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의 향기를 마시며..

낙엽을떨쿤옷벗은참나무숲속으로아침해가뜨기시작했다.

서둘러일어나날씨가더추워지기전에하여야할화목거두는월동준비를시작했다.특히가랑잎치우는일과뒷산에넘어진나무들을잘라서올해도땔감장작을만들어야하겟기에몇일전부터날씨를고르고있었다.어제일기예보를들어보니오늘은바람이잔잔하고온도도화씨60도(섭씨16도)정도의맑은날씨에동풍이불어온다니낙엽긁어모으기에도적당한날이다.

풍작기(Blower)와자동톱(Chainsaw)에쓸휘발유에윤활유를섞는연료도마련하여놓은후.아내와함께산아래동네식당에가서아침식사를하려운전을하여내려갔다.식당주인이아침먹는손님들에게인사를하면서,나와아내에게,오랫만이라고인사를하며조금은허드레말로대화를나눈후보온병에코피를채워가지고올라왔다.

아내는깍쟁이(쇠갈퀴의강릉사투리)를들고땅을두껍게덮은낙엽을여기저기에모아놓으면서,나는풍작기로낙엽을볼아가집옆의언덕밑으로불어낸다.또한경사높은언덕에있는산딸기엉퀴와이름모를잡초들이밀집해있는곳은낫으로끊어내고낙엽을불어내려야한다.

언덕경사를조심히딛으면서산딸기엉퀴들을잘라내기도하고마구엉켜있는키가큰마른잡초들을정리하기도해야한다.이렇게허리를굽히고일에열중하는데갑작스레어디선가들깨향기가불어와내코를자극한다.나는그들깨의향내가어디에서풍겨오는가알아보기위해주위를둘러보았다.그러나내가불어낸낙엽에쌓여서언덕밑으로불려갔는지들깨의줄기는찾을수가없었지만들깨향기는분명낙엽속에서스멀스멀나는게분명하다.일하던손을잠시멈추고어디에서이들깨향기가나올까생각해보았다.곰곰히생각해봐도들깨를이곳에뿌린기억은없었지만.한가지기억나는것은살아생전의어머님께서오래전에정원한귀퉁이에밭을일구어심으시던들깨가있었다는생각이었다,어머님돌아가신후에는들깨를심어본적도없고기억에서도사라진지몇년이나된것깉은데,아직도어디에서인가들깨가자라고있는것이아닌가하는생각을하게되었다.

고향에살아계실그때어머님께서는매년이맘때면흰색무명수건을머리에동여매고앞마당에헌돗자리를편후한줌,한줌들깨를몰아쥐고엎어놓은함지박에단을들깨단을턴후키에처서타작하시던모습을생생하게떠올려진다.바로그때에맡아보던바로그향기가아닌가.타작을마친후어머님께서는들깨자루를머리에이고시내에있는기름집에가서참기름을짜서한되짜리풀색(Green)의소주병에채워서들고오시었으며머리에는역시깻묵한뭉치를이고오시었는데그때어머님에서풍겨나던그들깨의향기다.

삼십년이되었을까,나는어머님을미국으로초청하여우리와함께살았다.그러든중어느해에어머님은아버님의산소도돌볼겸고향에다녀오신적이있었는데.그때돌아오시는길에들깨와,무우씨앗,그리고배추씨앗을가지고오셨었다.그이듬해봄에어머님께서는집언저리의언덕에있는정원의귀퉁이에조그만한밭을하나일구어달라고하시기에손바닥만한밭을일구어드렷엇는데.어머니께서는그해부터밭에배추,무그리고들깨를심어서정성껏기르셨다.그런덕택에우리는몇해여름어머님께서손수담그신깻잎무침이나열무김치등을반찬으로해서고향의맛을즐길수있었다.

아이들이어느정도자란후딸이대학입학원서제출때에원서에첨부하여야할수필(Essay)을쓰게되었는데,할머니가심고가꾼채소로반찬을하시던깻잎,그리고김치얘기를써서내었다.그내용이손자손녀들을위해알뜰살뜰밭에나가채소를길러서살림에더하려는할머니의정성스런마음을그린수필이였다.

그리고몇년후아들이대학으로진학할무렵아들녀석도또한시골할머니가문화와언어가다른미국생활에서손자손녀들에게표현하는할머니의사랑에대해서수필을쓰고그글에서사랑이란언어와제한된문화의배경을초월한인간관계라는내용을예로든글을써서제출하였다.할머니가주제가된이러한수필이학교측에서윗어른들을존경하고사랑하는학생의품성을관찰할수있었는지원하던지망대학에합격이되어서온식구가축하를한적이있다.

