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의 한 백화점에서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손님을 유치하는 행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자주 백화점을 가지 않는 승주가 그날따라 백화점에서 뭘 사고 직원이 하라는 대로 응모를 했다. 그것이 턱하니 자동차에 당첨이 된 것이다. 세금을 내고 차를 소유하게 된 그녀. 어인 일로 짠순이 그녀가 그 차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차를 몰게 되었다. 허구한 날 백화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나는 어쩌다 당첨 된 것이 랩이었다. 뭐..인생의 표현할 길 없는 아이러니 아니겠는가? 자동차가 아닌 섹시한 남자라도 당첨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야속하게도 신은 꼭 필요한 것 보다는 없어도 무방한 것을 가끔 우리에게 보내주신다. 그녀는 약대를 나와 아깝게도 전공을 놀리고 있었다.

승주가 약국에 취직을 한 건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올 무렵이었다. 에어컨도 빵빵하니 집에서 더워할 필요가 없고, 애도 자기 앞가림은 하니 슬슬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며 동네 대머리 아저씨의 약국에 심심풀이로 나간 것이다.

그 약국 주인은 춤바람이 나서 약국을 맡기고는 건너 편 약사 아저씨와 함께 점심때면 춤추러 가서는 저녁이 되어서 들어온단다. 그리고는 다시 약국의 뒷방에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원스텝, 투스텝” 하며 쌍쌍파티의 테이프 반주에 맞춰서 스텝을 밟는단다. 무슨 봉투를 늘 들고 다니는데 승주가 하루는 살짝 열어보니 그 안에는 춤을 출 때 신는 전용 구두가 들어 있더란다. 승주는 전화기 너머로 연신 킬킬대며 매일 그 약국 주인의 행동에 대한 보고를 내게 해댔다.

한 번은 동네 총각이 머뭇거리며 약국 앞을 왔다가 갔다가 하는 꼴이 하 수상해서 들어오라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단다. 그 총각 왈, 자기가 노총각인데 아침에 거기가 서서는 종일 죽지 않고 있어서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어쩌면 좋겠냐고 약이 없냐며 하소연하더란다. 당연 얼굴은 시뻘게 져서 말이다. 직업은 딱히 없는데 외출을 못하겠으니 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단다. 승주는 자기도 부끄럽지만 태연하게 약을 처방해 주었단다. 아마 정력 감퇴 약이었으리라. 별의별 손님이 다 있는 건 장사를 하다보면 아는 것. 약국이라고 그렇지 않을 리가 없지. 또 한 번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사복을 입고 와서 성관계 전에 먹는 피임약이 없냐고 묻더란다. 미성년자가 임신이라도 하면 곤란할 거 같아서 피임법을 상세히 가르쳐 주고 약까지 들려서 보냈단다. 그 자식이 아주 열중해서 듣더란다.

주인아저씨의 춤 사랑은 식을 줄 몰라서 나중에는 원정 춤 교실까지 다니곤 했다. 쌍쌍파티의 테이프도 다양해서 리어카 메들리, 카바레 쌍쌍춤곡 등 다양한 테이프를 열광적으로 모아서 이것이 딱 이라는 둥, 내 스타일이라는 둥, 난리도 아니었단다.

키득키득 웃는 우리를 봤으면 그 또한 가관이었을 것이다. 약국 뒤의 춤 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심심하지가 않았다. 남자 둘이 붙들고 지르박을 추는 상상은 더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