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3일 부활절

이 부활의 새벽에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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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죽은 나뭇가지 위에도

길가에 버려진 도둑의 신발 한 짝 위에도

너를 향해 날아가다가

결국 너의 이마를 쓰러뜨리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뒹구는 돌멩이 위에도

젊은 여자들이 가슴에 걸고 다니는

액세서리 십자가 위에도

라면박스와 신문지로 관 같은 집을 만들어

사이좋게 나란히 누워 있는

노숙자들의 검은 지하도 벽 위에도

신생아 중환자실 창가에 놓인

눈물 마른 화분 위에도

힘없이 홀로 흔들거리는

독거노인의 지팡이 위에도

막 하관을 끝내고 한 삽 흙을 뒤집어쓴

관 뚜껑 위에도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너를 미워하는

매일 용서하면서도 결국 용서하지 못하는

내 가슴 위에도

이 부활의 새벽에 꽃이 핀다.

이 부활의 아침에 꽃이 웃는다

*정호승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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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부활절.

늦잠을 자는 일요일답게 찌뿌둥함을 느꼈는데 아니나다를까 비였다.

착찹하게 조용히 종일 내리는 비.

일찍 성당으로 출발했다.

부활절이라 복잡할 거라는 예상이었다.

강론내내 나도 죽으면 영혼은 부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배반과 부인을 하게되는 어쩔 수없는 상황과 고통에서 보란 듯

부활했을 때 그를 믿고 따르던 이들에겐 어느 정도의 환희가 왔을까?

상상만으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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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TV 프로그램에서 회에 대한 얘기를 시종일관했다.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가 별로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양식이 영양가가

되려 높게 나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항생제 사용도 출하 3개월 전부터는 하지 않아서 거의 소멸상태로 먹게 된단다.

낚시광인 아저씨가 직접 잡아서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먹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먹고싶었다.

그래서 미사를 끝내고 달걀을 먹었음에도 못참고 회를 먹으러 갔다.

잠원동의 진동횟집으로..

3월~5월이 도다리 철이라니 도다리를 시켰다.

맛있었다.

모자랄 거 같았는데 먹다보니 배가 불러왔다.

처음처럼은 흔들어서 먹어야 알콜이 잘 퍼져서 소주맛이 잘 난단다.

술도 한 잔 했겠다, 잠도 오고 집으로 부지런히 와서 책보다가 1시간 잤다.

잠을 잘 청하는 방법은 책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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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배가 부르다.

쌀로풍 과자를 사왔는데 도저히 먹지 못할 거 같다.

기린의 쌀로 누룽지맛 풍 과자는 너무 맛있어서 중독성이다.

새로 알게 된 과자다.

별로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딸로 인해 알게 된 과자맛이다.

오늘 수퍼에 들렀을 때 한 봉지 사왔다.

맛있으면 한 박스를 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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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마트엘 영화보러 갔다가 시간이 안맞아서 되돌아 나왔다.

There will be blood를 보려했는데 밤 10시20분 밖에 없었다.

밴드 비지트를 보려고 했더니 4시40분에 한 차례였다.

좋은 영화는 손님이 몰리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다.

올라가다가 엘리베이터를 잘못 타 9층의 베란다에 내리게 되었다.

아래로 학교의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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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성당이다.

동네 친한 레오씨가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1년반 전에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살이 조금 빠진 거 외에는 보기에 좋다.

악수를 하고 허그하고 .. 친한 사람이 건강하니 기분이 좋다.

그에게 부활절은 남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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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1. 테러

    2008년 3월 23일 at 11:09 오전

    제가 원래 시만 보면 알러지가 있는데.. 저 위에 시의 마지막 다섯 줄은
    뭔가가 확 오는데요… 저는 굳이 용서하려고 안합니다. 그냥 미워할거예요..ㅎㅎ
    그럼 부활 못할까요?…ㅎㅎ    

  2. Lisa♡

    2008년 3월 23일 at 11:11 오전

    테러님.
    우리 생긴대로 살지요…뭐!
    굳이 용서하기 싫으면
    용서하지말고 그냥 그렇게–   

  3. 은초롱

    2008년 3월 23일 at 11:25 오전

    성당 다니는것 첨 알았어요 ^^
    오늘 출사 나갈려고 했는데 비바람이 심해서 주저앉았답니다
    리사님은 하루종일 바쁘셨네요
    3월~5월 도다리..
    리사님 덕택에 조만간 바닷가로 직행해야 될 것 같은 예감이 휘리릭 듭니다..후후   

  4. Lisa♡

    2008년 3월 23일 at 11:26 오전

    은초롱님.

    진짜?

    별로 바쁘지 않았는데..ㅎㅎ
    바닷가로 함 나들이 하세요?   

  5. Beacon

    2008년 3월 23일 at 12:01 오후

    처음처럼은 흔들어서? 첨 듣는 말이네요.. 정말인가요?, ㅎㅎ   

  6. Lisa♡

    2008년 3월 23일 at 12:07 오후

    진짜예요.

