하는동료가있어그와만나수차의회의(meeting)을하며

서로의견을교환하여야하였으니와싱톤(Washington)을오가느라바빳고,그틈틈히시간을내어서강의를마련

해야했으니더욱바빴고,거기에보스톤(Boston)에사는아들에게서둘째손자가태어나서그곳에도다녀와야

했으니더더욱바뻣다.이런생활이요즈음내생활의대부분이니세상돌아가는것에까지관심을두지않을때

가많다.그런때에는나는어디를가던지꼭신문은챙기고,또이번주에읽어야할책을항상가지고다니면서기

회있는대로펼처보고온갖일들을돌아새김질해보는게습관이다.그렇게해야만세월돌아가는것에도소외

되지않고세태를바로보면서나름의주관을갖추는데도움이되기때문이다.

Washington과Boston사이를오가면서차창밖으로변해가는계절을본다.창밖은이제겨울을벗아나,봄을맞이

하려는산과들이시야에가득들어온다.시야에들어오는봄의정경을보면서도나의머리는그날에진행되어

야할과제들로가득하니계절을느끼기에는태부족이다.산들을보기는했으나,그저세월이지나가고있으려니

하는막연한감정뿐이였다.더욱이봄과겨울이서로시샘을하듯이밀고댕기고하면서싸우니누가언제이길지

모를처지에봄을맞을준비를하는데소홀히했다.그러면서도한켠마음속에는집정원도가꿀준비를하여야겠

고,겨우내바람에휩쓸려여기저기쌓여있는가랑잎솔잎들도긁어모아야겠고,이곳저곳에손질을좀해야되

겟다는생각을하면서도막상엄두를내는일에는주저하기일쑤였다.

어제는날도좀따뜻하고바람도불지않아서나는큰마음먹고정원의손질에나섯다.내가말하는정원이란사

는곳의집을빼고앞뒤에있는숲을일컬어하는말이다.내가사는곳은참나무숲이있는산등성이와평지가연

이은곳이다.한오천여평쭘되는참나무숲속은내가사는집을제외하고는모두숲이어서이숲의정원을손질

하기란엄두를못내고다만산등성이아래에있는약천여평되는펑퍼짐한풀밭,이풀밭을손질하여이년전에

스므여구루의밤나무를심어놓았었는데.이봄을맞으며제일먼저생각난곳이그곳이고,그곳에심어놓은

밤나무들이겨울동안에어떻게되었는가내려가보아야하겠다는생각이었다.참나무숲속을걷다보면,도망가

는노루떼도보고,내기침소리에놀라면서숨을자리를찾아도망가는칠면조떼도본다.혹시심어놓은밤나

무들을노루떼들이해치지나않았는지해서산밑을내려가보았다.

밤나무한그루한그루를찾아다니며,발길로이리저리시들은잡초들을파헤치며찾아다녓다.2년전이면그래

도조금은커젔을텐데하는생각을하면서언덕한구석에심어놓은그밤나무들을찾았으나찾을수가없었다,

아마도작년에새순돋을때돌아다니는사슴이나노루들이몽땅아작이며먹은게아닐까의심도해본다,여기저

기뒤지면서기억을되새겨보아도밤나무는찾을수가없었다.그러면서도미련을가지고조심조심살피며한곳

에이르렀더니파란하늘색을닮은조그만한이름모르는푸른꽃몇송이가보인다.나는눈을크께뜨고조심조심

닥아섰다.기대하지않은곳에서낯설지만예쁜꽃한송이.이소중한것을발견한것이신기해서가까이닥아가

조용히앉아서자상하게꽃을내려다본다.

그때내입속에서나도모르게새어나온말이고향사투리였다.그것은바로“어머이야!하마봄이왔야"(어머

나!벌써봄이왔구나!)하는소리이다.이말을뱉고나서생각해보았다.

그때그시절들에나가시어봄나물캐시던어머님에게내가한말이생각났다.그때의고향의뜰은모든것을가

지고있었던듯하다.어머니는거기에서양식도캐고,보물도캐어자식들을키우고계셨던것이다.나는그때들

에서어머니에게이렇게소리지른것같다.

"어머이보미래요.."(어머니봄이에요)~~

이감탄사와함께나는그자리에서어느새나의고향사람들과대화를나누고있었고.돌아가신어머님과이야

기하고있었던것이다.생각하지도못했던고향사투리의감탄사와함께봄의내음을맡으며나는올해도추운

겨울을잘이겨냈구나하는안도감보다는이제부터알뜰한마음으로정녕실한봄을맞이하여야지하는생각이다…

"어머이야,하마보미와따야…….."(어머나벌써봄이왔구나!)

"어머이보미래요~~"(어머니벌써봄이에요..)

돌아와문앞에서서밖을향해두팔벌리고가슴을활짝펴고마음것소리처본다

가슴이확뚤리며시원한바람이휘돌아나간다.

"어머이야,하마보미와따야!!……..""어머이보미래요~~"

이봄에,올여름과가을과겨울을생각하자.그때까지무었을이루어낼까?그리고내년이때저들의파란꽃

들에게무엇을이야기하여야할수있을까?봄은지금부터맞이하고지내면서나와함께가을겨울을지나내년

까지함께지내리리라

-미국펜실바니아의해리스버그에서KS,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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