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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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 청소기라 꽤 큰 청소기를 꺼내어 집안 구석구석의 먼지를빨아들이는 일은

절로 땀이 나게 만드는 일이다.

잠깐동안의 시누이의 전화를 받고나서 집안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치찌개를 만들고 상황버섯을 끓이는 와중에 빨래를 두번이나 돌리고

심지어는 손빨래도 몇 개 해치웠다.

창틀에 하얗게 앉은 먼지들도 걸레로 걷어내고 발판들도 탁탁 털어서 세탁을 했다.

오랜만에 난 부신 햇살을 그냥 보내기도 아쉽고 개털들의 향연을 이제 끝낼 때가

되었기에 팔을 걷어 부쳤다.

일주일에 한 번은 도우미를 쓴다.

그런데 이 도우미아줌마는 도통 청소랑은 상관이 먼 사람이다.

왜 남의 집 일을 다니느지 모를 지경이다.

너무 얌전해 말도 없고, 뭐가 모자라 내게 말했는데 이 깜빡이가 사다주지 않으면

자기 돈으로 그냥 사오고 마는 사람이다.

내가 땅바닥에 다이아몬드를 아무렇게나 두고 나가도, 돈을 휙하니 던져 놓고 나가도

정말이지 그대로있는 그것만은 확실한 사람이다.

문제는 이 아줌마가 청소는 아주 확실하게 못한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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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하지않다가 하게되면뿌리를 뽑는 내 눈에 그녀는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창틀은 아예거들떠 보지도 않는지 오래된 먼지가 몰려있었고, 빨랫대에는 중간에

파인 부분들이 있는데 거기에 먼지가 앉아 베이지색으로 변했다.

걸레로 내가 구멍마다 다 닦고, 주변까지 다 닦는다.

빨래도 걸 때 탁탁 털어서 걸면 곱게 마르는데 그냥 대충 걸어서 늘 다려야한다.

이중으로 손이 가게 한다.

화장실의 치솔통과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있는데 안보이는지 그대로 놔두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그대로 간다.

아예 내가 씻어버리고 만다.

왜 쓰냐구요?

너무 착하고 뭐든 돈같은 거 관리 못하는 내가 믿고 맡기기엔 안성맞춤이지요.

말을 하면 다 하는대로 듣긴한데 나보다 연상인데 맨날 이래라~저래라~하기도 그렇고..

오늘 눈에 보이는 많은 걸 닦고 쓸고 씻고 정리했다.

12시가 훌쩍 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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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하는 사람들이야 지겹다고 아우성이겠지만 (전업주부싫다는 오공도 난리겠지만)

이불털고 개고아이들 책상 정리하는 게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마루에 묻은 오래 된 때를 닦으니 진다.

발판들에선 무슨 먼지가 그리도 많이 나는지 털어도 털어도 끝이 없다.

외출을 좀 줄이고 이제 집안 일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김치냉장고에는 무슨 물이 흥건한지 가끔 닦아내는데도 또 물이 흥건하다.

한참을 청소하는데 가짜 친정엄마인 AB형의 그녀가 또 한보따리 야채를 싣고 왔다.

흥감하다.

파, 호박, 깻잎, 노각, 고구마줄기, 토마토까지….완전 유기농으로.

이 은혜를 어떡하나.

이제 깻잎을 씻어서 양념장에 절여야겠다.

고구마줄기도 삶아서 무쳐놔야 저녁에 먹지.

갑자기 헬렌니어링 생각이 나면서 정말 인간은 농사짓고 거기서 나는 땀 흘린

농작물을 먹어야 살맛이 날거야…라고 되뇌인다.

일을 매일하다보면 가정사라는 게 진저리가 나고 밥만 안해도 좋겠다란 생각든다.

그런데 내 경우는 밥하는 거 싫었던 적은 없는 모양이다.

별로 그랬던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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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에 묻은 때까지 벗겨내고, 개수대의 물받이 통을 깨끗이 분리해서

속의 때까지 말끔이 씻고, 화장실의 벽에 낀 때는 락스를 뿌리고 참 주부는

할 게 많은 사람이다.

신발장 정리도 해야지, 빨래개어야지, 그러다보면 저녁준비를 해야하고..

매일 이렇게 일에 치여 하루를 보낸다.

