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6일 눈썹도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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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을 만드는 작업실은 홍대 근처에 있다가 이 번에 한 정거장 먼 합정역으로 이사를 했다.

합정동은 요즘 골목들이 뜨고 있는데 이름 난 까페들이 몰려들면서 강남의 가로수길화되어가고 있는 중..

생겼다고햐면 특이한 까페들과 작고 아담한 옷가게들이다.

하지만 죄다 예술적이고 분위기도 개성있으며 한 번쯤은 시선을 묶어둔다.

아침 일찍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내려서 골목길을 걸으며 이리저리 목운동도 하였다.

호기심천국인 나는 어딜가나 볼거리들이 어쩜 그리도 많은지 늘 눈동자는 성업 중이다.

지하철을 타고, 골목길들을 걸으며 새삼 더 느끼게 된 건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중년이라는

싫고도 다정한 범위를 벗을래야 벗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서글픔도 아닌, 현실을 알고난 후의 조용한 체념같은 게 자리하는 하루의 깨달음이었다.

난 이제 어린 척할 필요도 벗어난 그런 중년에 푹빠진 아줌마의 길로 서슴없이 들어간다.

일단 높은 굽이나 불편한 신발은 사절이다.

어느 할아버지는 재혼조건으로 ‘사스’를 신지않는 여자라는데웃을 일이 아니다.

옷도 고를 때 천방지축으로 고를 일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젊음을 억지로 추구하는 스타일은 물건너 간 꼴불견으로 보이니 말이다.

지하철을 타도 빈자리를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먹이를 찾듯이 살핀다는 점이다.

젊고 싱싱한 인간종들을 보면 나의 옆자리가 아닌 아이들의 옆자리를 견준다는 점.

예전같으면 써핑하고, 사냥하고 매니아로 낙인찍혔을 카페들을 먼저 커피값 계산부터 짚고

넘어간다는 것과 이왕이면 슬쩍 들러보고 공짜로 구경만 한다는 거다.

중요한 건 가방 안에 시장바구니가 조건적으로 들어있다는 알뜰함이 같이 한다.

시장바구니 들고가면 50원 할인에 다니다가 길에서 산 나물들이나 물건들 넣기 안성맞춤이거든.

이쯤되면 아줌마의 틀에 꽉 차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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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똥배나 허릿살은 한두끼의 거르는 식사로 별로 표시가 나지도 않는다는 거..

나잇살이라는 게 이해가 되는 요즈음에 뭘 하나 맞춰 입으려고해도 영 간지가 안선다.

무엇부터 포기할까…그건 사진에 이쁘게 나오는 거다.

그건 일찌감치 포기한 거구, 이젠 쳐지는 볼살과 힘없어지는 머리카락과 주글거리는 손이다.

내 차를 타고 나홀로 족으로 다닐 때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눈에

띄는데 젊은 것들과의 만남이 싫어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천박한 짧은 치마길이에 눈살이 찌푸리고 허연 쭉쭉빵빵들을 보면

영락없이 질투인지, 아님 보수꼴통 노파심인지 많은 것이 걱정을 앞세우며 날 위로하는 중이다.

아이들이 엄마더러 왜 말을 한 번에 못알아듣냐는 질타를 들을 땐 아…그렇구나.

나는 늙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서글프거나 울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아름다운 노년만의 세계가 있을테니까.

로맨스 그레이도 있을테고 젊었을 때 모르던 세계에 눈뜰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기는 죽고만다.

음매—기죽어부러..는 기정사실이다.

그래도 완성한 내 인형을 안고는 좋다고 입이 함박웃음을 짓고만 있다.

한 편으로는 그물구두를 하나 살까..하는 중이기도 하다.

저녁 굶는 대신 보리강정과 호두과자 3알과 토마토 쥬스 마셨는데 굶은 거 맞나몰라?

지하철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를 안은 할머니와 어린 엄마가 같이 탔다.

아이가 별나서 가만있질 않고 할머니 품 안에 안겨 계속 서 있으란다.

얼굴을 부비고 곤두박질을 할머니 품에 치고 꼬장을 부리더니 고개를 드는데

앗————이마 가운데 까만 눈썹자국이..

허걱, 할머니얼굴 돌리는 순간 죽는 줄 알았다, 웃겨서..

눈썹이 한 쪽이 없어져 버렸던 것.

아니 그린 눈썹이 땀으로 인해 손자이마에 판박이되어 버린 일이다.

