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1일 소호에서 미드타운까지

12시가 다 되어 호텔을 나섰다.

오늘은 뉴욕 맨하탄의 거리를 무작정 걸으며 사고픈 걸 사기로 했다.

42번가로 시작해 54번가까지 걸었다.

아들이 자꾸 어디가느냐고 물으니 왠지 목적없이 걷는 것에 대한 까닭없는 두려움이 인다.

택시를 타고 소호로 가자고 했다.

흑인기사는 가다가 끼어드는 차의 흑인이랑 싸움이 붙었다.

랩하는 줄 알았다.

소호에서 내려 어제 가고프던 가게를 2군데 일단 갔다가 식사할 곳을 찾았다.

맛있다고 소문난 올리버는 사람이 미어 터진다.

바깥 길까지 줄이 서있다.

바람도 차고, 배는 고프고 어딜가나..복이 있으려는지 <우래옥>을 아들이 알아봤다.

대치동 우래옥만 가다가 양키물 먹은 우래옥을 보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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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언가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요즘 우리 음식이 뉴요커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우래옥은 한글은 한 자도 찾아볼 수 없으나 모든 발음이 한국식 그대로다.

만두국, 된장찌게, 육회비빔밥, 돌솥비빔밥을 자연스레 발음하는 멋쟁이 흑인웨이터가 신기하다.

인테리어가 상당히 고급이다.

주변에 외국인들만이 들어와서 격조있게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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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거부하는 두 놈을 겨우 찍어 본다.

찬바람부는 밖에서는 별로더니 실내에서 보니 이쁘다.

음식이 맛있다고 흐뭇해하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우리음식점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니 기분이 좋아진다.

제일 싼 음식이 12불이고 그 다음이 15불..그 다음은 24불 등..점점 높아진다.

몇가지 반찬과 겉절이가 추가되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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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딸과 한 장…

착하고 귀여운데 가끔 맹하다.

비염으로 코맹맹이 소리를 하니 갑갑하다.

뭔가를 사고싶어 안달을 하는데 큰 아들 눈치에 엄마만 바라본다.

러쉬에서 오일리 샴푸와 린스를 사주고 둘째는 자라에서 멋진 자켙을 샀는데

큰놈은 전혀 필요한 게 없단다.

용돈을 좀 주었는데 돈도 안받았다.

여전히 구두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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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의 화장실이다.

아주 세련된 솜씨다.

양철로 만든 세면대에 양철로 만든 문이다.

저 걸 보면서 뭐든 앞서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소호니까 가능한 일이다.

뭐든 작품처럼 보이는 동네에서 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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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 지나가다 찍은 윈도우인데 소호가 아니다.

만약 소호라면 더욱 예술적으로 보일텐데…렉싱턴가에 있는 사진작가의 전시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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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기사끼리 싸우는데 나는 바깥 풍경에 위로를 받는다.

사실 많이 무서웠는데 아이들이 있으니 의젓해야하기에 주위로 환기를 바꾸며..

생각보다 뉴욕은 무서운 곳이 아닌데 아이들은 흑인만보면 무서워한다.

아디다스 매장에서 흑인여자가 말을 건다.

날더러 뭐 의상에 대한 칭찬인데 내가 고맙다고 응수하자 둘째가 엄마는 겁도 없이

도대체 왜 대꾸를 하냐고 나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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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매장인데 작품전시로 유명한 #이다.

사진을 못찍게 해서 더 못찍었는데 하나하나의 모든 진열이 작품이다.

이번 씨즌의 컨셉은 플로랄이다.

입구부터 구두의 뒷굽까지 전부 꽃 투성이다.

투명하던 엘리베이터가 꽃으로 덮여 안보인다.

직원들이 아주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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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저녁에 미드타운으로 가서 아버크롬비를 갔다.

미드타운 아버크롬비의 특징은 미녀미남들만 채용했나보다.

아주 시끄러운 음악에 미인미녀들에 멋쟁이 젊은이들이 바글거린다.

한참 옷을 고르던 딸이 눈이 빨개져서 옷 안사도좋으니 나가잔다.

실내공기가지나치게 좋지않다.

그 예쁜 종업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그새 내려앉았다.

나무로 장식된 빌딩이 은행빌딩이라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라 트럼프월드였다.

가판대의 잡지에선 트럼프가 어디에 뭘주는지 … 사진이 크게 났다.

미드타운으로 올 때의 흑인기사는 미안하다면 두블록만 걸어가란다.

자기는 5시에 약속이 있는데 이미 늦었다면서 30센트깍아주었다.

동서남북을 몰라 어리둥절한 내게 아이들이 길을 인도한다.

이제 다 키웠나보다.

살면서 실패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신을 한 번 더 다진 거라 생각하고

절대 기죽거나 좌절하면 안된다고 다시 힘주어 가르친다.

그것이 실은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다.

성패트릭성당을 지나 5th로 계속 걸어 그랑 센트럴을 지나 호텔에 오니 늦었다.

걷는동안 폭신폭신한 아들의 손을 계속 잡고 걸으니 무척 행복했다.

"사랑해"

"나…..또"

"너가 먼저 사랑한다해봐~"

"…..ㅇ…으…으…"

나머지 한 놈은 옆에 가도 건들면 클난다.

더러워서 팔짱도 못끼고 … 그래도 아침이면 내 침대로 기어든다.

6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2월 22일 at 6:45 오전

    큰아이 석찬이가 비염이 심했는데..머리도 아프고,집중도 잘 안되고,
    준혁이 보약때문에 회기역의 경희의료원에 갔을때,
    혹시나 해서 석찬이도 함께 진찰 받았어요..
    소화기관쪽이 약한 아이들이 그렇다는 선생님말씀에
    솔직히 반신반의하고 약 두어달 먹였는데..
    지금은 그전에 비하면, 정말 양호한 상태가 되었지요..
    어쩌나요..코멩멩이 소리..안타까워서..ㅜㅜ

       

  2. Lisa♡

    2008년 2월 22일 at 1:18 오후

    진아님 그러잖아도 이 번에 한약을
    지어오려고 했는데 다 빼앗긴다는 말과
    짐에 실으면 다 터진다고 해서 참았어요.
    여름에 방학때 먹이려고 합니다.
    눈 오네요.
    오늘은 눈오는 맨하탄이네요.
    어제 생각지도 않게 진아님 말대로 소호를 가게
    되었어요.
    오늘은 그리니치를 갈까 합니다.
    눈이 와서 어떨지 모르지만~~   

  3. 마일드

    2008년 2월 22일 at 9:59 오후

    ………….귀염둥이 가트니라구…..   

  4. Lisa♡

    2008년 2월 23일 at 2:48 오전

    마일드님.

    정말 귀엽지요?
    귀염둥이 가트니라구………….   

  5. 슈에

    2008년 2월 23일 at 5:19 오전

    아이들이 늠름해보여요..

    리사님도 몇달만에 보니 아이들 얼굴이 달라지지않던가요?    

  6. Lisa♡

    2008년 2월 24일 at 6:14 오전

    슈에님.

    아이들요…별로 변화가 없어요.

    내심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데도

    제 보기엔 똑같아요.

    아직 아기같거든요.

    하나도 의젓한 거 없답니다.

    후후후….좀 많이 컸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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