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4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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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

상훈이가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

39세.

사촌동생의 남편(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촌이지만..)이다.

갑자기 소화가 안되어 병원을 가니 위암이라 했단다.

두 달이나 되었을까?

바로 수술을 했다.

식도와 위 사이 어중간한 위치에 생긴 종양이라했다.

위를 잘라내고 인공 위를 달았다.

그리고 3일 뒤 통증에 시달렸단다.

다시 병원–아무래도 이상해서 절개를 다시 해보니 갑자기 다 퍼져버린 종양.

한 달 정도 산다고 했는데 일주일을 못넘겼다.

믿어지지 않는다.

애들과 3년 전에 LA 그의 집에서 일주일간 뒹굴었는데..

착한 사람은 먼저 데려간다는 설이 이번에도 맞아 떨어졌다.

신이 정하신 일이지만 상훈이가 너무 아깝다.

그는 키 183에 몸무게 100키로였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했다.

아이가 2살, 8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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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정한 약속을 미루기가 뭣해 점심시간에 78세의 두 노할머니들을 만나러 갔다.

신식여성이라는 말보다 신가다 여성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두 여성으로

한 분은 시인이다.

보송보송한 빌로드 모자를 두 분 다 쓰시고 등장.

돌아가신 큰엄마의 옛친구들이시다.

누나가 혼자 만나지 기어코 날 데꼬 나갔다.

누나는 호텔서 점심대접에 차비까지 두둑한 봉투를 챙겼다.

외국살 때도 꼭 한국에 나올 적마다 불러내어 식사대접에 용돈을 드린다.

돈이 있다고 다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란 거 안다.

엄마 생각에 그러겠지만 두 분 다 자기 친딸보다 낫단다.

두 할머니 서로 알콩달콩 싸우는 폼이 귀엽고 먼 훗날 나와 옥이 모습같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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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이 일로 큰집에 들렀다가 넉을 잃고 슬픔을 같이 나누다가 일어났다.

슬픔을 나눌 수는 없지만 말없이 있어도 같이 있는 게 한결 나은 거다.

그 애의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까?

가슴에 묻는다는 자식을 이제 밥을 먹다가도 생각나 울 것이고

길을 걷다가도 울고, 하늘을 보다가도 그리울 것이다.

운전하면서 돌아오는 길은 허무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죽음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예전에 아버지가 인간의 완전함은 죽음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니체를 이야기하고 염세주의자들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상훈아…네 새로운 세계에서 더 씩씩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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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에 이상이 있는 ㄱ씨가 저녁먹잔다.

시간이 딱 맞아 떨어진다.

같이 알탕을 먹었다.

그리고 소바티를 마셨다.

가만이 있어도, 말없어도 편안한 인간유형에 그녀는 속한다.

잠시 후에 분당서 ㅎ#을 하는 카타리나가 오랜만에 전화다.

분명 내게 뭔가 물어 볼 일이 생긴 것이다.

그녀는 화장품도, 전자제품도, 머리파마도..내게 죄다 물어야 한다.

소바티나 마시러 오라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조금 심각한 질문이라는 건 만나러 나올 때 알아봤다.

뭔가 색다르고 재미있는 사업을 벌이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홍대 앞의 트렌드랑 하라주쿠를 이야기하다가 헤어졌다.

트렌드를 읽는 것.

그것이 앞서가는 조건 중에 하나이다.

아는 동생이 홍대 앞과 압구정동에 화들짝 이쁜 인테리어 소품집을 냈단다.

잘 된단다.

나만 비발전적이다.

비발전?

미발전이다.

요즘 장동건이 하는 통신사 선전 너무 좋다.

편안하게 사고하는 것..

애들 문제나 경기문제도 되는대로 적응하기로 마음먹으니 상당히 편하다.

살이 더 찌겠다.

바람이 제법 차다-꽃샘이 없을 줄 알았더니 내일 약간 쌀쌀하려나?

