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길이 있는 강변에서

지난몇일간날씨가화씨95도(35“C)이상을넘나든다.

이렇게후덥지근더운날들이면,정원의벤치에앉아여름을식히고있노라면자연스럽데어릴때의고향생각을

빠트릴수없다

꽃향기를싣고시원히불어오는하늬바람을쏘이며베적삼의단추도풀어놓고참나무잎새를부채삼아흔들며더

위를식히던고향의뚝방길…남대천(강릉의남쪽을흐르는..)을따라걸어서학교를다니던등,하교길의미루

나무숲,..그사이로불어오던풀내음이버무려진들바람도잊혀지지않는풍경이지만거기에다시오버랩되는

추억들은이것만이아니다.

(강릉시청에서바라본갈릉시)

일요일이면어김없이가는이랠(강릉시교동의마을이름)의야산언덕에일쿠어놓은밭에서갓지난봄에심어놓

은감자밭을매다가,어머니가이고온감자보리밥에고추장한숫가락듬북집어놓고,참기름몇방울치고,열무김

치를넣고비벼먹던일……밭두렁의뽕나무그늘밑에소쿠리달린지계를뒤처놓고,이를등바지삼아열손가락을깍지껴서벼개삼아베고누워하늘처다보던일…….이런때면어김없이건너편야산의소나무숲에서(지금의강릉율곡중학교뒷산)들려오는뻐꾸기의뻐꾹~뻐꾹~하며울음우는소리가들려왔었지…그러다가흰구름따라솔숲을지나오는한들바람을맞으며졸기도하였지~~

내가사는이곳의도시주변에는써스콰한나(SusquehannaRiver)강이흐른다.집아이들이어릴적여름철이면종종낚시하러함께찾았던강이다.이강을가려면우리아이들이동네어린이야구팀이나축구팀에들어가이웃학교

아이들과경기들하던운동장을지나철뚝길을넘으면바로이강가에이른다.

요즘은여름방학이라강의는없고쉬는기간이다.그렇지만가을학기를위해책들을읽고강의준비를하는것

을게을리할수는없다.오늘은그러한중에틈을내어책한권손에들고집을나서서이강가에있는우뚝솟은

큰바위에앉아서강을건너오는시원한강바람을맞고싶어집을나섰다.

자동차를몰고얼마뒤지않아기찻길옆에주차를하고바위에올라읹았다.강물은바위옆을지나며여울진곳

에서물결을만들면서시원한물소리를내면서쉬임없이흘러간다.강가의철뚝길에는긴기차가철컥,철꺽,하

는짧은스타카토(Staccato)의연속음을울리면서빠르게지나간다.

노인이되면달라지는것에대하여스타인벡(Steinbeck)은"남자가나이들어가면,감정적이되고뒤를돌아보

며산다"고했고.독일심리학자인,에릭슨(Erickson)도"사람이60이넘으면과거를씹어맛을내면서살아간

다"고했다.그래서인가이렇게한적한곳에앉아내려가고내려오는강물과,방금지나간기찻길을함께보고있

으니도리없이옛날의세월속으로빠지는느낌을뿌리칠수없다.

나의고향인강릉에서열차를본것은아마도강릉농고일학년인가,이학년쭘으로생각된다.그이전까지는삼

척지역에서나는무연탄을수송하기위해묵호(지금의동해시)까지운행하다가그때강릉의포남동까지기차선

이연결되었다.

그해겨울도유난히추웠던것같다.삶에걱정이많은사람들에게는겨울은더길고춥다고하지만…나는고등

학교를졸업하고형편상한해를쉬었는데그이듬해에입시제도가바뀌어대학입시국가고시를보았다.마침대

학입학성적도나쁘지않아학교에서주는장학금을약속받아조금마음은놓이지지만서울에가면어떻게살수

있을까하는것이가장큰걱정이였다.

(구,강릉농공고등학교정문-지남3월1일부터"강릉중앙고등학교"로발전적으로탈바꿈하였다)

그러면서닥처올세월에대한불안함과헤처가야할막연함이교차하지만뚜렷한해결책도없어마음다지기에급

하였던것닽다.지금에야그때의실정을기억하면서그때의내심정을떠올려가늠해보면"걱정은두려움이

다.두려움은앞에닥아올일들을모르는데서오는것이니,오는일들을극복하며참고이겨나갈결단과용기가

필요한것이다.우리가아는것은경험에의하거나과학에의존하게되는것이다.경험도없고과학도없을때는

자신의긍정적인믿음에의존할수밖에없다."는것이었다.이런생각을가지고서야나는용기를내어서울로

열차를탈수있었디.

대학교등록을앞두고땅꺼미가이슥이슥지던그해2월의어느날.나는한숨을드내쉬면서걱정하시는어머니

가어렵사니꾸려준개나리보따리몇개를싸들고눈물훔치는어머님의모습을흘깃보면서무거운발걸음으

로기차역으로나갔다.등뒤에서잡아당기는미련을걷어차버리듯허겁지겁기차에올랐다,기차는푹~푹~~

하면서큰숨을토하듯하더니몇번의기적을남기고어둠을깨면서달려간다,굽이진철길을돌아,남대천철교

를지나고,긴터널을지나면서숨겨워하더니,고갯길에들어서는긴울음울며구르고있었다.이때부터나의

현실은미래속으로가고있었고,그미래는내가감당하여야할실존(Existential)이되고말았다.이제는나의

운명이된것이다.기차의창가에앉아밖을보니캄캄한밤의어둠이,마치내가지금부터뚫고나가야할운명

의길인것처럼온산과들을뒤덮고있었다.