결국 못참고 나는 웃어버렸으며 그 할머니도 같이 웃으며 이놈이 아침에 정성껏 그린

눈썹을 도둑질해갔네…도로 붙이는 것도 아니고 화장실가서 그려야지.

연필이나 있을래나 몰라.

갑자기 어깨에 힘들어간 건 내 눈썹은 천연제품이라는 점이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35 Comments

  1. 김진아

    2009년 5월 26일 at 3:37 오후

    할머니, 참 재미있으신 분이시네요..
    웃으시며 눈썹을 도둑질해갔다고 말씀하시는것 보면요,
    그분도 대단하시고..

    한밤중에 깔깔거리며 웃게 만들어 주시는 리사님은 더 대단하신 분이셔요 ㅎㅎ

    ^^   

  2. 단소리

    2009년 5월 26일 at 4:30 오후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님의 모양이 간지가 아니라, 님의 글이 간지납니다.
    시낭송회를 하신다고요.
    이번에는 정호승님이 오신다니 지난번 못지 않게 성황을 이루리라 보입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한밤중에 들어와 안부를 놓고 갑니다(기냥 눈팅만 하다, 용기를 내어 말로 인사를^^).   

  3. 소리울

    2009년 5월 26일 at 6:00 오후

    참으로 괜찮은 할머니시네. 그 순간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닌 할머니라면
    인생을 참으로 멋지게 살아낼 수 있는 분이시라는…

    긴 이야기 중에 그 부분이 가장 매력적.
    재밌습니다.   

  4. 안영일

    2009년 5월 26일 at 8:16 오후

    재미나고 좋으신글입니다, 손주 낳아서 딴에 딸녀석이 저를 교육시는데 ? 아버지 술을잡수시고는 애기안지를 마세요, 기분이나뻐서 왜 그러냐 하니 술을마시면 마신사람의 심장의 맥박이빨라서 엄마의 심장에 익숙한 애기는 불안해한다나 ,그래서 억지로 임상실험을해보니 맟는소리같고 만에하나라도 섭하고 불편하면 가까히 안오는생물이 아이들이지요,모든것을 감싸고 보살피는 할머니 로 품에안기어 칭얼대는 손주면 많은정성을쏟아서 보살피는 손주로군요, 힘은드나 그 따르고 찿는 재미에 할배할미소리가 싫지안습니다,60에 혹이하나둘 생기면 여자분들 가슴속에서 몸들의 반란에 열불들이나는것같습니다,(옆에서 보기에)버릇을잘못드려서인지 / 연탄불에서부터 지금식구의 차 기름넣는것도 제가 해줌니다,(도대채 하려고하질안습니다)어둡운길은 무조건 피하시고 그러십시요 식구도 재작년 몸 만 멀정하고 차 한대 폐차 시켯읍니다, 상대도 할배 나이들면서 차 타는분들 차를 험하게 모는 분이 많습니다,제차에 같이타면 식구가르키는방향 반대로만 가면 제대로가는길입니다, 이상하게 회전할때에는 좌 우 초를 칩니다,재미난 이야기 고맙게 잘읽었읍니다, 안녀히 계십시요.   

  5. onjena

    2009년 5월 26일 at 8:34 오후

    눈썹을 싹 밀고 왜 맨날 그리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데이~~~~~~.
    쬐금이라도 남겨두어야 하는데…..   

  6. 오공

    2009년 5월 26일 at 8:45 오후

    리사님~
    쥑여주는 일기가 연속2탄째네요.

    쥑여주는 할머니와
    천연 눈썹이 자타공인 국보급인
    리사님 모두 머쩅이 머쨍이 진짜 멋쟁이!!!

    멋있게 나이들어가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7. Lisa♡

    2009년 5월 26일 at 10:45 오후

    진아님.

    그 시간까지 안주무시고 …
    저도 12시 전에는 꼭 자려고 하지만
    이상하게 12시를 금방 넘기지요.
    깔깔…쳐다보고 있으려니 어찌나
    웃기던지—-어떻게보면
    아름다운 풍경이지요?   

  8. Lisa♡

    2009년 5월 26일 at 10:46 오후

    단소리님.

