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쓸쓸함의 끝은 어디인가?(8)

승주의 식을 줄 모르는 열망은 또 다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약국을 그만두고 D문화센터에 등록을 한 그녀는 그림에 열중하기 시작했는데 거기 계신 화가 선생님이 목표물로 급부상했다.

그 반엔 교장을 퇴임한 노신사 한 분도 있었고 똥배와 가슴과 엉덩이가 똑같은 비율로 나온 동그란 파마머리의 아줌마와 아주 섹시한 양 꾸미고 다니는 정체모를 여성도 있었단다. 승주가 그 여성을 여우라 칭하며 욕을 해대는 통에 보지도 않고 나는 그 여우의 옷차림을 꿸 정도였다. 여우를 씹는 이유는 보지 않아도 화가의 시선이 자꾸 여우에게 머무는 까닭이다.

꼬리치는 건 여우고 뭘 모르는 순진한 화가는 거기에 넘어간다는 게 승주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쨌든 여우는 우리의 수다에서 여우라는 이름값에 맞게 부풀려지기기도 하고 잘려 나가기도 하는 도마 위의 생선이었다. 한편, 교장은 그림을 그리는 승주의 등 뒤에서 말없이 그녀의 그림감상을 하는 통에 뒤통수가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 말없이 느긋하게 쳐다본다는 거-그거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지겨운지 말이다. 승주 말인즉

교장은 자꾸 올라가지 못 할 지붕인 자기를 그윽하게 쳐다본다는 것이었다. 진짜인지 모르나 승주가 바라보는 눈으로 나도 바라봐야했다. 커피를 뽑아서 화가를 주면 조금 전에 마셨다며 사양하고, 그러면 교장이 자기가 마시겠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교장에게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나서 화가와 단둘이 있게 된 그녀가 같이 식사나 하자고 했더니 고맙지만 먹은 걸로 하겠다고 하더란다. 승주의 집착이 심해질수록 화가는 집착을 피해 달아나고 그러면 그녀도 더 괴로워하며 마치 애인에게 버림받은 양 힘들어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혼자만의 집착이 만들어 내는 컴컴한 수렁이었다. 자신이 만든 수렁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녀는 나도 그 누구도 감히 말려지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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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문화센터 꾸준히 다녀서 몇 작품 만들었다. 내게도 어두운 색조의 알 수없는 작품을 주었는데 둘 곳이 마땅찮아 창고에 잠시 두었다가 어디로 치웠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화가에 대한 그렇게 그녀의 끝 간 데 없는 쓸쓸함은 꼬리가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에는 그녀에 대한 동정이나 측은함 보다는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만이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이야기를 끝까지 호응하며 들어주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몰라서 짐짓 수긍하며 듣기만 했다. 흔히 남성들에게 롤리타 콤플렉스가 있는 것처럼 여성들에게도 젊은 남성을 바라보며 대상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싫다고 하는 심리의 이면에는 어떤 만족이 있는 걸까? 남자들의 경우에도 나이가 한참 어린 여성만 좋아해 방황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여자이든 남자이든 그런 사람들의 경우엔 나이는 들어도 정신적인 성장이 그 나이 대에 멈추어서 그런 경우가 많단다. 그녀의 정신적 지체현상은 과연 어떤 행복을 추구하는 걸까? 오아시스 콤플렉스가 있다. 물이나 야자수가 보이는 걸로 착각하는 건데 그 상상은 정말 이루어 질 수 있는 착각이다. 실제 존재하는 대상으로 오아시스는 누구에게나 즐길 수 있고,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녀의 남자에 대한 오아시스 환상은 이루어질 수 있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첫 째, 그녀는 실제의 사랑이 오면 당황해서 도망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건데 승주는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남을 인간적으로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둘 째, 나는 사랑하는데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라는 답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의 감정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거기서 비롯되는 평범한 일상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그녀가 안고 있는 문제는 너무나 많아 걱정이었다.


4 Comments

  1. 김진아

    2007년 12월 13일 at 11:29 오후

    집착…

    자기만의 사랑..

    거 무서운거예요..상대에 대해선,생각안하는,
    오로지 자기자신만을 위한 사랑..

    끝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집착..

    …   

  2. Lisa♡

    2007년 12월 14일 at 12:35 오전

    진아님.

    이 거 올리고 마무리하느라 지금까지..
    내일 올리려구요.
    나름대로 열심히 써보네요.
    손질은 없지만 서툰대로
    그냥 읽는 재미도 있으라고~ㅎ   

  3. 오드리

    2007년 12월 14일 at 4:21 오후

    자고 있으려나………화이팅!!!!!!!   

  4. Lisa♡

    2007년 12월 15일 at 1:18 오전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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