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 광화문을 지나다

봄날_119.jpg

나의 문젯점을 파악했다.

주제파악을 못한다는 것이다.

자기의 처해진 환경이나 자신의 태생을 모르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 친구따라 강북가서 평창동의 떠오르는 빌라단지를

돌다보니 자신이 참 한심했다.

대걔는 부인이 재테크를 해서 부를 모아 나가고한다는데

내 경우는 부의 축적과는 먼 거리로 살았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그저 예쁜 것 사러 다닌다거나 재미만을 찾아서 살아온 것이다.

부끄럽다.

물론 그렇게 즐겁게 산 사람있으면 나와봐라고 할 만 하지만

돌이켜보니 정말 속절없이 세월만을 보낸 것이다.

친구는 방배동서 사는데 평창동으로 이사할 생각이 있단다.

이런 점들에서는 주로 난 지겨워하는 여자였다.

부동산 얘기라도 나오면 하품이 나오던 여자였다.

봄날_101.jpg

교보빌딩 앞을 지나 수색 쪽으로 가다가 자하문 터널을 지나 평창동으로 갔다.

야광 비닐을 엇 세로로 두른 경찰들이 많이 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질서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차들도 예전보다 더 잘 빠지는 기분이고 막막하던 길이 아니었다.

숭례문은 깨끗한 칸막이가 둘러 쳐 있었고 여러 곳에서 문화적으로 업 그레이드 되는 모양이다.

시청 앞 광장에는 부처님 오신 날 탓인지 커다란 종모양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빌딩들도 평범한 건물보다는 멋을 낸 스타일리쉬한 빌딩들이 도시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랜드마크라고 굳이 말할 수 있는 건물은 아직 없다고 본다.

현재로는 세종문화회관이나 교보빌딩 정도가 광화문을 대표한다.

자하드가 동대문 근처에 랜드마크를 동네와 어울리게 잘 건축하리라고 생각한다.

봄날_104.jpg

효자동을 지나는데 살짝 골목 안으로 보인 기왓집에 친구가 난리다.

저런 곳을 다 보고프다고 하며 언제 나오잖다.

우리는 홍대 앞과 효자동, 삼청동을 하루 기약하며 돌아섰다.

오늘 배낭을 하나샀다.

여행다니고 놀러 다니려고 결정한 것이다.

효자동 이발사가 있나 찾아도 보고, 삼청동의 구석구석을 훑어 보자고 약속.

그래도 마음맞는 친구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어느 날 홍대 앞과 청와대 주변을 샅샅이 걸어서훑어야지..다짐한다.

삼청동은서울서 가장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곳이다.

이쁜 상점들과 식당들로 향기와 풍경이 그득하다.

난 삼청동에 가면 꼭 유럽 온 기분이다.

프라하의 황금소로가 떠오르는 날이다.

아침에 침대에서 기상하자마자 들뜨는 기분이더니 오늘 전화한 사람들은

목소리가 아주 밝아졌단고 한다.

봄날_100.jpg

일기랍시고 끄적거리며 하루 일과를 적어보다가 잠이라도 쏟아지면

글은 비공개로 돌리고 바로 잔다.

예전같으면 무시하고 하던 일하고 책읽고 한참있다가 새벽 1시쯤 잘텐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기만 하니 나도 몸의 나이는 못 이기나보다.

어쩔땐 엄마처럼 끄덕끄덕 졸기도 하니 잘난 척은 그만해야겠다.

한 때 불면증에 걸려 잠을 못자본 경험이 있는지라 졸리는 기운을 사랑한다.

밥을 먹기 싫은 적이 없다보니 입맛이 없는 날도 사랑한다.

야무진 적이 없다보니 누가 야무지고 새침때기 같다고 해도 좋아서 흐물거린다.

여자답다고 하면 더 없이 좋기만 한데 이유는 늘 내가 남자같아서다.

남자로 태어났다면 더 멋지게 살았을텐데…

봄날_121.jpg

아이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강론시간에 목사님께서 우리 아이들을 거론하면서

너무 좋은 아이들이 들어왔다며 칭찬을 오랫동안 하셨단다.

(이 말도 아이들한테서는 못듣는다, 남에게서 듣는다)

내 아이들이지만 봉사정신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정말 뛰어나다.

그런 점수로 치자면 하버드나 프린스턴 가도 남을 아이들이다.

엄마의 교육이 아니라 절로 그렇게 태어났다.

입에 침이 튀도록 칭찬해도 모자랄 정도로 착하고 됨됨이가믿음직하다.

장애인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고 상당히 괴로워하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어떤 엄마들은 내게 직접 전화를 해서우리 아이로 부터 받은 고마운 일들로

감동받았다며 어떤 형식으로든 말하고 싶었다고 전하는일들이 많았다.