    반갑습니다.
    가끔 말인사가 정다울 때도 있으니
    말인사도 주십시오.ㅎㅎ
    정호승 시인이 직접 진행한다시니
    분위기 좋을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9. Lisa♡

    2009년 5월 26일 at 10:47 오후

    소리울언니도 눈썹 조심하세요.
    더운 날 땀에 리나한테 묻는다요.
    참 언니는 화장 잘 안하지..
    문신같으면 도둑 안맞을건데 그 할머니는
    아직 손으로 매일 그리는 모양이지요—ㅎ   

  10. Lisa♡

    2009년 5월 26일 at 10:49 오후

    영일님.

    차사고에 큰일날 뻔 했네요.
    무사하시다니 다행입니다.
    공주님 사모님을 모시고 계시네요–호호호.
    그 사모님은 좋으시겠다.
    거기가 싫다시지는 않으시나보네요.
    하긴 자식들과 손주들이 거기 다 계시니.
    가신지 상당히 오래되셨지요?
    아이들은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니 정말
    축복받으셨어요.
    불편하면 안 오는 생물들이 아이들이라는 말씀에 빙그레~~   

  11. Lisa♡

    2009년 5월 26일 at 10:51 오후

    언제나님.

    저같은 경우는 눈썹이 많아서 손도 안대지요.
    그릴 이유도 없구요//고등학교 때 불려가서 휴지로 닦인 적도 있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단정하게 뽑거나 밀어서 그리더라구요.
    뭐..끝부분이 제일 그리기 어렵다나?
    조금은 남겨두던데…나이들면 잘 없어지나봐요.   

  12. Lisa♡

    2009년 5월 26일 at 10:52 오후

    오공님.

    자타공인 국보급…ㅋㅋㅋ
    맞아맞아—-
    송충이 눈썹…죽여주는 일기–크크크.
    본래 내 스타일이쥐—헤~~   

  13. shlee

    2009년 5월 26일 at 11:07 오후

    꿈도 크시고
    돈도 많은 할아버지인가 봐요.
    사스 신는 여자 사절이라니…
    하이힐 신는 아가씨와 결혼 할려나…?
    전…사스 수준이라…
    ^^
    여포신발이라고도 하던데…

    전 20대에도
    하이힐 보다는 운동화 ~
       

  14. Lisa♡

    2009년 5월 26일 at 11:15 오후

    건강녀 쉬리님.

    그 할아버지 적어도 할머니스런 할머니가 싫다는 거겠죠?
    그래도 쌈빡하잖아요–조건이라는 게.
    20대에도 하이힐보다는 운동화라니
    골절에 이상없으시겠습니다…..ㅎㅎ
    쉬리님.
    여포신발이라는 말 들어봤는데 왜 그럴까요?
       

  15. ariel

    2009년 5월 26일 at 11:16 오후

    지난 일요일.. 피곤해서 종일 집에서 쉴 예정을 하고
    화장도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 모시고 세브란스에
    가야해서.. 눈썹도 안 그리고.. 아휴~ 가서 내 꼴을 거울로
    보니.. 다행히 낮이라 썬그라스는 꼈지만 그래도 그라스가
    내려지면..-_- 엄마는 심한 것이 아니고 주치가 일요일
    출근 안 하시니 그냥 응급실 가는 것.. 다행..!!   

  16. Lisa♡

    2009년 5월 26일 at 11:21 오후

    아리엘님.

    어머님 다행이시네요.
    눈썹….후후후.
    아리엘님은 눈썹이 생각나네요.
    썬그라스 팬….저도.
    정말 썬글라스는 필요하기도 하고
    편리하기도 하죠?   

  17. 밤과꿈

    2009년 5월 27일 at 12:38 오전

    ~.~ ㅋㅋ

    센스장이 할머니~   

  18. Lisa♡

    2009년 5월 27일 at 1:01 오전

    밤꿈님.

    ㅎㅎㅎ..

    그렇쵸?
       

  19. 뽈송

    2009년 5월 27일 at 1:59 오전

    아름다운 노년만의 세계가 뭐 오죽하겠어요.
    항상 젊음이 다 가버린 것만이 원퉁스럽구만…   

  20. Hansa

    2009년 5월 27일 at 2:23 오전

    여인들은 안 늙으면 좋은데..
    특히 리사님처럼 이쁜 여인들은요. 하하

    말씀처럼 손등과 목주름을 보면 실제 나이를 거의 정확히 맞출 수 있지요.
    예리하신데요.

