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종로에서>

지하철타고가다종로에서내린후

종묘에이르러서가던걸음멈추면

밤과낮구분도없이사람으로넘친다

가거나오는사람구부정걷는사람

앉았거나누웠거나서성이는사람들

흩어진낙엽을보며심취해있는사람

장기판곁에앉아훈수두는사람도

모시꾼후리는소리귓등으로넘기며

싸움판말리려다가싸움꾼되는사람

움푹패인주름에총성과함성담고

한개비담뱃불에포연내음맡으며

철새떼퍼질러놓은오물주워불사르고

가슴엔울긋불긋퇴색한훈장달고

보내기싫은세월얼추로보내면서

차마도떠나지못해주춤대는사람들

서산에해는지고어둠이잦아들면

저만치가는세월뒤쫓다지처버려

그제사발벋을곳찾아두리번대는사람

긴꼬리드리우며도망가는또하루

탈탈빈주머니엔바람만드나들고

지친몸누일곳찾아바빠지는사람들

이윽고어둔길에가로등불밝이면

오동집떡볶이집온난전을기웃대다

오늘도누더기진옷손바늘로꿰맨다.

(2013.12.29월하시조문학제20호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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