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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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전라도 어느 산으로 다녀온 K를 잠시 만났다.

건강해뵈는 얼굴과 팔이 검게 그을려있어 부러웠다.

신선한 바람을 쐬고 온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쳐 보이고, 힘이 잔뜩 들어보인다.

전라도에 내려간 친구네 집에서 며칠 지냈다고 하는데

가족끼리 다 내려가 전주와 완주를 훑고 온 모양이다.

완주가 전주를 싸고 있는 꼴이라며 완주가 참 좋은 곳이라는 걸

느꼈다면서 완주자랑을 한다.

나..완주 가고싶다.

계란도 방금 깐 알을 먹으니 다르고 거기서 나는 칡은 몸에

바로 약이 되는 느낌이었단다.

흠……….자양강장제가 따로 없군.

6시간동안 산을 탔는데 온 몸이 땀에 젖어 손으로 짜면 옷에서

땀이 물처럼 나오더란다.

더위에 지친 나는 듣기만해도 끔찍하다.

더위 239.jpg

더워서 걷기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많은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데 소홀히 하고있다.

인간이 두 발로 땅을 버티며 걷는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걸으면서 사유하는 것들이 그립기도 하다.

그러나 지치는 요즘의 시간들이 걷기는 커녕 잠도 5시간 이상을

못자고 있으니 … 하는 수 없다.

걷는다는 것은 가없는 도서관이라는 말을 누군가 했다.

걸으면서 사유하게 되는 모든 것이 바로 도서관을 연상시키나보다.

진정 지금 내게 사유해야 할 것들을 찬찬히 되짚어 볼 수 있으니.

소로우는 하루종일 사무실이나 집안에서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들의

참을성이나 정신적 무감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원한 은행이나 사무실이 바깥보다는 좋은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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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그린 그림을 마저 디테일 작업을 해야한다면서 들고왔다.

내 눈에는 신기하고 그저 잘 그리게 보여서 사진을 찍으려하니

"엄마..이건 저작권침해야~~" 한다.

ㅎㅎ—네에—-알겠습니다. 안찍을께—-

귀엽다.

딸이갈지 모르는 학교는 꼭 자전거 그림을 요구한단다.

학교마다 요구하는 그림이 있거나 컨셉이 있다.

거기에 맞춰 이 학교 포트폴리오, 저 학교 것 준비를 해야하니

여러개 작품이 필요하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창조도 모방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모방도 모방 나름으로

무조건 자기만의 독특함이 나와야 한다.

글도 그림도 그 무엇도 모두 다 요구하는 건 자기만의 개성이다.

해줄 수 없으니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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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기다리느라 시간이 좀 남아서 나도 모르게 백화점으로 갔다.

절대 나는 백화점 근처를 가지 말아야 한다.

그 지름신의 강림은 언제나 멀어지려나.

왜 또 새로운 상품들은 쏟아지는지…

늘 세일을 피해서 가게되는 나는 세일은 커녕 신상품을 꼭 짚어 올린다.

세일이 끝나도 세일품목은 그대로 유지되는데 좋은 건 다 빠지고

몇 개 남아있는 것엔 시선이 가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늘 고르면 신상품이다.

웃기는 건 뭘하나 사더라도 꼭 잘난 척 한마디 하면서 산다는 것이다.

이 거 나한테 많은데 또 사는 거 있쬬—이렇게..

옷도 넣을 장소도 없는데 또 사요—이렇게..

유치하기는..그래서인지 요즘들어 아들이 자주 내게 유치하다는 말을 한다.

유치하니까 지가 행복한 줄 모르고 말이야.

더위 249.jpg

10 Comments

  1. 오공

    2010년 7월 29일 at 3:40 오후

    오늘,아니 어제네 벌써.
    도도가서 브런치 먹었어요..우와,강추입니당.

    그 집 생과자와 음료를 먹었을떄도
    그 집 음식엔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오늘 제 기대를 저버리지않은 브런치였어요.   

  2. 팩터10

    2010년 7월 29일 at 4:16 오후

    이발한 세종문화회관, 말쑥해 보입니다.