       

  21. 도토리

    2009년 5월 27일 at 3:25 오전

    웃겨 죽는 줄 알았으요..ㅎㅎ^^*   

  22. 꿈꾸는고양이

    2009년 5월 27일 at 4:32 오전

    와~ 어쩜 사진이 이리도 예쁠까요???
    조만간 어느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듯합니다..
    너무 특이하고 재밋으세요.. 항상 유쾌하신 듯 하여
    옆사람도 즐겁습니다.. ^^
    꾸벅~   

  23. 운정

    2009년 5월 27일 at 5:27 오전

    리사님 넘 재미있게 쓰셨어요.

    여자는 할매라도 할매가 아닌척 하거든요
    하지만 나잇살이 있으니 감출수도 없고,ㅋㅋㅋ

    그런데 리사님도 머쨍이라요 ,
    천연 숫검둥이 ,,, 부럽습니다.   

  24. 봉쥬르

    2009년 5월 27일 at 7:52 오전

    그 할머니 위트 멋지네요~

    진짜 리사님 눈썹 일품이야요.
    음~ 눈썹 사건은 뼈가 아픈 이야기가 있는데..써볼까 말까… 남사시러붠디…   

  25. Lisa♡

    2009년 5월 27일 at 8:41 오전

    뽈송님.

    예전에 이해하지 못하던 세상의 아름다움들이
    하나씩 보이는 걸요.
    그리고 사람사이의 벽도 좀 허물어지구요.
    저는 그래서 나이가 주는 다른 향기를 만끽할 예정인데
    그래도 말이지요–젊음이 최고지요.   

  26. Lisa♡

    2009년 5월 27일 at 8:43 오전

    한사님.

    저는 어릴 때 부터 손이 못생겨서 손만은 나이보다 10년 많아보이고
    머리카락도 좀 용기가 없고
    이빨은 30대에 80대 노인의 것이었답니다.
    그런데 웃기는 건 80이 옛날에는 호호로 보이더니 이젠 그냥 나이 든..
    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27. Lisa♡

    2009년 5월 27일 at 8:43 오전

    도토리님의 위트를 알아보는
    시야가 더욱 웃음을 증가시키는 겁니다.
    히히호호–더 웃길 수 있는데..
    기대하삼.   

  28. Lisa♡

    2009년 5월 27일 at 8:44 오전

    꿈고양이님.

    내가 보건데 앞으로 사진땜에

    꿈고양이님이 전화올 듯 합니다.

    출판사요?

    에구———–무셔라, 쪽 팔립니다요.ㅎㅎ   

  29. Lisa♡

    2009년 5월 27일 at 8:46 오전

    운정님.

    50대 초반 할매도 있어요–오드리.
    누가봐도 할매로 안봐요. 참 할머니네요.
    할매 하면 좀 쪼그라든..으로 들리네요.
    이제 절대 할머니란 말만 쓸까봐요.
    여자는 할머니가 되어도 여자로 보이고파 하는 것처럼
    남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나저나 운정님..할머니가 대청봉가도 되는 겁니까?   

  30. Lisa♡

    2009년 5월 27일 at 8:46 오전

    봉쥬르님이 쓰면 남사시러븐 것도

    다 이문구샘화 되니 걱정 마시라요.

    무조건 쓰세요—그러고 보니 이렇게 주제를

    엮어서 굴비엮듯이 쓰면 재미있겠네요.   

  31. 벤자민

    2009년 5월 27일 at 12:32 오후

    재미잇군요
    요즘 한국에 나가 계시는가보군요.

    어제 얌전한 댓글 달았다고 야단맞은데 ^^
    마누라는 제손이 차거워 마음이 따뜻하다는데 ㅎㅎ
    마누라한테만 따뜻한게 아니라 다른사람에게도
    따뜻합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ㅎㅎㅎ   

  32. Lisa♡

    2009년 5월 27일 at 1:54 오후

    벤자민님.

    저 한국에 사는 걸요.
    어디에 살까요?^^*
    본래 손이 따스해야 마음이 따스한데요..
    사람들이 거꾸로 알고 있더라구요.
    ㅎㅎㅎ….제 손이 따스하거든요.   

  33. 이병식

    2009년 6월 20일 at 2:10 오전

    네에 아름다우시고 농담도 잘 하시는 리사님 사랑해요 화이팅   

  34. 도토리

    2009년 6월 20일 at 2:13 오전

    (이병식님께옵선 리사님 무쟈게 사랑하시는갑다. 세번씩이나 고백을 하시는걸 보니…ㅎㅎ^^*)   

  35. Lisa♡

    2009년 6월 20일 at 2:35 오전

    그러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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