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4

더위 007.jpg

병원에서 딸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치료를 하고 나오기까지

기다려야했다.

박범신의 핑크색 ‘은교’를 들고 집중을 하며 들여다 보는 나.

노란색의 커다란 연습문제집을 펴고 답안을 체크하는 큰녀석.

멍하니 멍 때리며 어줍잖은 TV만 하릴없이 보는 둘째녀석이

어쩌면 그리도 못마땅하던지…내가 펼친 책 아래로 보이는 그 녀석의

무표정한 표정과 굳어진 행동습관을 보며 가슴께가 갑갑했다.

하나하나 그 아이의 행동을 나무라기엔 잔소리로 들릴 것이고

늘 어딜가서 시간을 죽치면서도 책 한 권 들고 다닐 줄 모르는

녀석이 참, 정말, 진짜,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엄마를 닮았으면 시간 죽이는 거 아까워 책이라도 읽을텐데.

양심의 가책도 없나///???

그냥 그렇거니 봐주자, 아니야 야단이라도 치자~로 마음 속은 두갈래다.

더위 009.jpg

식당을 예약했다.

5名.

웨이터가 안내한 자리엔 금테안경을 비스듬하게 낀

꺼먼 피부의 이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하는 60대 아저씨가

앉아서 우리가 빙 둘러서도 무심한 채 딴데만 보고 있었다.

우리는 웨이터가 자리위치를 잘못 알았나보다..했다.

그 아저씨가 엉뚱한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

확인하러 간 웨이터를 기다리고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고

그동안 우리는 줄곧 서 있어야 했다.

식당의 한가운데서—뻘쭘하게.

다른 자리로 옮기면서도 정말 0.1 그램의 미안함도 갖지 않은 태도다.

물론 웨이터들의 잘못일 수도 있겠거니 싶어서 물었더니

그 아저씨는 단체석의 손님이었던 모양인데 자기가어딘지 몰라

아무데나 앉은 케이스다.

뭐–그럴 수도 있지않나?

그러나약간은 목례라도 한번 정도 하고 비켜줘야 하는 것아닌지.

더위 011.jpg

‘이끼’를 보러갔다.

한차례 나이로 인한 입장불가를 겪고 나서 겨우 보게 된 이끼다.

전체적으로 음습하고 긴장감이 넘치고 뭔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시종일관 갖게 하는 영화였다.

조용히..그리고 뭔가 불쑥 나타날 것 같은 심리적 스릴러 영화다.

우리 뒤의 아줌마가 무조건적으루다가 장면마다 "악~~어째어째?..나타난다"

혹은 " 엄마야~~나오겠다, 죽겠따, 죽어" 난리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먹을 걸 발견한 듯 빠지직, 뿌지직..쌩쑈를 했다.

아이들이 많이 오는 슈렉이나 토토르가 낫지 진짜 판 다 깬다.

그 아줌마 나중에 끝나고 유심히 쳐다봤다.

자기가 이뻐서 보는 걸로 착각하는 스타일이었다.

전혀 개의치 않고 웃고 있는 그녀를 뭐라그래…

그 옆의 동행한 남자는 한 번도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긴장하고 봐야하는 영화를 관객이 미리 스포일러를 해줘서 김새게 했다.ㅎㅎ

더위 010.jpg

아들이 둘 있다면 거의 한 명은 까칠하고 예민하거나 한 스타일이고

나머지 한 명은 애교가 많거나 착하거나 그럭저럭 편캐 살아가는 스타일이 많다.

나 아들 둘있지만 둘 다 까칠하다.

엄마들이 그 까칠한 아들을 어려워하는 걸 많이 봤고, 그걸로 인한 상처를

받아서 슬퍼하고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거나 미련을 갖는 걸 봐왔다.

나는 저렇게 키우지 않아야지, 난 저 들보다 잘 키울 수 있고말고..그렇게

쉽게 생각을 해왔다.

키워봐야 안다, 당해봐야 안다, 누구나 다..어쩔 도리가 없이 그리된다는 걸 알았다.

