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5일 과격한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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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회 전날이기도 하고 저녁에 뭘 많이 먹으면

얼굴이 잘 부어서 저녁을 굶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몇 십 년만에 숙이가 저녁을 사겠다며 오랜만에

약속을 하자며 코맹맹이 소리로 회유를 한다.

점심에도 빠질 수없는 약속에 대략난감이다.

사람이 갈 때가 되면 달라진다는데 어쩐 일로 숙이가

아무 이유없이 저녁을 사겠다는건지 저항하기 힘든 운명이었다.

그녀와 나는 초등동창으로 아주아주 골동품같은 사이다.

운명인지 숙이와가까이 살던 중에일본서 살다가 귀국하는

영이마저 우리 곁으로 온다며 가까이 왔던 것.

같은 아파트 단지에사는 그녀들과 종종 어울리면

영이의 과격함이 너무나 웃겨서 뒤집어진다는 거다.

더 웃기는 건 그 과격함에 우리가 장단을 맞추며 같이 놀아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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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봉책으로 저녁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수다를 반찬으로 영이의 과격함을 고명으로 옆에서 시중들던

아가씨도 웃음을 참지 못한다.

머리는 대가리로..엄청이라는 표현은 열라, 짱나..라든가

지대로..는 기본이고 쌔리때리 지긴다는 둥

사투리 플러스 신조어, 유행어 등등 튀어나온 이빨이 더

튀어나올 듯 과격한 열변을 토해냈다.

문제는 태생 자체가 상대를 미치도록 웃긴다는 것이다.

나도 제법 웃기는 편인데 나의 5배는 웃긴다.

한 번은 교회에서 앞에 나가서 강론을 하라고 했단다.

영이의 궤변같은 코믹함을 아는 목사님께서 미리 내용을 제출하라고 하더란다.

작은 교회이고 어쩔 도리가 없어서 미리 내용을 보였더니

삭제한 부분이 한 두 줄이 아니더란다.

어떤 부분이냐고 물어봤다.

주로 ‘짠밥’ ‘겁나게’ .. 이런 종류란다.

들으면서 웃음이 나와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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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내용을 들고 나가서도 그녀는 좌중을 웃겨서

신도들이 재미있다고 다음부터 계속 다른 거 하지말고

간증만 하라고 난리도 아니었단다.

가끔 과격한 발언으로 이끄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부아가 치밀때도 은근히 있다.

상대를 격하시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못참을 때도 있다.

숙이와 내게도 자주 그런 발언을 일삼아 우리는 살짝 전화로

모종의 작전을 짰다.

남을 웃긴다는 건 머리가 영리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점도 인정.

하지만 화를 치밀어 오르게할 때는표정관리하느라 힘들었던 것.

숙이와 나의 작전은 다름 아닌 "너 그런 표현 심한 거 아니니?"

그러면 다른 한 명이 맞장구를 치면서 "그래그래..조금만 부드럽게

표현하면 훨씬 분위기 좋을텐데.." 이러기로 합의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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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래된 친구가 아니더라도 같은 친구끼리 험담을 하는 건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다.

숙이에게 지난 번 만남 이후에 내가 먼저 전화를 해서 내가 이러이러하게 느낀 점이 있는데

앞으로의 좋은 만남을 위해 약간은 고치도록 하자는 의견일치를 보았던 것.

그렇다고 안 볼 것도 아니고 그녀가 빠지면오아시스없는 사막이다.

식사를 하면서 그녀가 머리회전이 좋은 까닭에 금방 개과천선의 기미를 보였던 것.

소기의 목적달성을 했다.

나중에 내가 한마디했다.

"어머 영이 너..밥사주니까 상당히 부드러워지네, 다음엔 내가 살께..더 부드러워지겠네"

까르르 터지는 웃음에 우리는 친구였다.

그녀는생활이 좀 어렵다.

그런 와중에도사람들을 웃기고 엔돌핀을 돌게 하니 귀한 사람이다.

그리 큰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얼마 전 취직을 했다.

숙이가 너가 취직했으니 내가 밥살께–한 것이다.

