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4일 흉몽과 괴불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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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조그만 똑딱이 지갑에 돈을 한장한장씩 접어서 가지런히 넣고는

한 장씩 뽑아서 아까운 듯 바들거리면서 꺼내어 썼다.

그 모습이 지금에사 어찌나 아름답게 여겨지는지..그 때는 몰랐다.

아들이 8번 접은 천 원짜리를 너덜거리는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어

구세군 냄비에 넣을 때 정말이지 너무나 귀여워서 와락 껴안을 뻔 했었다.

고이 접어진 돈..나는 그런 돈을 좋아한다.

이유는 내가 그렇게 소중하게 돈을 다룰 줄 모르기 때문이다.

엄마는 다리미질로 돈을 일일이 다린 적도 있었다.

그 돈을 속바지 속에 커다란 옷 핀으로 꼽아서 비밀처럼 간직했던 엄마.

부끄러워서라기보다 누가볼까봐 뒤로 돌아서서 돈을 살짝 꺼내던 엄마.

그 속바지는 여기저기 꿰맨 자국이 작품처럼 남아 있었다.

요즘 돈이 없어서 그런지 소중하게 접혀진 돈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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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 잔고가 없으면 이상하게 불안하고 신경이 거슬린다.

잔뜩 고민을 하다가 잠이모래성 쌓듯이 들어 버렸다.

깰 때쯤인가, 아님 꿈 때문에 깬 건가…?

흉몽이다.

집 안에 벌레가 와글거리고 엄청난 숫자로 깔려있었다.

침대 아래는 하얀 점이 있는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바글거렸다.

내가 청소기로 열심히 빨아들이는 꿈이었다.

완벽하게 빨아들이기 전에 깨어버렸다.

아이..참…다 박멸할 수 있었는데, 엄마는 강하니까.

인터넷을 뒤졌다.

꿈해몽.

회원가입하라는 절차가 어김없이 뜬다.

대체적으로 언뜻 겉핧기로는 흉몽이다.

종일 불안했다.

운전도 안 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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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이가 오래 된 손잡이 달린 가죽지갑형 가방을 들고 나타난 날..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노점에서 파는 떨이 가방 중에 비슷한 걸 발견했다.

하나 천 원.

검정과 자주색 두 개를 샀다.

들고 다니다가 낡으면 란이의 가방 비슷하게 되겠지 싶었다.

겨우 핸드폰과 돈 몇 푼 들어 갈 크기였다.

그걸 들고 좋다고 수퍼도 가고 병원도 갔었다.

두 번 정도 들고 다니니 불편해졌다.

내 덩치에 어울리지도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내가 1000원 주고 산 가방은 비닐이라서

오래되어도 품위있게 낡아가질 않음은 물론이다.

누군가의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에도 세월과 안목이 필요함은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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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양복 주머니에 동전을 넣어 다니기도 그렇고

조그만 도장지갑같은 검은 동전지갑을 간혹 들고 다니는 분들이 많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다.

동전지갑이 가죽이라며 애지중지 했었다.

여행 때 한젊은 남자가 제대로 색이 바랜 가죽으로 된 괴불주머니를 꺼냈다.

마법의 금화라든가, 회중시계 또는 비둘기 깃털, 동그란 작은 돋보기하나 정도

나오게 보이는 갈색 괴불주머니였다.

보는 순간 뺏고 싶었다.

괜히 그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돈이 고프니까 손 때 묻은 괴불주머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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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나 지갑이나

낡은 색이 그리워지는 나이이련가?

12 Comments

  1. 밤과꿈

    2009년 6월 4일 at 11:35 오후

    야호~일빠닷!

    날씨가 연일 덥습니다~

    선친 생각에 젖으셨군요^^*

    저는 오늘 선친 기일을 맞아 산소에 가렵니다.

    저랑은 같지 않으시게 차분하시고 조용하셨는데
    어케 난 이렇게 깝치고 돌아다니는지 나이값도 못하네요…

    오늘도 건강하고 많이 웃으시길….

    ^——————————^* 요렇게요.
       

  2. Lisa♡

    2009년 6월 4일 at 11:55 오후

    밤과꿈님.

    일빳따..로 땡고라도…???^^*
    오늘 산소에 가시기 좋은 날씨군요.
    잘 다녀 오세요.
    산소가 어딥니까?
    화창하니….다행입니다.

    부모님들이 차분하셨군요.
    밤과꿈님은 아직 젊잖아요.
    저는 절더러 차분하다시는 줄 알고
    허걱~~했지 뭐예요.   

  3. shlee

    2009년 6월 5일 at 9:20 오전

    우리 엄마는 수첩에다 돈을 숨겨 놓던데요.
    저는 숨겨놓을 돈이 없어요.
    ^^
    엄마가 되면 다들
    그러는가 싶었더니…
    엄마도 엄마 나름~
    우리 아들은 돈을 질 질 흘리고 다녀서…
    구세군냄비까지 가기 보다
    엄마 냄비가 빠릅니다.
    ^^

       

  4. Lisa♡

    2009년 6월 5일 at 9:52 오전

    우리아들도 질질 흘리는 편이지요.

    그 때는 어쩌다 바지에 들어있었던

    돈인가봐요.

    늘 제가 다 주어서 내가 가지지요.

    저도 꼬불쳐 둘 돈이 없네요.

    죽을 맛입니다.

    들어가는데는 많고 나올 구멍은 한정되어있구요.   

  5. ariel

    2009년 6월 5일 at 10:04 오전

    저도 지갑에 1,000,000 짜리 수표 듬뿍 가지고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제 지갑에 돈이
    있고 카드가 있다는 것 하나로 언제나 감사해요.
    생활을 언제나 같이 유지하고 나간다는 것이 이세상에서
    쉽고도 어려운 일 아니겠어요?^^
    돈은 또 생길 때가 되면 생기는 것이고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돈은 낭비가 아니니..^^ cheer up~!!   

  6. Lisa♡

    2009년 6월 5일 at 10:41 오전

    흑..

    아리엘님.

    사진 좋다는 말 왜 안해요?

    ㅎㅎ….알았어요.
    쳐져있었더니 기분도 그러네요.
    화이팅….힘내야겠어요.   

  7. 레오

    2009년 6월 5일 at 5:10 오후

    늘 특이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찍어서 보여주는
    리사님의 사진이 좋아요 ^^
    예전 lisa 찍혀있던 사진들도 참 좋았어요.
       

  8. 레오

    2009년 6월 5일 at 5:12 오후

    붉은 벽돌벽과 흰벽
    테이블과 매트도 멋지네요.   

  9. 소리울

    2009년 6월 5일 at 10:43 오후

    흉몽 그냥 꿈일 뿐이니 ….
    해석하기 나름…   

  10. Lisa♡

    2009년 6월 6일 at 1:02 오전

    레오님.

    사진 좋다는 말이 안 나와서 레오님이라면
    충분히 사진 좋다고 하실 것 같았거든요.
    우와———-역시 히히히//기분 좋아라.
    괜히 사진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11. Lisa♡

    2009년 6월 6일 at 1:03 오전

    소리울님.

    그렇게 해몽할 께요.
    어제 다시 꼼꼼하게 해몽해보니
    시낭송회랑 관계되는 꿈인 것 같기도 해요.
    벌레 고치같은 건 학술, 책..이런 류와 관계되기도 하네요.
    그리고 고양이는 이쁘고 반짝거리는데(내꿈)
    대인관계이기도 하대요.   

  12. 이병식

    2009년 6월 20일 at 1:59 오전

    꿈은 꿈이요 현실은 부딫칠 지어라..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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