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근성

리오픈.jpg

에땅 클레어 96-1 번지에 내 일자리가 있다.

유니크하고 잼나고 편안함..그것을 추구한다고나 할까?

옷은 주로 뉴욕이나 밀라노 등에서 갖고 온다.

애들 키우며 빈둥빈둥 놀며 친구들과 하릴없이 만나

잡담과 수다나 떨고 여행이나 다니고 공연이나 보러

다니던 유한 마담에서 일약 사업가, 점원, 코디네이터로

변신을 한 것이다.

런던과 뉴욕서 십사오 년을 살던 사촌 시누이가 2005년

갑자기 귀국을 한 것이었다. 말 버릇처럼 해오던 우리 같이

뭔가를 하자는 꼬드김에 언뜻 일을 저지르고 보니 재미와

황당함이 함께 교차되는 날들이었다.

딸딸이 엄마인 그녀는 애들이 둘다 뉴욕에 있으니 시간이

많았으며 그녀의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야…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수 없었지만 가끔 찾아오는

연예인들과 청담동의 어여쁜 패션리더들을 보는 기분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가 몇 가지 노출되었다. 첫째는 우리가 우려하던

번 돈보다 지출이 더 많다는 거다. 근처의 레스토랑과 구두가게,

특별한 빵, 꽃가게등은 우리를 유혹하기에 진짜 충분하니까…

둘째는 첨 일이라고 하다보니 이상한 사기꾼 비스무리한 바이어랑

어중이 떠중이한테 두 명인 우리가 당한다는 것이었다.

알면서도 말 못하는 겁쟁이인 우리 둘. 하나라도 좀 똑부러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두 사람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사회에서 공중전까지 겪은 그들을 당해 낼 재간이 우리한테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인과응보라는 걸 굳세게 믿으며 우리는 복 마니 받을거며

나쁜 편인 그들은 열 배는 더 벌을 받을 거라며 자위하기도 한다.

어벙찌게 물건을 팔다보면 가격도 모르고 동그라미 하나가 더 갔다왔다

할 적도 있고 손해 보고 팔기도 한다.

약 5개월을 하고 사기를 당하고 정신이 멍할 때쯤 우리는 다시 리모델링을

하고 새로운 각오로 대오각성하기에 이르랐다.

작년 12월에 재 오픈을 했으며 현재 잘 진행 중이다.

어떤 날은 분주히도 손님이 들끓기도 하지만 어느 날은 조용하기도 하다.

그래도 친구들은 할 일이 있다는 걸 부러워한다.

시간은 빨라 11시에 문을 열면 금방 저녁이다.

여기서 떼 돈 벌 생각은 없다. 다만 손해만 안보면 된다는 주의다.

잡지의 여기저기에 #이 소개가 되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뭘 모르고 시작한 우리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죽기살기로 버텨 봐야하는데 우리는 좀 약한 거 같다.

그래도 상술이 전혀 풍기지 않는 희미한 근성이 빛 볼 때가 있긴 했다.

사람들이 턱없이 바가지 쓰는 기분은 없다고 했다.

그럴 땐 기분이 괜찮다. 그래도 우린 조금은 까(?)져야만 한다.

같이 일하는 알바생 미선이도 아주 귀엽다.

잡지에_난_...jpg

16 Comments

  1. 백의민족

    2006년 2월 4일 at 5:04 오전

    사진에서 본 님의 패션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그랬군요
    사업가에 매니저 코디네이터…멋집니다.
    님께서 주신 글 봤습니다.
    안부게시판에 한참동안 써내려 갔는데
    이상하게 다 날라갔습니다.
    오늘 저녁에 다시 들러서 글남기겠습니다.   

  2. Lisa♡

    2006년 2월 4일 at 5:12 오전

    백의민족님…고마워요.
    삐치신 줄 알았어요.
    성의껏 제게 글주셨는데
    제가 자세히 못 본것 처럼
    되었으니까요.
    앞으로 조심할께요.   

  3. ariel

    2006년 2월 4일 at 6:03 오전

    wow~ 부러워요. 저는 일 을 해도 종일 컴 앞에 앉아있는데..
    저는 강남가면 어지러운 강북 촌 사람~~
    그러나 한 번 놀러는 가야겠네요..
    숍 구경 하고 싶네요…^^
       

  4. Lisa♡

    2006년 2월 4일 at 9:11 오전

    얼마든지 놀러 오세요.
    맛맀는 거 사드릴께요.   

