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활의 새벽에 꽃이 핀다
꽃이 핀다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죽은 나뭇가지 위에도
길가에 버려진 도둑의 신발 한 짝 위에도
너를 향해 날아가다가
결국 너의 이마를 쓰러뜨리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뒹구는 돌멩이 위에도
젊은 여자들이 가슴에 걸고 다니는
액세서리 십자가 위에도
라면박스와 신문지로 관 같은 집을 만들어
사이좋게 나란히 누워 있는
노숙자들의 검은 지하도 벽 위에도
신생아 중환자실 창가에 놓인
눈물 마른 화분 위에도
힘없이 홀로 흔들거리는
독거노인의 지팡이 위에도
막 하관을 끝내고 한 삽 흙을 뒤집어쓴
관 뚜껑 위에도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너를 미워하는
매일 용서하면서도 결국 용서하지 못하는
내 가슴 위에도
이 부활의 새벽에 꽃이 핀다.
이 부활의 아침에 꽃이 웃는다
*정호승 프란치스코*
봄비 내리는 부활절.
늦잠을 자는 일요일답게 찌뿌둥함을 느꼈는데 아니나다를까 비였다.
착찹하게 조용히 종일 내리는 비.
일찍 성당으로 출발했다.
부활절이라 복잡할 거라는 예상이었다.
강론내내 나도 죽으면 영혼은 부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배반과 부인을 하게되는 어쩔 수없는 상황과 고통에서 보란 듯
부활했을 때 그를 믿고 따르던 이들에겐 어느 정도의 환희가 왔을까?
상상만으로도 …
아침에 TV 프로그램에서 회에 대한 얘기를 시종일관했다.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가 별로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양식이 영양가가
되려 높게 나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항생제 사용도 출하 3개월 전부터는 하지 않아서 거의 소멸상태로 먹게 된단다.
낚시광인 아저씨가 직접 잡아서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먹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먹고싶었다.
그래서 미사를 끝내고 달걀을 먹었음에도 못참고 회를 먹으러 갔다.
잠원동의 진동횟집으로..
3월~5월이 도다리 철이라니 도다리를 시켰다.
맛있었다.
모자랄 거 같았는데 먹다보니 배가 불러왔다.
처음처럼은 흔들어서 먹어야 알콜이 잘 퍼져서 소주맛이 잘 난단다.
술도 한 잔 했겠다, 잠도 오고 집으로 부지런히 와서 책보다가 1시간 잤다.
잠을 잘 청하는 방법은 책보기다.
아직도 배가 부르다.
쌀로풍 과자를 사왔는데 도저히 먹지 못할 거 같다.
기린의 쌀로 누룽지맛 풍 과자는 너무 맛있어서 중독성이다.
새로 알게 된 과자다.
별로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딸로 인해 알게 된 과자맛이다.
오늘 수퍼에 들렀을 때 한 봉지 사왔다.
맛있으면 한 박스를 사기도 한다.
테크노마트엘 영화보러 갔다가 시간이 안맞아서 되돌아 나왔다.
There will be blood를 보려했는데 밤 10시20분 밖에 없었다.
밴드 비지트를 보려고 했더니 4시40분에 한 차례였다.
좋은 영화는 손님이 몰리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다.
올라가다가 엘리베이터를 잘못 타 9층의 베란다에 내리게 되었다.
아래로 학교의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동네 성당이다.
동네 친한 레오씨가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1년반 전에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살이 조금 빠진 거 외에는 보기에 좋다.
악수를 하고 허그하고 .. 친한 사람이 건강하니 기분이 좋다.
그에게 부활절은 남다를 것이다.
테러
2008년 3월 23일 at 11:09 오전
제가 원래 시만 보면 알러지가 있는데.. 저 위에 시의 마지막 다섯 줄은
뭔가가 확 오는데요… 저는 굳이 용서하려고 안합니다. 그냥 미워할거예요..ㅎㅎ
그럼 부활 못할까요?…ㅎㅎ
Lisa♡
2008년 3월 23일 at 11:11 오전
테러님.
우리 생긴대로 살지요…뭐!
굳이 용서하기 싫으면
용서하지말고 그냥 그렇게–
은초롱
2008년 3월 23일 at 11:25 오전
성당 다니는것 첨 알았어요 ^^
오늘 출사 나갈려고 했는데 비바람이 심해서 주저앉았답니다
리사님은 하루종일 바쁘셨네요
3월~5월 도다리..
리사님 덕택에 조만간 바닷가로 직행해야 될 것 같은 예감이 휘리릭 듭니다..후후
Lisa♡
2008년 3월 23일 at 11:26 오전
은초롱님.
진짜?
별로 바쁘지 않았는데..ㅎㅎ
바닷가로 함 나들이 하세요?