    비컨님.

    처음처럼 병의 뒤 편을 보면
    그렇게 써있거든요.

    저도 오늘 알았어요.
    남편이 기르켜 주더라구요.
    이효리가 그렇게 선전해요—ㅎㅎ   

  7. 김진아

    2008년 3월 23일 at 12:45 오후

    부활절…

    어제 남한산성 ..성지성당 올라갔었어요..
    저처럼 냉담자에서 행불자가 그냥 아무런제제없이,
    마음껏 기도하고,
    머리 조아릴수 있는 곳이라,
    이번에 벼르고 벼르고 올라갔더니..
    더욱 좋습니다.

    루시아자매님한테 그 이야기 했더니,
    부활절 달걀로 맞을래?
    ㅎㅎㅎ

    오늘 식구수대로 엄청 갖다주셨어요..

       

  8. 래퍼

    2008년 3월 23일 at 1:33 오후

    민망한 부활절..

    신앙생활 안하시는 시숙댁 조카딸 결혼식이었어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시부모님 모시고 한시간반전부터 제일 먼저 도착해서
    손님치레 다 끝난 후 다시 모셔다 드려야하는 의무를 다하느라고
    의지와 상관없이 부활절 예배를 못드렸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도 잘했다하시겠지요..
    부활절 예배의 의미가 우리에겐 뜻 깊지만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사람답게 잘 살면서
    이 세상에서 천국을 누리고 살기를 원하신다고 생각하거든요..

    도다리회와 처음처럼..몹시 땡깁니다..
    식구들이 날음식을 별로 여기니 어딜가야 맛을 보나..ㅎ
    저는 익힌 음식보다 날음식이 더 소화가 잘 되더라구요..   

  9. 오공

    2008년 3월 23일 at 2:10 오후

    이젠 시도 씁니까?
    라고 댓글 달려고 했더니
    네~정호승씨 꺼 엿어요?^^
    시에서 리사님 글분위기가 나네요.   

  10. Lisa♡

    2008년 3월 23일 at 2:28 오후

    진아님.

    달걀도 많이 필요하시겠어요.
    애들이 많으니…색도 칠해가면서
    먹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남한산성에 성지성당이 있었나요?
    전 아직 몰랐나봐요.
    혹시 구산성지는 아시나요?
    당분간 냉담하셔도 이해하실 겁니다.
    그 많은 애들데리고 움직이기도 어렵잖아요.
    그러니…워리하지 마세요.   

  11. Lisa♡

    2008년 3월 23일 at 2:31 오후

    래퍼님.

    아마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될 듯.
    제 생각은 그래요–
    집안 일을 먼저 우선하는 것을 신이 바라실 걸요?
    집일을 내몰라라하고 예배만 드리면 오히려
    화내실 거 같거든요.
    뭐든 -수신제가치국평천하-잖아요.
    그래–결혼식은 잘 치루셨나요?
    오늘 제가 아는 분도 결혼식(딸) 하던데.
    저녁에..비는 왔지만~비오는 날 결혼하면 잘 산다고하지요.
    도다리회 언제 먹읍시다.
    날 것이 더 맞다는 사람도 있군요.   

  12. Lisa♡

    2008년 3월 23일 at 2:33 오후

    오공님.

    흐흐흐…감사합니다.
    제가 정호승 시인보고 신부님 닮았다고 하면
    겸손하셔서 그런 말하면 신부님께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어찌나 바른생활 사나이에 겸손하고 차분하신지..
    오늘 주보에 실린 그의 글을 보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저는 시를 정말 못 쓴답니다.   

  13. ariel

    2008년 3월 24일 at 6:55 오전

    저는 미사도 안 갔네요.

    한국에서는 성당에 예전 같이
    가게 안 되네요..-_-
    대신 chocolate 만 많이 먹고..
    일 하고.. 저는 일요일이 제일
    바빠서..   

  14. 玄一

    2008년 3월 24일 at 1:24 오후

    Happy Easter!
    부활절과 삶은’계란’,초코렛..
    끝내 못참꼬 … 너무 솔직한 표현이 좋습니다…
    아마도 ‘세꼬시’를 향긋한 깻잎이랑 상추랑 맛나게 드셨겠군요
    몇년전에 먹은 맛에 입맛이 돕니다   

  15. Lisa♡

    2008년 3월 24일 at 2:47 오후

    아리엘님.

    성당에 안가셨나요?
    아고…아까워라.
    달걀 드셔야하는데.
    쵸콜릿 많이 드셨다는 이야긴
    포스트에서 이미 봤찌요~~   

  16. Lisa♡

    2008년 3월 24일 at 2:48 오후

    현일님.

    세꼬시랑 깻잎요..
    저는 회를 먹을 때 상추에 싸서
    먹지 않구요—회만 먹어요.
    상추나 깻잎은 따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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