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6일 매동에서 시작을…

지리산_001.jpg

지리산길을 300km 조성을 하는 계획이 2012년에 완성될 예정이란다.

미리 시범구간을 34km 조성했다는데 MBC-TV에서 방영을 한 걸 보고 너무 아름다운

가을들녁에 반한 K가 나서자고 졸라서 본래 속리산이 계획이던 모임에서 몇명이 빠져서

지리산을 무리한 동행을 나섰다.

인터넷에 지리산길 치면 상세한 설명이 나오지만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많다는 걸 가보고 알았다.

그다지 높은 산을 즐기는 스타일들이 아니라 (내가 그래도제일 유경험자임) 겁은 났지만

우리에겐 민박이라는 땡기는 구미가 있었기에 동해서 일을 치고 만 것이다.

물론 일을 치는데는 전적으로 나의 구애작전이 주효했지만..

우선 남원으로 가기로 합의- 인월에 있는 지리산걷기센터를 찾아가기로 합의.

고속터미널에서 만났는데 이런 저런 핑계와 정리등으로 우리는 오후3시20분 버스를 탔다.

11시전에 준비가 다 된 나로서는 짜증나서 미칠 뻔 했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떡파는 할머니..끈질기다.

결국 1000원어치 사고마는 나—–남원가시는 분, 할머니를 피할 수는 없다.

지리산_002.jpg

남원에서 인월을 거쳐 시작지점인 매동마을까지 가려니 시간이 어중간했다.

전화로 매동에 미리 방을 구해놓고 우리는 남원에서 뱀사골가는 버스를 타고 매동에 내려달라고

기사아저씨께 얘기를 했더니 기꺼이 그러마고 했다.

인월에서 타는 아줌마의 까만봉투를 잡고 늘어지는 기사 아저씨는 다짜고짜 뭐냐면서 못태운단다.

그러자 은행인데 꽁꽁 싸맸다면 냄새 안난다고 아줌마도 맛불이다.

결국 옥신각신끝에 출발, 아저씨는 서울서 온 아줌마들과의 이야기로 우리를 매동을 훨씬 지난

곳에 떨어뜨려준다, 그것도 은행아줌마가 지났다고 말해줘서 겨우 내린 것이다.

밤길을 걷는 건 무섭지만 여러 명이라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숲에서 나는 자연의 내음과 맑은 공기, 뿌우연 하늘에 떠있는 달과 안개.

드디어 발견한 매동마을…자그마한 옹기종기 80세대정도 모여사는 마을이다.

도돼체 마을회관 옆 길로 올라와 조금 높게 보이는 집이라는데 어두운 밤에 어캐 찾지?

골목길에 지팡이를 짚은 꼬부랑 할머니가 어캐 이리 늦었노하시며 기다리느라 한참을 서 있었단다.

이구동성으로 기사아저씨 때문이라고 외친다.

지리산_004.jpg지리산_005.jpg

전라도 지리산 기슭의 매동마을의 밤은 깊다.

아무 것도 할게 없는 시골의 밤.

우리일행 외에도 아가씨 두명이 새로지은 현대식별채에 머물고 있다.

할머니 옆방은 여성이 한 분…간도 크다.

우리는 군불을 미리 지펴 논 시골방으로 낙착해 커다랗고 길죽한 방으로 든다.

구질구질한 주변의 정리만 대충하면 괜찮을 집이다.

문창호지가 공연히 새색시의 신혼방을 연상시킨다.

손가락에 침이라도 발라 구멍이라도 뚫어볼까나?

다들 두런두런거리다가, 시골밤은 할 일 없어서 애나 많이 낳겠다 그러면서

낄낄거리다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한다면서 서둘러 잔다.

집 떠나면 잠을 잘 못자는 나도 이제 늙었는지 잠에 바로 골인.

지리산_007.jpg

지리산_008.jpg지리산_009.jpg

고사리 할머니 방이다.

아들만 4명을 둔 할머니는 20살에 이리로 시집와서 여태껏

38년을 살았단다.

이제 매동마을도 사람이 많이 찾아올거라며 할머니는 좋겠다고 내가 말한다.

할머니가 나는 자기방에서 자란다.

꼬부라진 허리가 새색시때 고추밭에서 다쳤는데 여지껏 구부리고 산단다.

인상좋은 할머니집은 작은 언덕위의 집으로 마을 아래가 보인다.

방에는 오래된 미싱과 벽에 걸어 논 가족사진들이 전부다.

단촐한 방이다.

이러고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데 우리는 뭐가 그리 많이들 쌓아놓고 사는지..