Beacon
2008년 3월 23일 at 12:01 오후
처음처럼은 흔들어서? 첨 듣는 말이네요.. 정말인가요?, ㅎㅎ
Lisa♡
2008년 3월 23일 at 12:07 오후
진짜예요.
비컨님.
처음처럼 병의 뒤 편을 보면
그렇게 써있거든요.
저도 오늘 알았어요.
남편이 기르켜 주더라구요.
이효리가 그렇게 선전해요—ㅎㅎ
김진아
2008년 3월 23일 at 12:45 오후
부활절…
어제 남한산성 ..성지성당 올라갔었어요..
저처럼 냉담자에서 행불자가 그냥 아무런제제없이,
마음껏 기도하고,
머리 조아릴수 있는 곳이라,
이번에 벼르고 벼르고 올라갔더니..
더욱 좋습니다.
루시아자매님한테 그 이야기 했더니,
부활절 달걀로 맞을래?
ㅎㅎㅎ
오늘 식구수대로 엄청 갖다주셨어요..
래퍼
2008년 3월 23일 at 1:33 오후
민망한 부활절..
신앙생활 안하시는 시숙댁 조카딸 결혼식이었어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시부모님 모시고 한시간반전부터 제일 먼저 도착해서
손님치레 다 끝난 후 다시 모셔다 드려야하는 의무를 다하느라고
의지와 상관없이 부활절 예배를 못드렸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도 잘했다하시겠지요..
부활절 예배의 의미가 우리에겐 뜻 깊지만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사람답게 잘 살면서
이 세상에서 천국을 누리고 살기를 원하신다고 생각하거든요..
도다리회와 처음처럼..몹시 땡깁니다..
식구들이 날음식을 별로 여기니 어딜가야 맛을 보나..ㅎ
저는 익힌 음식보다 날음식이 더 소화가 잘 되더라구요..
오공
2008년 3월 23일 at 2:10 오후
이젠 시도 씁니까?
라고 댓글 달려고 했더니
네~정호승씨 꺼 엿어요?^^
시에서 리사님 글분위기가 나네요.
Lisa♡
2008년 3월 23일 at 2:28 오후
진아님.
달걀도 많이 필요하시겠어요.
애들이 많으니…색도 칠해가면서
먹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남한산성에 성지성당이 있었나요?
전 아직 몰랐나봐요.
혹시 구산성지는 아시나요?
당분간 냉담하셔도 이해하실 겁니다.
그 많은 애들데리고 움직이기도 어렵잖아요.
그러니…워리하지 마세요.
Lisa♡
2008년 3월 23일 at 2:31 오후
래퍼님.
아마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될 듯.
제 생각은 그래요–
집안 일을 먼저 우선하는 것을 신이 바라실 걸요?
집일을 내몰라라하고 예배만 드리면 오히려
화내실 거 같거든요.
뭐든 -수신제가치국평천하-잖아요.
그래–결혼식은 잘 치루셨나요?
오늘 제가 아는 분도 결혼식(딸) 하던데.
저녁에..비는 왔지만~비오는 날 결혼하면 잘 산다고하지요.
도다리회 언제 먹읍시다.
날 것이 더 맞다는 사람도 있군요.
Lisa♡
2008년 3월 23일 at 2:33 오후
오공님.
흐흐흐…감사합니다.
제가 정호승 시인보고 신부님 닮았다고 하면
겸손하셔서 그런 말하면 신부님께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어찌나 바른생활 사나이에 겸손하고 차분하신지..
오늘 주보에 실린 그의 글을 보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저는 시를 정말 못 쓴답니다.
ariel
2008년 3월 24일 at 6:55 오전
저는 미사도 안 갔네요.
한국에서는 성당에 예전 같이
가게 안 되네요..-_-
대신 chocolate 만 많이 먹고..
일 하고.. 저는 일요일이 제일
바빠서..
玄一
2008년 3월 24일 at 1:24 오후
Happy Easter!
부활절과 삶은’계란’,초코렛..
끝내 못참꼬 … 너무 솔직한 표현이 좋습니다…
아마도 ‘세꼬시’를 향긋한 깻잎이랑 상추랑 맛나게 드셨겠군요
몇년전에 먹은 맛에 입맛이 돕니다
Lisa♡
2008년 3월 24일 at 2:47 오후
아리엘님.
성당에 안가셨나요?
아고…아까워라.
달걀 드셔야하는데.
쵸콜릿 많이 드셨다는 이야긴
포스트에서 이미 봤찌요~~
Lisa♡
2008년 3월 24일 at 2:48 오후
현일님.
세꼬시랑 깻잎요..
저는 회를 먹을 때 상추에 싸서
먹지 않구요—회만 먹어요.
상추나 깻잎은 따로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