나는 다음에 짤리면 또 살께–했다.

퍼지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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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들은 인생의 우여곡절을 다 안다.

40이 넘으면서 우리의 생활패턴은 굳어지고

거의 삶의 그래프가 완성이 된다.

대학 때 미모로 이름을 날렸어도 고교때 전교 일 등을 했어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들어 가면서 인생의 윤곽이 잡힌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가 하면 가라앉을 수도 있고 의외의 기회로

불쑥 뛰어 오르는 사람도 있으며 아름다움도 변해간다.

공부 잘했다고 돈 많이 버는 것만도 아니고 예전에 미모라고

그 미모 여전히 간직하게 되는 것만도 아니다.

그저 팔자 좋은 년 못따라간다는 말이 있듯이 제 팔자라는 게 있다.

그 와중에 마음의 다스림이 제일 한몫을 한다.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아무리 날씬하고 예뻐도 절대 못따라가는 게

건전하고 맑게 다져진 확고한 마음이다.

정신의 카리스마를 잘 쌓은 친구는 부와 미모와 상관없이 무시하기 힘들다.

점점 인생의 모든 부분들을 포옹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너와 내가 아무리 달라도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알게된다.

시시함조차 친근하게 느껴지는 삶이다.

21 Comments

  1. 참나무.

    2009년 6월 15일 at 11:51 오후

    …너와 내가 아무리 달라도 거기서 거기…
    시시함조차 친근하게 느껴지는 삶…’

    복창하고 나갑니다…

    청담모임은 초상권 보호받을 수 있는 거 확실하지요…
    그 말하러왔다가 그냥 여기 매달립니다….^^   

  2. Lisa♡

    2009년 6월 16일 at 12:12 오전

    초상권 학(?)실하게 보장합니다.
    사진 아무도 못찍게 막을까요?
    후후후……   

  3. 흙둔지

    2009년 6월 16일 at 12:22 오전

    나이들어감은 누가 뭐래도 시들고 메말라 가는 겁니다.
    시들고 메말라가는 것은 가벼워지는 것이구요…
    또한 나이들어감은 힘이 없어져 가는 겁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무거운 것들을 버리는 것이고
    무조건 가벼워져야만 하는 것이지요.
    가을이 오면 나무들이 잎새와 무겁게 매달린 열매를 떨궈내듯이
    사람들도 버리고 비워야만 하는데…
       

  4. 밤과꿈

    2009년 6월 16일 at 12:28 오전

    ㅋㅋ~
    내 마리 마증기라~~~
    밤차믈 머그니까 눈팅이랑 손바리 팅팅 분능기라~~~
    히힛…

    열라,짱나…는 괜창꼬 졸X는 안되능가???   

  5. Lisa♡

    2009년 6월 16일 at 12:34 오전

    흙둔지님.

    가벼워지는 게 아무래도 신상에 편하지요.
    가벼워집시다.
    훌훌 모든 걸 미련없이 버리자구요.
    그노무 욕심이라는 게 도통 발목을 어찌나
    잡는지 괴롭네요..헤헤헤.   

  6. Lisa♡

    2009년 6월 16일 at 12:35 오전

    밤과꿈님.

    저는 과자는 싫어합니다.
    다만 문제가 된다면 술?
    크크크—-
    눈탱이랑 손발이 자주 부어요.
    지금도 부었는기라~~   

  7. Marie

    2009년 6월 16일 at 1:00 오전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서로 보듬어줄 수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마지막 단락의 이야기는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진리지요.
    간결한 정리로 다시 새겨봅니다.^^*
       

  8. Lisa♡

    2009년 6월 16일 at 1:12 오전

    마리님.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진리..ㅋㅋ
    그게 슬퍼요.
    미모가, 허걱~~~미안합니당~~

    친구가 좋긴해요.
    그래도 의사소통이 되고 취향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편해요.   