가끔 이런 모습들에서 나의 과욕이 부끄러워진다.

늘 그러고도 부족해하는 내가 미안타, H는 그래도 필요한 건 다 있어야 한단다.

속물가트니라구~~ㅎㅎ

지리산_010.jpg

김미우할머니다.

인상좋은 할머니는손님이 오는 날이 제일 좋단다.

혼자만 있다가누가오니 재미있기도 하고,사람사는 것 같단다.

날더러 자주 오란다.

아침에 콩을 한 보따리 주셔서 내 가방에만 몰래 집어넣었다.

밤에 사과를 숫자대로 4개 주시길래 하나씩 배낭에 넣고 떠나자고 약속했다.

방은 적당히 따스했다.

등아래로는 뜨겁고 콧잔등은 시린 전형적인 시골방이다.

자면서 코가 막혀 여러번 깼다.

첫날밤은 이렇게 깊어간다.

매동의 가을밤이다.

10 Comments

  1. 오를리

    2008년 10월 18일 at 4:30 오전

    지라산으로 들어거 도통(?)하겟다는 말을
    입버릇 처럼 하면서 정작 지리산을
    갔든곳이 구례에서 내려 버스타고
    노고단을 가본게 고작이나
    다음 고향방문길에는 지리산 깊은 계곡을
    꼭 찾아가 도통하기 위해 살만한곳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고 많은 사진
    올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 김진아

    2008년 10월 18일 at 4:59 오전

    할머님 인상이 너무 좋으셔요..^^

    리사님 손을 어찌 놓으셨을지..사람만나는 그 기쁨..
    이야기 나누는 정감을 간직하고 계신 할머니세요..

    지리산은 못가도..
    할머니 뵈러는 다시 가고픈 곳일것 같아요..

    ^^   

  3. Marie

    2008년 10월 18일 at 6:26 오전

    좋은 시간을 보내고 계시네요.

    간혹 생각하지요. 네 식구사는데 뭐가 이리 많이 필요하지..?
    그래도 막상 버릴려면 버릴 것도 없고..

       

  4. ariel

    2008년 10월 18일 at 7:05 오전

    인상 좋으시고.. 욕심 없어 보이시고..

    내 부엌에 또 이것 저것 사 드려는 참..
    참아야 하는지………….   

  5. Lisa♡

    2008년 10월 18일 at 7:53 오전

    오를리님.

    제가 좋은 곳 봐놨어요.
    하황리 마을 산봉산 중턱요.
    황토집으로 한국식으로 지어논 집 있더라구요.
    도로도 잘 되어있구요.
    지리산은 어디든 다 좋은 것 같던 걸요.
    도는 못트겟지만 그래도~~어느정도까지는.   

  6. Lisa♡

    2008년 10월 18일 at 7:54 오전

    진아님.

    그러잖아도 나랑 친척맺었어요.
    기중인상좋다시더니 나를 엄청 좋아하시더라구요.
    나올 때 콩도 주시고 …
    나랑 친척하기로 했답니다.
    좋은 분이세요.
    가실 때 말씀하세요.   

  7. Lisa♡

    2008년 10월 18일 at 7:55 오전

    마리님.

    버릴려면 다아 필요한 것들 뿐이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데 말이죠.
    문제는 현대인들에게 지나치게 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죠.
    ㅎㅎ…..좋은 곳 맞습니다.   

  8. Lisa♡

    2008년 10월 18일 at 7:56 오전

    인상 좋아보이죠?
    아리엘님.
    내 보기에도 그렇게 보여요.
    욕심도 없고 밥도 그냥 먹으라고 차려주시는 거예요.
    끝까지 돈을 지불했지만 안받으시려고 하대요.   

  9. 광혀니꺼

    2008년 10월 19일 at 4:15 오전

    어제 저녁부터 지리산 읽을려고 했는데
    이노무 조블이 로그인이 안되고
    계속 메인홈만 떠서.
    사람 속터지게 하더니…

    당직근무라 일찍 출근
    밤새 비몽사몽간에 헤매다
    이제야 들어왓네요.
    컵라면으로 점심해결

    할머니가 주신 콩 혼자 담앗다고
    소문내기 전에
    롱갈라묵기요~
    ^^*

       

  10. Lisa♡

    2008년 10월 19일 at 4:36 오전

    농갈라 묵을라고 했더니 콩을 좀 골라야 쓰것네–

    예전에 우리엄마가 상에 콩을 펴서 고르던 게 이제야 이해가 되네.

    당직 자주서네?

    종아리가 아직 묵직해…^^*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