무조건 네가 손해를 좀 보더라도 남을 먼저 생각해라고 늘 입버룻처럼 말하긴 했다.

우리 아이들이 잘 하는 건일단은 솔선수범이다.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학교에서나 어디서나 소문은 금방나서

모든 사람이 내게 전화한다.

"엄마랑 어쩌면 그렇게 달라요?"

^^*

네에—엄마랑은 100% 다릅니다요~~

12 Comments

  1. 테러

    2008년 5월 1일 at 12:25 오전

    설마.. 엄마랑 그렇게 다르냐고 말할까요…..ㅎㅎㅎ

    예로부터 자식 자랑은???    

  2. Lisa♡

    2008년 5월 1일 at 12:42 오전

    테러님.

    저는 본디 입만 열면 자랑만 합니다.
    왜냐하면 담아두면 병이 나려고 하거든요.
    그리고 기분이 좋을 땐 좀 떠들어 대야지요—
    히히히….
    엄마랑은 쫌 많이 딴 판입니다.
    다들 그래요..엄마 안 닮았다고.
    유전인자가 좋은 것들만 뽑힌 게 틀립없습니다.   

  3. 슈에

    2008년 5월 1일 at 2:57 오전

    베낭 많을텐데 ..또 사요?ㅎ

    리사님처럼 하루를 재미있는 일로

    꽉 채우는사람 아주 드물다는것은 아시죠?ㅋ

    매일 매일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그 술술 풀어대는 글솜씨에 늘 감동하며..   

  4. 오공

    2008년 5월 1일 at 3:30 오전

    뭐라고 댓글 쓸라 했는데
    하도 본문 내용이 다양해서 잊어먹었어요.   

  5. Lisa♡

    2008년 5월 1일 at 10:50 오전

    슈에님.

    알고 있답니다.
    정말 그런가봐요.
    재미있으시다니 감사하구요.
    홍콩 날씨는 요즘 어때요?
    덥죠?
    슈에님.
    맛난 거 좀 많이 먹고 살 조금 더 찌시길~~   

  6. Lisa♡

    2008년 5월 1일 at 10:51 오전

    오공님.

    까먹었구나………
    음…………
    다양함이라
    적어도 지겹진 않겠네요.
    히히히—
    그나저나 5월은 한가하다구?   

  7. 래퍼 金愛敬

    2008년 5월 1일 at 12:41 오후

    아니 엄마랑 똑 닮았구만~
    콩 심은데 콩 났자나여..
    대체 뭐시가 다르단 말씀일꼬..^^   

  8. Lisa♡

    2008년 5월 1일 at 2:47 오후

    래퍼님.

    엄마는 고마 천방지축이고 아그들은 범생이들이라예.
    글고 엄마는 일 하기 싫어해요/ 아그들은 솔선수범이고.
    뭐— 그 정도로만~~   

  9. 볼레로

    2008년 5월 1일 at 3:55 오후

    자식 자랑은 많이 떠들어도 듣기에 좋습니다^^
    훗날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10. shlee

    2008년 5월 1일 at 11:15 오후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엄마랑 안 닮았다고…
    그중 하나는 엄마랑
    꼭 닮았던데…
    딸 ^^
    조케따..
    좋은 소문 나서~
    우리 딸은 요즘 날이 갈수록
    유전자의 힘을 실감한다고…
    아빠랑 너무 닮은 자기 모습…
    점 점 더 닮아 간다고 …
    좋은 유전자만 택하면 좋으련만
    별로 좋지 않은 걸 택했다는게 밝혀지는 요즘…
    성격이나 키..
    그런 점이 찔리는지
    남편은 매일 전화로
    오늘 얼마나 컸는지 물어요
    그럼 딸은
    내가 뭐 신생아야?
    콩나물이야?
    어떻게 하루가 다르게 크냐고~
    불평
    물론 전화 끊고
    저에게만 …
       

  11. Lisa♡

    2008년 5월 2일 at 11:16 오전

    볼레로님.

    반가워요–어느 새 5월입니다.
    새 포스팅 보러 갈께요.
    오늘 이제야 들어왔어요.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참석하느라
    종일 서 있다가 들어왔답니다.
       

  12. Lisa♡

    2008년 5월 2일 at 11:20 오전

    쉬리님.

    콩나물…후후후.
    닮는다는 거 무서울 정도예요.
    우리 딸이 저 닮았다니 고맙습니다.
    제 눈에는 저보다 훨배 이쁘 거든요.
    하긴 저도 그 나이에는 이뻤겠지요.
    우리딸도 키가 안 크네요.
    걱정입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