13 Comments

  1. 아멜리에

    2008년 3월 24일 at 4:09 오후

    좀 쉬었다가 다시 올게엽! 지끔 막강하게 피곤함…    

  2. 아멜리에

    2008년 3월 24일 at 10:12 오후

    누구의 죽음에 대한 걸 읽는 것도
    그렇네.. 아이들이 너무 어린데, 으짜나?
    심한 비만도 아니구만, 기름진 음식, ㅊㅊ,
    나도 나쁜 식습관 조심해야하는데.. 잘 안되요.

    맞어 비오구 나니깐 쌀쌀해요..

    빌로도 모자 쓴 귀여운 할머니 두 분 머릿 속에 그리니 기분이 좀 좋아지네요.
       

  3. Lisa♡

    2008년 3월 24일 at 10:56 오후

    아멜리에님.

    식습관이 인생을 좌우한다니깐요.
    어쨌든 기름진 음식은 좀 피하는 게 상책이죠?

    두 할머니…ㅋㅋㅋ
    한 분은 추은희씨라고 시인이세요.
    히히히….너무 꼬장꼬장하니 귀여워요.
    그렇게 야무지게 늙어가는 방법이 뭐냐고 했더니
    자기에게는 문학이 있잖아..그러시는 거 있죠.
    문학 좋은 말이지요?   

  4. 김현수

    2008년 3월 24일 at 11:24 오후

    불혹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시동생의 명복을 빕니다.
    인명은 재천이 맞는지도 모르 겠네요.
    그리고서, 칠순후반의 두할머니와의 미팅이야기가
    묘한 대조를 이루네요.
    이쁘고 고운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건강이 제일이겠지요..   

  5. Lisa♡

    2008년 3월 24일 at 11:42 오후

    현수님.

    시동생은 아니고 굳이 치자면
    시누이뻘되는 사촌동생의 제부인가요?
    아니면 시아주버이님이라고 해야되나?
    뭐–중요한 건 아니고
    할머니들이 이렇게 즐거운데 그 짜식.
    덩치값도 못하고….쯧.
    건강하세요.   

  6. ariel

    2008년 3월 24일 at 11:50 오후

    나 저 광고 보고 싶은데..

    그리고 우리는 조블 적어도 80 넘어 까지
    해야하는데 기름진 음식 많이 먹지 말자고요..
    일찍 가면 퀸 다이어리도 없고 내 ^^ 폴더도
    없으면 조블 인기가 내려갈 듯..

    그리고 우리 손녀 딸 들도 대리고 다니며
    놀아야지..    

  7. Lisa♡

    2008년 3월 24일 at 11:58 오후

    아리엘님.

    저 광고..메인시간댕 하던데.
    너무 좋아요.
    욕조같은데 누워서 전화기 쳐다보며
    말하는 거 글자로 그대로 나오는데.
    음…찾아보세요.
    아니면 내가 오늘 저녁이나 외워서 여기 적어 볼께요.
       

  8. 테러

    2008년 3월 25일 at 1:27 오전

    아…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아서…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내시경 하기가 겁나서…ㅠㅠ    

  9. 김진아

    2008년 3월 25일 at 7:36 오전

    돌아가신 분도…마음이 아프지만,
    남아있는 가족에게 생각이 더 남게 됩니다.

    오늘 날씨, 매우 추워요..바람이 매섭네요..
    이번주는 계속이렇답니다.

    건강항상..조심하셔요..
    저도..열심히, 건강챙기겠습니다..
       

  10. 이영혜

    2008년 3월 25일 at 7:51 오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쩌면…표현을 이렇게 잘한댜?   

  11. Lisa♡

    2008년 3월 25일 at 10:37 오전

    테러님.

    겁나도 해야하거든요.
    그런데 실은 저도…
    겁이 늘상….요새 속도 안좋고.   

  12. Lisa♡

    2008년 3월 25일 at 10:38 오전

    진아님.

    아버지, 어머니 마음이 오죽할까
    그 생각 밖에 안나요.
    부인과 애들보다 더 부모가 걱정되네요.
    그 외이프도 그 다음으로~~

    에고 오늘 바람이 불긴 붑니다.
    비도 추적거리구요.   

  13. Lisa♡

    2008년 3월 25일 at 10:38 오전

    영헤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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