  9. 색연필

    2009년 6월 16일 at 1:14 오전

    리사님과 친구분들의 유쾌한 대화
    안봐도 비됴~ㅋㅋ
    (유행어가 잘 안되네요~ㅋ 원래는 비디오라 하고 싶었는데~)

    오늘도 참 좋은 모임~
    축하드립니다~^^
       

  10. Lisa♡

    2009년 6월 16일 at 1:27 오전

    색연필님이 분명 열공하신게야…

    유행어 잘 해야 젊은이들과 말이 좀 되죠..ㅎ

    오늘 모임이 벌써 흥분됩니다.

    아주 멋진 시낭송회가 될 겁니다.   

  11. 슈카

    2009년 6월 16일 at 2:15 오전

    제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요.
    초딩 때 단짝이었던 유돼지 생각이 나요.(그 때 제 별명은 정돼지ㅎ둘 다 뚱뚱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불렀어요)

    리사님이 유쾌하시니까 주변분들도 유쾌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안 유쾌하신 분들도 리사님과 함께라면 유쾌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 같고요^^
       

  12. Lisa♡

    2009년 6월 16일 at 2:40 오전

    슈카님.

    이따 오실 거죠?
    ㅋㅋㅋ…..유돼지해서
    깜짝 놀랬지 뭐예요?   

  13. 안영일

    2009년 6월 16일 at 2:52 오전

    재미있는 말씀에 빙그레 웃어봄니다, 물론 여자분들만 있을경우에 하시는 이야기 이겠읍니다, 저의 경우 그런말 엄청 싫어하여서 만약에 만약에 그런소리를 들으면 식구하는말로 *후라빠* 취급을 한 답니다, 그래서인지 , 제앞에서는 (서방앞에서 ?) 는 듣기힘든 말이네요, 가끔 사위녀석이 *무력시위*를 딸놈이 직장에 다닐적에 가는것을 보았읍니다, 사위가 이이둘을 데리고 식구가 다니는직장에 면회를 가는데 이놈이 아직 어린에같아서인지 ? 짓굿은 농담인지?주위의 남자직원들(총각)에 인기가 좋다고 농담 반 하면 듣던사위녀석은 낯에 데이케어에서 애들을 일부러 픽업하여 둘을데리고서 면회를 간다나 ? (이렇게 애가 둘있는 엄마다 하면서 주위에 (내표현대로하면) 똥을쌓놓는것이지요, 그소리를 듣고서 얼마나웃었는지 ?얼마전 일본에 리사님같은 초등학교때친구그곳동경에 2 이있고 LA 의 친구 둘중에 한명과 여자 4 인이 한2주일을 일본의 동경과 일본관광으로 보냈나봄니다, 머리허연 할머니들이 아직그대로 예 재 하면서 이야기하는것 같드군요 술은 앞으로 손주를 안고 같이일체감을 느끼실려면 거의 금주를 하셔야 함니다, 술을먹은사람의 심장박동과 정상인의 심장박동이 틀리기때문에 산난아이가 놀라고 보채고 그런다고 쪼그만놈한테 여러번들은 주의라, 간난아이를 기를적에는 어른의 음주는 삼가하게 되더군요,*이뇨작용*에 특희좋은 수박같은 과일 매일저녁 약으로 상복을하시는것필수로 보입니다, 귀찬더라도 사람의 활발한 신진대사 를 촉진하는것이 건강관리의 으뜸으로 생각함니다, 이곳의 시인의모습 82년도의 초판의 시인의 모습을 생각해보면서 그의 글 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려지고 풀의 꽃과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 인간이 아름다워지는것을 보기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있다. 5 나를 섬기는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하는자는 더욱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와 하지안았고 , 가난한자의 별을 바라보지 안았나니 , 내 이름 간절히 부르는자들은 불행하고 .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람하는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 정호승) 그 암울했던 시대에 용기있는 이나마 이시대에 문학에 한획을 긋 는 분으로 생각하는 작가로 생각을 하는분이군요, 다만 난장이공의 조세이나 이외수같은 시류에 물들지안은사람이었으면하면서 이분의 시 낭송회 를 성황리에 마치시기를 바람니다, 동네사람이 적었읍니다,    

  14. 지안(智安)

    2009년 6월 16일 at 2:59 오전

    Lisa님 사유가 점점 깊어지는듯..
    시낭송회 주관 하는 사람이라서?
    아니..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서 그렇지 뭐..
    아무튼 오늘 행사 진심으로 축하 해요!!
    사카가 넘치고 터져 나길 바랍니다.
    정호승 시인과의 만남 자체가 멋진 일이지요.
    아~ 라벤더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사진이 너무 황홀해~~   

  15. 오를리

    2009년 6월 16일 at 5:24 오전

    친구는 초중둥 동장들이 가장 허물
    없이 속에있는 것 다털어 놓을수 있는
    친구가 아닐가 합니다..