청소랑은 손놓고 산 지가 꽤 되어서인지 새록새록 즐겁고 눈에 하나하나가

벗겨낼 것 천지다.

딸의 방은 어쩌면 그렇게 머리카락이 많은지.

나의 사춘기에도 저랬을까.

지우개 쓰다가 버린 찌꺼기에 휴지에…물통에…꾸겨 박은 옷들에.

아들은 도너스처럼 벗어던진 바지들이 곳곳에 있다.

묶은 김치는 큰 통에서 작은 통으로 옮기고 큰 통은 걸거치니 버려야겠다.

요즘 찬기도 유리로 다 바꾸는 중이다.

한때 플라스틱 중에서도 제법 괜찮은 걸로 골라봤지만 결국 찬통은 유리다.

내열강화유리로 좀 비싸긴한데 세일때 이용하면 괜찮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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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대처럼 잔잔한것들이 많은 부분들은 청소기의 작은 털개를 끼워서

먼지만 빨아들였더니 제법 깨끗해졌다.

무슨 먼지가 이렇게도 많은지 이게 다 인간들한테서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날라 온 고지서랑 책들, 브로셔들을 오후엔 정리할예정이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깨끗해진 집을 보게 되겠지.

습기 찬 집안에 개 두마리에..손님들로 북적거린 집안이 오랜만에 개운타.

오늘저녁도 집에 있는 반찬으로 대충 때우는 게 냉장고 정리를 돕는 길이다.

냉동실에서 이것저것 다 꺼내 놓았다.

저녁거리로 충분하고도 남는다.

왜 진작 이렇게 살지 않았나 모르겠다.

이런 유쾌한 기분이 언제까지 갈런지 모르나 집안 일을 하는 즐거움을 오전내

만끽했던 건 사실이다.

하나하나 깔끔하게 되어지는 그때의 기분.

이제 쉬었으니 다시 정리에 돌입해야겠다.

어디 먼지없나요?

30 Comments

  1. 오공

    2008년 8월 4일 at 4:51 오전

    집안 일을 스포츠로(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집안 일 깨끗이 합니당   

  2. 김진아

    2008년 8월 4일 at 5:29 오전

    정리하는 기분..끝내주거든요..
    그래서..전 설겆이가 제일 좋아요..^^

    반찬만드시는것 보니까..
    비슷한 모양새에..저혼자..좋아라 하고 있어요..
    뒷통수에서..남편이 바부탱이..그러구요 ㅎㅎㅎ

    항정살볶고 남은 고기는..아침에 잘게썰어, 묵은지김치랑,
    볶음밥으로 때우고..
    미역국 살포시 끓여서, 식혀놓고,
    사리라면 넣어..스프라면대신으로 방학동안 먹일려고,
    팩에다 담아 냉동실로 직행시켰습니다
    옥상에 심었던 애기열무를 절였다가, 담았는데..
    양념장이 너무 짜게 되어, 미숫가루 넣어,
    적당한 간으로 만들구요..

    조오기 위에..땅콩조림이요..범준이가 엄청좋아하거든요..
    밥도 안먹고,,고 작은 통통한 손으로 마구잡이로 먹는답니다..

    아우..리사님 정리하시는데..제가 왜 덩달아 기분좋은지 모르겠어요..^^

    오공님의 스마일때문에..더욱 그런가 봅니다. ㅎㅎ

    오늘도..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3. Beacon

    2008년 8월 4일 at 6:54 오전

    마지못해 하게되면 짜증스런 일일거고..

    즐겁게 하면 즐거운 일이겠지요.. ㅎㅎ

    저도 청소도 책상정리도 잘 안하는 편인데 한 번 시작하면 했다는 표가 확 나게 하지요..

    그 했다는 표가 글쎄요.. 한 일주일 쯤은 가나? 그러고는 또 몇달간 그냥 그대로 그렇게.. ㅎㅎ   

  4. 광혀니꺼

    2008년 8월 4일 at 8:36 오전

    리사하트님도 살림하시는구나….

    흠..

    것두
    아주
    잘…

    흠..

       

  5. 데레사

    2008년 8월 4일 at 9:59 오전

    리사님
    살림솜씨가 아주 좋으시네.
    반찬도 잘 만드는것 같고….

