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교외에사는친구의전화를받았다.만나본지도꽤나오래되었는데갑자기전화를
주었으니놀라기도하고반갑기도하다.사실요즈음내주변에서갑자기들려오는친구들의
소식은대략서너가지로분류가된다.
하나는요즈음은그수효가훨씬줄어들었지만아주오래된친구의전화인데이는대부분
주소를확인하는것인바전화를끓고난후에는자녀들의결혼청첩장을보내는것이다.이럴
때면갈등이생긴다.그것은수삼년을연락없다가느닷없이전화한통으로축의금이라도챙
기려는것같아서찜찜하기도하고과연내가초대받을정도로그와의교분인가하는생각을
다시하게되는것같아서그러하다.
둘째는근래에소식이없던친구가걸어주는느닷없는전화다.이때는대개잠깐호불호가교차
하는데그것은병원에입원을했다거나,친구가영민했으니가보자는것이거나.그것도아니
면쓰잘데없이이런저런사업을권유하는소식등이다.경우는다르나이런때에는안타까운마
음과함께그와의인연과보因緣果報를생각하면서옛일을더듬기도한다.
그다음의경우는자주연락을주고받으면서도어느정도궁금해지기도하는친구인데이러한
경우의대부분가까운교외로나가보지않겠느냐?또는날씨도이런데한잔어떠냐는등일상의
이야기들을나누는친구들…이를테면막역하다고할수있겠다.
이번에전화를준친구는가까이에서교분을나누다가몇해전,교외로이사를한친구인데가끔
안부를묻고물으며지내는친구이다.전화를받으면서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다가하는말이
지난겨우내꿈적않던"난蘭"이꽃을피웠는데자기는무슨蘭인지도모르고집에蘭을많이기
르는것도아니니와서좀보아달라는것이다.하기는나도蘭에대해서아는것도없고조언해
줄것도없는데..하면서사양하다가이핑게를대고찾아가
소주잔함께기우릴욕심으로약속을하고집을나섰다.
혼자가기도그러하여친구한명과함께뻐스를타고1시간여도착한한적한시골마을의외진곳
에있는그의집이다그리크지는않지만조그만텃밭을일구어놓고사는여유를부리는모양이
인상깊은곳이다.마당에까지나와반기는그들내외가반갑기도하고고마워그동안의내력을
들으며시간을보내다가그가말하는난분蘭盆앞에서꽃을구경하였다.그가가지고있는蘭이
라해야화분네개로나도익히아는풍란風蘭두개그리고이름모르는蘭하나,그다음이바로
꽃이핀蘭이다.蘭을보면서요것이무슨蘭이냐고물었더니자기도모른댄다.향기를보자하고
냄새를맡으보니향기가있는것같기도하고아닌것같기도하여또한차레칭찬섞인농담도하
면서너스레를떨다가어떤종류의蘭인지도모른채사진몇장찍고는다시돌아앉아밀린
이야기며괜한세상이야기를떠벌리다가오후느지막히얼큰한기분으로돌아왔다.
이튿날아침에메일로사진을보내려고정리를하면서한켠미안한생각이들어잠시미루어두고
꽃이름이라도알고자양재꽃시장으로가서기웃거려보았다.하지만정작이곳에가보았더니비
슷한蘭이수없이즐비하여이또한난감하기이를데없어포기하고돌아왔으나그래도개운하지못
한마음을떨칠수가없다.그후나는언젠가는이蘭의이름이라도친구에게알려주리라생각하고
사진을프린트해서카메라가방에넣고다녔는데마침며칠전대공원의식물원에서이蘭과같은꽃
을발견하여사진을대조하는등수선을피우면서확신을하였다.
이蘭이바로"토좌한란"이란것이다.
사막에서오아시스를만난기분으로돌아와서검색을해보았다.분명토좌한란이맞기는맞다.사
실나는蘭에대한지식이별로없다.그저춘란春蘭,풍란風蘭,석란石蘭정도만알고그외의것은
워낙많으니알수도,알아둘필요도느끼지않고있는터이지만
검색을하니머리는더욱복잡해진다.
한란은종류도많기도하지만한국의자생란은제주도에만있다하니귀하기는한것같은데그많은
종류가운데우리나라에는50여종이있다고한다.한란을구분할때에는잎의크기에따라잎이큰것
을대엽한란(잎의길이가60~70cm에이르고넓이도2cm에달함)이라고한다고하니친구집한란은
소엽한란일것이고우리나라토종이아닌일본것이란다"토좌한란"도"꽃의색에따라자한란紫寒蘭
(for.purpurascens,),사라사한란(녹색바탕에자색줄무늬가있는화색,(for.purpureoviridescens),
紅寒蘭(for.rubescens),白花寒蘭(for.aurea),靑寒蘭(for.viridescens),粉紅寒蘭"등으로나뉘고그
한가지분류에또수십가지로나뉘어지니아예알아볼엄두를
접어야하겠다고결론을짓고말았다.
이제는친구에게말할수있다.
너희집의그란은"토좌한란"이라고그리고토좌한란도수십가지가있으니그리알고더자세하게
이름을찾으려면컴퓨터검색을하여알아서붙여주기를바라노라고..
그리고팁으로한국의토종에얽힌한란의전설은아래와같이알려주겠노라고.
"옛날제주도산골에지극한효부가지아비의병을고치려고갖은정성을다하던중하루는꿈속에
산신령이나타나"뒷골중턱산속에가면꽃이피어있을터인즉그꽃을따다술에다열흘동안
담구어두었다가하루에한잔씩만마시게하면지아비의병을낫게하리라"했다.때는바야흐로겨
울이자산에는눈이쌓여있는데꽃이피여있을리가없다.효부는그야말로꿈이라고만생각했다
가하루는마음을굳게먹고산길을나섰다.눈에빠지고비탈에미끄러지고온통피투성이가되어
숲속울헤메던중가느다란잎사이의꽃대에서향기롭게피어난꽃을발견했다.효부는반가워
어쩔줄모르고그꽃을따다가산신령이시키는대로했더니과연지아비의병이나았다한다.
후에그꽃이추위속에서판단해서寒蘭이라이름지었다한다"(야후검색에서)
며칠전만해도꽃샘바람에날씨가오도방정을떨더니어제오늘로봄이성큼찾아왔다.
어제오후에는나도기지개를펴면서양재나들목에가서어슬렁대며걸어보았더니양지
녘의어느건물앞에는벌써목련꽃이피고,벗꽃도피어나고있었다.
새봄을맞아친구의텃밭에도봄채소가파릇파릇솟아나고있겠지..
조용하고여유로운가운데시골의생활이
알뜰하고살뜰하기를기대해본다.
(2011/04/02서초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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