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BY 모가비 ON 1. 19, 2014
<종로에서>
지하철타고가다종로에서내린후
종묘에이르러서가던걸음멈추면
밤과낮구분도없이사람으로넘친다
가거나오는사람구부정걷는사람
앉았거나누웠거나서성이는사람들
흩어진낙엽을보며심취해있는사람
장기판곁에앉아훈수두는사람도
모시꾼후리는소리귓등으로넘기며
싸움판말리려다가싸움꾼되는사람
움푹패인주름에총성과함성담고
한개비담뱃불에포연내음맡으며
철새떼퍼질러놓은오물주워불사르고
가슴엔울긋불긋퇴색한훈장달고
보내기싫은세월얼추로보내면서
차마도떠나지못해주춤대는사람들
서산에해는지고어둠이잦아들면
저만치가는세월뒤쫓다지처버려
그제사발벋을곳찾아두리번대는사람
긴꼬리드리우며도망가는또하루
탈탈빈주머니엔바람만드나들고
지친몸누일곳찾아바빠지는사람들
이윽고어둔길에가로등불밝이면
오동집떡볶이집온난전을기웃대다
오늘도누더기진옷손바늘로꿰맨다.
(2013.12.29월하시조문학제20호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