    나는 왜 집안일은 언제나 대충대충인지
    완전히 불량주부, 부러워만 하고 갑니다.   

  6. 지니

    2008년 8월 4일 at 10:16 오전

    우와 마음까지 시원하시겠어요..
    저도 구석 구석 청소를 해야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아서.. 계속 미루고 있어요.   

  7. Lisa♡

    2008년 8월 4일 at 11:21 오전

    오공님.

    놀리는 거 맞죠?
    흥……..
    스포츠라니…..
    히히……
    깨끗하기는 하넹~~   

  8. Lisa♡

    2008년 8월 4일 at 11:22 오전

    진아님.

    열무김치 짜게 되었을 때 미싯가루요?
    깜짝이야….
    진짜 그렇게 하면 되나요?
    몰랐는데 또 어디에 넣어요?
    그런데 국물이 걸쭈해지지는 않나요?
    또 색다른 거 진아님만 알고있는 걸
    갈차줘요~~   

  9. Lisa♡

    2008년 8월 4일 at 11:23 오전

    비컨님.

    저도 사실 며칠은 못갑니다.
    오늘 책상정리는 못했어요.
    시누이집에 가느라고 말입니다.
    오후까지 죄다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래도 남자들이 은근히 청소 확실하게 하더라구요.   

  10. Lisa♡

    2008년 8월 4일 at 11:24 오전

    광여사.

    날 뭘로 보는거야?????
    나 살림 잘해……………
    덜렁이라서 그렇치~~   

  11. Lisa♡

    2008년 8월 4일 at 11:25 오전

    데레사님.

    저는 요리는 자신있는데 일품요리를 잘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짭질하게 잘하는 편은 아니구요.
    그렇게 잘 한다고 하면 조금 미안하네요.
    보통 때 하지않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보충하려는 거지요.
    아이들이 있으니 신이 나서 그런가봐요.   

  12. Lisa♡

    2008년 8월 4일 at 11:26 오전

    지니님.

    마음먹지말고 바로 시작해야해요.
    저도 해야지..해야지..하다가 시간 많이 보냈습니다.
    바로 시작하세요….
    지니는 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요정인데
    청소해달라고하면 바로 다해줄~~   

  13. 광혀니꺼

    2008년 8월 5일 at 12:17 오전

    그려요~
    누가 뭐라햇어요?
    아주

    하신다고 햇잖아요~
    ㅎㅎ

    더워요~
    감기조심하세욤~

    ^^*

       

  14. Lisa♡

    2008년 8월 5일 at 1:00 오전

    광여사..

    조금 시원해지면 짱구데불고 놀러와봐…
    내가 잘 데꼬 놀테니까..
    벌써 아이들한테 이 다음에 애 낳으면
    내가 다 키워준다고 약속해버렸네…
    나중에 뱐할지 모르지만 현재로는 그래요.   

  15. 광혀니꺼

    2008년 8월 5일 at 1:36 오전

    예~

    차도 마시고
    이쁜 세아이들도 보고
    그래요~

    ^^*

       

  16. 東西南北

    2008년 8월 5일 at 5:01 오전

    외국에 오래살다가 가끔씩 한국에 오면 부러운 것이 우리 먹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먹음직한 사진을 보니 군침이 절로 돕니다.   

  17. manbal

    2008년 8월 5일 at 7:38 오전

    리사님 맨위의 것은 청포묵 무침인가요?
    냉큼 밥 한그릇 가지고 가면 다 먹어볼 수
    있을텐데…..

    부지런 하세요.
    그 많은 일을 얼렁 해치우시고
    일 전혀 안하시는 것 같았는데…..   

  18. Lisa♡

    2008년 8월 5일 at 8:15 오전

    동서님.

    맞습니다.
    다음엔 미리 갈곳과 동네를 지적해주세요.
    먹거리라면 제가 서러워라할 정도잖아요.
    그러니 미리 귀뜸하시면 몇군데 추천해드릴께요.
    남북님의 손수 문자를 접하니 감개무량하여서요.
    그래….여독은 잘 풀고 계시지요?
    부럽습니다.
    계획대로 사시는 모습이요~   

  19. Lisa♡

    2008년 8월 5일 at 8:16 오전

    맨발님.