아이들이대학을간후에도,어머님께서는혹시손자손녀가깻잎이먹고십지않을까하여여름에는깨를심어서깻잎을간장에채곡채곡재웟다가아이들이오기를기다리셧으며.대학의학부모날이라든가,학생들의음악,연극,발표회또는,학부모들을위한특별강의날이라든가하면,나는빠지지않고어머남을모시고아이들의학교를방문했다.그때마다어머님께서는깻잎을고이싸서넣는등조금이라도귀한것을손수장만하시여손자손녀를챙겨먹이려는정성을베프시곤하셨다..어쩌다우리내외가너무그러시면않된다고일러드리면,아주언짢은표정을보이셨다.또한손자,손녀들을보려고여덟시간이넘게차를몰아서가야하는마사추셑의보스턴에있는하버드와윌리암스타운의윌리암스대학까지의긴여행에도어머님은손자손녀들을보러간다는설레이는마음으로잠을설치면서출발임시에는나를앞서차를타시곤하셧다.

기숙사에가면,치마저고리로깨끗하게입으신허리가굽은할머니,영어를못하여손자손녀들이제대로알아듣지도못하였지만,아무개의치아니하시고한국말로아이들을껴안고볼을쓸어주시면서반가워하시고자랑스러워하시던어머님이셨다.그러시면서옆에서있는나를처다보면서,“애비야,아버지도오래사셨으면,이렇게손자손녀들이공부도잘하고있는것을보았으면얼마나좋겠나.”하시면서6.25동란때삼십중반에돌아가신남편을그리워하곤하셨다.

주위의미국인부모들도손자손녀를껴안고좋아하는동양인할머니에게퍽존경을표하는눈치였었다.그아이들이대학을졸업하고좋은직장들도가지고있고,시집장가를들어서가정을이루고있지만요즘도우리두부부가손자들을보러가겟다고하면,아이들은아직도할머니가만드시던것과같은들깻잎을생각하며가저오라고한다.

어머니가들깻잎을만들던솜씨를못본지가벌써십여년이넘었다.그러고보니어머님을위해서손바닥만한밭을일구었던기억도사라지게되었고,어머님이거름도주어경작하시던들깨밭이내머리에서잊어진지도꽤오래된모양이다.오늘낙엽을치우면서들깨향기를맡으니,잊어버렷던어머님이남기고가신발자취가더욱크게느껴저온다..

나도벌써손자들이넷이되었다.나는그들에게어떠한기억을남겨주고있는가생각해본다.그들이나를기억할수있는특별한,그리고의미있고향기있는삶의일들을남겨그들의기억에잠재할수있는들깨의향기를말이다.나는조용히머리를가다듬으며내삶을뒤돌아보면서곰곰히생각해본다.

공부도할만큼했다.교수생활도했다.연구업적도몇개쭘남겼다.그리고고위관리직도갖어보았다.그런데이러한일들이어머님이남겨놓으신들깨의향기처럼나의삶의향기로피어나고있을까?내가남겨놓은향기나는삶의발자취는무었일까를새삼생각해본다

나는아내를불러,
"여보여기가어머님이계실때,들깨와채소를기르던모퉁이지?"
"여보이리로조심히내려와서들깨향기를한번맡아보구려."
"우리도모르게들깨가나서씨를내고향기를풍기는이내음을느껴보시게…"

가신어머님의정취를다시느낀다.낙엽을치우면서사라저가고있는기억을다시되살린다.사람이사는것도내가정리하는낙엽들처럼시간적인제한이있겠고,이것이피할수없는운명이라면그무엇인가향기롭게기억될만한삶의발걸음을남기고가야될것같다.

초겨울의짧아지는하루가기울기시작했다.잎떨어진나무가지숲을넘어해가기울기시작한다.땅꺼미가내린다.낙엽을끌어모으고치우던쟁기들을모아서손수레에실어밀고오면서다시한번가슴을크게벌리고공기를마셔본다,어머님이남기고가신들깨향기의정취가온몸에배어온다.그러면서땅꺼미저가는나의남은삶에어떤정취를남겨야되겟다고다짐해본다.

[펜실배니아,해리스버그에서..DrK,S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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