    뉴욕에 사는 고교동창과 가끔 통화를 하면
    스트레스 그저 확 풀어지는 느낌입니다.

       

  16. Lisa♡

    2009년 6월 16일 at 6:10 오전

    안영일님.

    ㅎㅎㅎ

    읽으면서 웃느라..한참 걸립니다.
    눈을 부릅뜨고 읽어요..놓칠세라..
    난장이가 쏘아 올린 공의 조세희작가가
    그랬나요?
    동네사람이 적었습니다..에서 또 웃고 말아요.

    수박 많이 먹을께요.
    그러잖아도 갈수록 수박이 좋더라구요.
    감사합니다.   

  17. Lisa♡

    2009년 6월 16일 at 6:11 오전

    지안님.

    고맙습니다.
    마음으로나마 성원을 하시니 힘이 무럭무럭..
    정호승시인님이 오늘 직접 진행하시니 더욱
    재미날 것입니다.
    배우게 많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18. Lisa♡

    2009년 6월 16일 at 6:13 오전

    오를리님.

    뉴욕에 사시는 동창요?
    멀지요?
    초딩들이 신나기는 하지요.
    고교동창생들도 남이 잘 되는 꼴 못보는
    스타일들이 몇 있으면 심드렁해집니다.
    대학도 물론 마찬가지구요.
    한두 명 건지면 많이 건지는 거지요.   

  19. 김삿갓

    2009년 6월 16일 at 8:34 오후

    하이고 말 마소 리사님. 저는예 그만 랍탑을 차위에 놓고 그만 깜빡 해선
    씽 (그날따라 왜 그리 빨리 달렸는지 몰러!! ) 하고 달렸다가 와장장 날려
    버렸습니다. 지금은 새로 산 넷북을 사용 하고 있는데… 제 손가락이
    너무 큰지 키보드가 작아서인지 암튼 타이프 치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고
    한글이 않깔려 어찌어찌 해봤는데…. 어쩔땐 되고 어쩔땐 또 않되네요.
    지금도 워드에 글을 써서 카피로 함겁니다.

    그러나저러나 저도 약 1시간전에 어떻게 제 번호를 알았는지 고등학교 동창
    생 한테 전화가 왔네요. 근처에 사업상 미팅을 왔는데 점심이나 같아 하자고.
    리사님 글과 너무 공교롭게 똑 떨어지네요. 약 35년 만에 만나는 전 친구를 어찌
    대접 하나 하고 지금 생각을 하는데…그것도 참 쉽지가 않군요. 에궁 30 분후에
    만나야 하는데…. 저 그럼 이만 갈께요. 하도 오래되서 인사드리러 왔다 갑니다.
    좋은 시 낭송회 되시고요… 네이버 가입은 조금 머리를 써서 어떻게 올리나
    생각 해본후 가입 하겠씀다. 해외교표들의 비련이죠…..

    구~우벅!!! ^_______^
       

  20. 운정

    2009년 6월 17일 at 9:53 오전

    동창들의 모임에서 누구 눈치 볼일도 없고,
    그냥 있는 수다를 떨며 웃고 지내는거,,,편한잖아요.
    제일 만만한게 동창이고…

    남을 웃길수 있는 것도 그녀에겐 축복이지요.
    좋은 친구사이,,,좋읍니다.   

  21. 이병식

    2009년 6월 20일 at 1:44 오전

    사진과 글 모두 흠 잡을데가 없습니다 대리만족 후 돌아 갑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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