    청포묵 맞습니다.
    저는 사실 자런 것보다는 맨밥에는 물 말아서
    멍게젓이나 명란젓이 더 낫던데…
    하긴 없어서 못먹지요~~
    에구 지금도 배불러요.
    저 일 잘 합니다.
    그리고 번개처럼 한답니다.
    퍼떡퍼떡 하지요..치워가면서.
       

  20. Flyfish

    2008년 8월 5일 at 12:00 오후

    ㄹㅅ님!

    살림도 잘-하시네—모처럼 주부 같아요…

    집안 청소도 너무 꼼꼼히 하려면 잔소리가 많아져…신랑이 피곤해 지지 않을까요…?
    워 매- 내 이야기 하나…ㅎ

    청소란 모름지기 저-위에 오공님! 야그대로 스포츠로 해야 덜 피곤해…
    집안일 후에 사진처럼 맛난는 것들 입-맛 땡기겠네…
    어-후, 살찌는 소리—

    모름지기 참아야 혀—참을성이 있을까요…ㅎ
       

  21. t루디

    2008년 8월 5일 at 12:13 오후

    똑순이 아지매..몬하는 기 없넹!
    멋 부리구 맛 나는거 찾아 다니는 일 못지않게..

    마당발에..
    말빨있지..
    글빨있지..
    살림 잘해..
    세상 돌아가는 위치 빠삭..
    섬세, 따근한 심장 가졌지
    자식들 사랑 끝내주지..

    흠.. 넘 많아서 다 열거 몬하겠넹!
       

  22. 東西南北

    2008년 8월 5일 at 1:59 오후

    사실 남북은 리사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제이름으로 로그인해서는 제일 먼저 보는게
    제블로그가 아니고 리사님 블로그입니다. "내거는 안보냐?"고 했더니 "니나 봐라" 하데요.   

  23. Lisa♡

    2008년 8월 5일 at 10:54 오후

    ㄴㅊ님.

    저 모처럼 주부맞습니다.
    이제 어디가면 별명을 모처럼 주부로 해야겠네요.
    그리고 ㄴㅊ님은 잔소리쟁이?
    잔소리라는 말이 참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스포츠로 집안 일이라~~   

  24. Lisa♡

    2008년 8월 5일 at 10:56 오후

    트루디님.

    아침부터 붕~~뜹니다.
    이러다가 떨어질라요.
    저 그런 사람 맞습니다..히히..
    제 친구들이 들으면 욕합니다.
    다 열거하려면
    몇 박걸리겠지요?
    잘난 척이 병이라니까….   

  25. Lisa♡

    2008년 8월 5일 at 10:57 오후

    동서님.

    아고 흥감시러버요~~
    진짭니까.
    이제부터 더 재미있는 블로그로 운영해야겠네요.
    시간도 없으신 분이 봐주신다니
    갑자기 부끄럽사옵니다요.   

  26. ariel

    2008년 8월 6일 at 11:19 오전

    글 읽는 것도 숨이 가빠요..ㅋ
    나도 집안 일 하는 것 별로인데
    다행이 하느님께서 나쁜 성격을
    주셔서 더러운 것을 못 봐 그나마
    청소 좀 하고 살아요. 나도 도우미
    언니 오는데 중간 중간 치워야
    하잔아요.. 아이들과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세요..^^   

  27. nancy

    2008년 8월 6일 at 1:08 오후

    와~ 리사님 덕분에? 낸시할머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내가 마음만 먹고 손 못대고 있는 집안일을 하루에 다 해치우셨다니
    역시 수퍼우면은 다릅니다.
    근데 일 끝내고 저위에 반찬으로 저녁 식사 맛있었죠?
    입맛 다셔지네요. ㅈㅈㅈ   

  28. Lisa♡

    2008년 8월 6일 at 1:16 오후

    낸시님.

    네………………..   

  29. 백작

    2008년 8월 12일 at 4:50 오전

    우리가 누누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말씀…
    텔레비젼에서.. 라디오에서..신문에서..

    "집안일 해도해도 끝이없고 표도 안난다"

    그래도.. Lisa♡님
    오랫만에 쓸고딲고 맹글고 하셨으니 표시 확실히 날 듯 해효…ㅎㅎ

    반짝반짝….   

  30. Lisa♡

    2008년 8월 12일 at 1:41 오후

    백작님.

    오랜만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실로 오랜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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