친구 아들이 3수를 했다.

서울의대가 목표였다.

결국 연세대 일반학과를 갔다.

그 아이의 실력이 발휘되지 않았다고 친구가 수태 말해도 그 애의 실력이라고 판단했다.

시험 알레르기라는 말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

이제 내 코 앞에 그 일이 닥쳤다.

그 친구를 이해하고말고 삼해하고말고 다아 이해한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결국 성실하고 침착하고 실력있는 그런 아이들 나중에 성공한다고 믿고있다.

더위 008.jpg

10 Comments

  1. 김진아

    2010년 7월 25일 at 12:13 오전

    저희집도 둘째가 제일로 까탈스럽고 까칠해요,
    그리곤 막둥이..제일 만만하이 닭살스러운 녀석은 의외로 큰 아이지 뭐예요. ㅎ

    여동생 둘만 돌보다가, 사내아이들 셋을 키워보니..
    여러가지 많이 인내해야 하는 부분이 의외로 크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기다림도 왜그리 긴지요….

    리사님, 새벽에 비가 한차례 시원스레 뿌리고 지나갔습니다.

    더운 여름철 건강하시구요..^^   

  2. 벤조

    2010년 7월 25일 at 2:52 오전

    남편은 항상 저더러,
    "당신 맘대로 안 되니까 끌탕이지?" 한답니다.
    솔직히 그 소리도 듣기 싫습니다. ㅎㅎ   

  3. Lisa♡

    2010년 7월 25일 at 4:53 오전

    진아님.

    막내들이 성격이 제일 좋잖아요.
    여동생들도 피곤하지만 사내아이들은
    의외로 크게 터뜨리네요.
    아더매치유“`입니다.
    아들들 키우는 거 말이지요.

    인내를 해야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게 일반적인 성격인 나로서는 감내가
    안되어요..ㅎㅎ   

  4. Lisa♡

    2010년 7월 25일 at 4:53 오전

    벤조님.

    저도 그래요.

    그런 소리도 듣기 싫다는 말 이애하고도 남습니다.
    어제 제 딸이 위로를 한답시고 해주는데 그 말도 싫더라구요.   

  5. 빈추

    2010년 7월 25일 at 5:39 오전

    우리집은 너무 놔 먹이나?? 하는 걱정이.
    뭐 아들놈이 한때는 너무 방목하는것 아니냐?고 한적도 있지요.
    알아서 크려니하는 편이라서요.ㅎ    

  6. Lisa♡

    2010년 7월 25일 at 10:53 오전

    빈추님.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고
    나중에 그런 아들이 제일
    효자라고 하더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이미 선점을 아들이 차지했어요.
    그나마 양순하니 다행이지만요.   

  7. TRUDY

    2010년 7월 25일 at 12:01 오후

    옆,앞,뒤 좌석에서 수군수근 거리는
    골 때리는 빈깡통 닮은
    아줌마 ( 아저씨들,,) 문제 있어요.

    그맘 100% 알죠.
    왜 그다지도 공공질서 정신이 없는지..
    묻고 싶어요.
    한대 지어박고도싶구…

    옆좌석에 앉아서 상영내내
    다리 흔들 거리는 아이들
    의자들이 붙어서 내것도 흔들흔들..   

  8. Lisa♡

    2010년 7월 25일 at 12:29 오후

    ㅎㅎㅎ–

    어느 새 한국의 정서에 물드셨네요.

    그런 사람들 정말 많아요..

    그래도 영화관은 미국보다 좋은 곳이
    훨씬 많은 것 같죠?   

  9. TRUDY

    2010년 7월 25일 at 1:36 오후

    한국은 세대차와 지역차가 극심해
    나이를 먹었거나 조금 후진곳에 사는 사람들의
    민도가 낮아 초 현대적인 공공시설에 발 맞주지 못하고 있더군요.

       

  10. Lisa♡

    2010년 7월 25일 at 1:48 오후

    그런 점 있지만 요즘 아주 많이

    현저하게 눈에 띌 정도로 나아지고 있어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