그렇게암울한마음으로눈을감고얼마를달렸을까?내가앉은뒤쪽의어디에서누구인가나의이름을부르는

소리가들려.뒤를돌아보았다.어둠에싸여있는나에게나를알아보고이름을불러준그음성을듣던순간나

는암훅속을벋어나는듯이제까지나를짓누르던두려움을덜어주는느낌이었다.고개를들어눈을들어마

주치며돌아보니나와같은농고의농과(나는임과를졸업하였다)를졸업한말산(강릉시두산동)에살던동기

생이다.공부하던과(科)가달랐으니얼굴은익지만절친한사이는아니어서어~하는마음이었지만,그러나나

의이름을불러주는그소리는어느때보다도절실하게닥아오는가깝고반가운친구의음성이였다.

“야~~금식아,니어데가나?’
“난,서울가는길인데닌어데가나?,”
“나는춘천,가는중이야.”
“그래~`춘천은머하러가는데?”
“작은아저씨가춘천도청에서일하고게신데오라고해서말이야.”
“그러면,그분도우리학교선배시겠구나.”
“그래,농과를졸업햇아..도청에서과장으로계셔”

“야!!그럼,너도도청에들어가겠구나.”

“몰라,그렇게됏으면좋겠는데."

“우리아버지하고무슨펜지가오가고해서아버지말씀듣고가보는거지.”…“집에있어바야농사나짖는

것말고는,..할일이없으니,..가는거야.”…."가바야알겟지……"

“니는서을로머하러가나?”

“대학에입학돼서입학등록하러가는길이야.”
“야,니는좋겠다야.대학을가니말이야.그래서을가면어데살꺼나.나도기회가있으면,한번가보게."

우리는둘다앞날을약속할수없는젊은나그네들이였었다.이런저런이야기오가는중에우리는자연스럽

게서로들의지하며,두려움을달래는절친한사이가되었다.그도보따리를들고나선미래를알수없는사나이

였었다.한참후그는어머니가싸주었다는명주보자기를열었다.거기에는삶은계란한줄이있었다.우리는

계란을나누어깨소금에찍어먹으며분위기를태우면서달렸다,그렇게정을담으며가는기차는어느덧도계

의고갯길을크레인에끌려올라가서,다시가기시작한지얼마않된것같은데황지제천을지나,벌써영주에

도착했다는것이다.기차가멈추자많은여행객들이삼삼오오기차푸랫홈에나가뜨거운김이오르는국시한

그릇식사서손에들고서서먹는다.나도그와함께,급히밖으로뛰어나가국시를사서한그릇씩먹엇다.

기차가왱왱~~하며발진하는소리를듣고급히되돌아와자리에앉으니.기차는서서히새벽공기를가르며

떠나기시작했다.국시를먹은탓인가?다가오는미래를걱정하고두려워해보아야특별한계산이없는우리

들도슬그머니잠속으로빠젔다.닥아오는약속없는미래를위해기도하듯이~~~.

어느덧,기차가원주에도착했다.동기는일어나,
“야,나는여게서내린다.아침에뻐스를타고춘천으로가야지.”
“자,그러문잘가라.언제또보자.”

우리는약속할수없는미래를남겨놓고어두운새벽,원주역에서헤어젔고.그는어두침침한푸랫폼전기불가

로등을등에없고그는역위개찰구를나가고있었다.나는갈길을더가야지중얼거리며,앞으로갈길밖에없

으려니마음다짐하며떠났다.

그후오십년이지난지금도나는그친구가어떻게되었는지모른다.그저막연히잘되었으리라기대하면서..

이렇게잊은듯하면서살고있다.허지만,서로같은처지의미래를가늠하지도못하면서집을떠나고철길을

따라먼길을함께떠났던,확약없는재회를약속햇던그친구는잊혀지지않는다.


(강릉경포호수)

고향을떠나이국에서미완의세월을살아온지수십의성상이지났는가보다.에릭슨(Erickson)의"사람이60이

넘으면과거를씹어맛을내면서살아간다"는말처럼강건너의촘촘히무리지어서있는나무숲을넘어불어오는

실바람이얼굴을만저주며지나간다.흐르는강물도머무는것을거부하면서가는것,오는것의모습을보여주

면서흐르고있다.그러면서내가앉은바위를두드리면서옛날속에나의일들만생각하지말고지나온길에비

추어진내인생을가꾸어앞의일을바라보라며살라이르는것같다.그리고언젠가내가고향의그길위에서

있을때오늘의회상또한지나간것임을알라이르고있었다..(K.SHam)

(강릉경포대의사계)

[사진1:K,S,Ham님의펜실배니아州해리스버그의철길]

[그외의사진은http://cafe.daum.net/key-k에서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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