  5. cookie

    2006년 2월 4일 at 10:33 오전

    정말 이 샵이 바로???
    저도 잘 아는 샵이거든요~
    알려지지않은 독특한 브랜드도 많고,
    헐리우드 연예인들이 즐겨입는 옷들도 있고,
    인테리어도 쉬크한 소호풍~
    게다가 잉고마우러 하얀날개 샹델리어가 압권이죠….
    근데요..
    실은..
    제가…
    .
    .
    .
    .
    .
    Lisa 시누이자 파트너예요!! ㅋㅋ
    sonia n ivy 화이팅!!!!!!!!!!!

       

  6. Lisa♡

    2006년 2월 4일 at 10:59 오전

    누나..아이고 깜짝이야~~
    하여간 우리 이렇게 산답니다.   

  7. 신경원

    2006년 2월 4일 at 2:50 오후

    예쁜 숍이네요~놀러가보고싶어요 ^^   

  8. butcher

    2006년 2월 4일 at 3:41 오후

    그러시네요…..
    사업가 시라면 말씀처럼 조금 까(?)지셔야 하지 않을까요?

    남성 패션을 없는지???? 있어도 비사면???

    좋은 일들 있기를 바랍니다.   

  9. ariel

    2006년 2월 5일 at 1:35 오전

    날이 좀 따듯해지면 갈께요.
    저 떡복기 하고 오뎅 먹고 시퍼요..ㅋ   

  10. Lisa♡

    2006년 2월 5일 at 10:46 오전

    신경원님 한 번 놀러 오세요. 부담 갖지말구요.
    오시기 전에 전화있지마세요.
    가끔 제가 없을 때도 있거덩요.
    실지로 보면 더 예쁘고 크답니다.   

  11. Lisa♡

    2006년 2월 5일 at 10:48 오전

    butcher님, 멀러서 어디 옷 한 번 사러 오시겠습니까? ㅎㅎ
    진짜 저 좀 까(?)져야 합니다.
    데리고 있는 알바생한테도 뭘 못시키는 정도의 수준..
    문제있지요? ㅋㅋ
    남자 옷을 첨에 했다가 연예인들 협찬만하는 일만
    발생하는지라 접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것 조깨 있지라…
    근디 대체적으루다가 좀 튀는데 개안컷쓰요?   

  12. Lisa♡

    2006년 2월 5일 at 10:50 오전

    아리엘님…제가 좋아하는 것만 말씀하심 우째요~
    근데 우리 동네 그런 종류로는 맛난데 별루 없는걸루
    알거든요. 딴 거 사드릴께요.
    별로 벗어난 건 없고 김치찌개 으때요?
    갤러리아 근처라 이것저것 먹을 건 좀 있지요.ㅎㅎ
    따뜻해지는 그 날까지..빠샤~   

  13. 히말라야

    2006년 2월 5일 at 10:55 오전

    취중에서 돌아오는 길이 너무 길었나봅니다.
    왠 청성맞은 소린지모르지만 비오는날 오는 손님을 위해서는 반드시 샵에 음악이흐르도록 하십시요.
    비오는날 옷을 사러(보러)온그는 반드시 깊은 상념을 갖고있을것입니다.
    그를 위해 음악을 부탁합니다.
    은악은 케롤 키드의 when i dream 으로 부탁해도 될까요……..
       

  14. Lisa♡

    2006년 2월 5일 at 11:20 오전

    후후…히말라야씨!! 늦게 술 깨셨네요.
    음악이 없는 #은 있을 수 없지요.
    저희는 요즘 유행하는 라운지 음악을 틀어 놓지만
    가끔 재즈랑 분위기 있는 거 틀구요, 그
    노래는 항상 틀어 놓을 수 있거든요.
    비오는 날 O.K
    특히 제가 비오는 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15. butcher

    2006년 2월 5일 at 2:13 오후

    ㅎㅎㅎㅎㅎ
    저도 튀는 스타일 좋아합니다….
    정장도 주로 캐쥬얼 정장을 주로 입는 편이고….
    타이랑 셔츠도 화려한 것 좋아하지요….
    남들이 보면 야간 업소 나간다고 이야기도 합니다. ㅎㅎㅎ   

  16. Lisa♡

    2006년 2월 6일 at 6:32 오전

    언제 함 봐야겠습니다.
    튀는 그 차림새.
    요새 야간업소는 도리어
    안튀고 에술가들이 튀죠.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