    중앙분리대 은행나무가 있을 땐 지금 각도에서
    스냅하기란 언감생심이었고
    KT빌딩과 미대사관 근처 인도에서 카메라 들이대다간
    경찰한테 혼나고 했던 기억이 새록~
    Lisa님 처럼 차에서 스냅하는 요령을 몰랐으니, 에~효~
    (사진 와리 먹어 아깝,,ㅋㅋ)    

  3. 김삿갓

    2010년 7월 29일 at 8:13 오후

    반가운 서울거리 사진임니다. 저 세종회관 앞을 지나다 보면 은행 나무들 사이에
    서 매미들이 우는 소리가 정말 좋았었고 비도 좍좍 내리며 조선일보 빙딩? 밑에
    빵집에서 빙수 사먹고 (무쟈게 비쌋던 걸로 알고 있음) 이순신 장군 앞에서 사진도
    한장 찰칵…아~~다시 가고 싶네요. 꾸매에 본 내 고향이 마냐~앙 그으리워~~ㅋ ㅎ

    리사님 저는 더운게 좋은데 왜 싫타고 그러시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저는 더위에 활동적이고 추울떄는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완전 동면 상태로
    들어 가죠. 담배도 출떄 피면 맛도 없고…몸이 오돌돌 떨리는 자체가 싫지요.
    더울떈 여인들도 살들이 늘어 나서 그런지 피부도 좋아 보이고 약간의 노출로
    이뻐 보이고…등등 아 그리고 젤 좋은건 물놀이…얼마나 신나는데요. 더운거
    싫어 하시는 리사님은 사시사철 잠바 입고 다니는 샌프란시스코 에 사시는게
    제격인데. 저 사는 곳과 샌프란시스코는 여름엔 평균 화씨로 30도 정도 차이가
    남니다. 오토바이나 젯스키 타고 나갈떈 아주 고역 이지요. 저희동네는 훌러덩
    벗고 타도 무난한데… 그쪽은 겹겹이 끼어 입고 타야 합니다. ㅋ

    서울 거리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종종 좀 올려 주십시요. 촌놈이 이렇게
    라도 서울 구경 하고 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꿈 꾸시고 즐거운 시간 갖으세요. 구~우벅!!! ^________^
       

  4. 안영일

    2010년 7월 29일 at 9:43 오후

    안녕하세요. 리사주인장님 ,제경우 주위에 너무나 똑똑한 수재(주 정부상 ) 미술 학도엿

    던 조가 (처조카) 엄청 엄청 돈을들여서 공부햇지요 결과 전공이 생선 내장걸어놓는 드

    문 설치미술인지 ?늘그막에 (40다되어)결혼은 햇지만 아이는 생각도없고 사위 (일본)

    와 주위 (뉴욕)에 삶니다, 너무똑똑한 아이들이 빠지는 미술의 샛길 (도울의 딸도 벗

    고서 아시바 타고다니는 행위미술) 요런 요상한 현대미술도잇음을 아시고 자식의 방

    향을 애즈녁이 잘잡으시라고 말씀드림니다,맨위의 사진 세종문화회관 의 그시절에

    는 외관이 이상하지안고 거스름이없엇는데 지금 저의 눈에는 임페리얼(제국적) 이랄가

    격식대로의 건물이군요,위의 조선일보벽걸이 TV가 제집에도 4개가 방곳곳에 틀고

    아이들 그 소리나는 아래서 노는것이 정상인지 ? 현대문명이랄가 ?지랄은 어디까지

    일가?생각함니다, 식구조차 랩탑보다 아이폰도 큰것 인터넷이나오는것이 있다고, 사

    위가 거들어 장모에게 선물할모양입니다, 꿈 같이사는 어느 노인이 집에 수도꼭지로

    와인을 틀어서 마시는 늙은이가,? 꿈속에서 맥주꼭지를 추가할것을 생각해보면서 즐거

    움을 이야기해 보았읍니다, 좋은 방학의 시간 즐겁게 지내십시요,

       

  5. 벤조

    2010년 7월 29일 at 11:37 오후

    내가 나한테 말 하는데 유치하면 어때?
       

  6. Lisa♡

    2010년 7월 30일 at 12:15 오전

    오공님.

    알쪄요–

    거기 같이 갈 사람도 생각났구요.

    ㅎㅎ..역시 브런치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레 고급이더니..   

  7. Lisa♡

    2010년 7월 30일 at 12:17 오전

    팩터님.

    저는 차가 멈추었을 때 사진을 차 안에서 많이 찍고
    타고 가면서도 안전하다 싶을 때는 셔터를 꾹 누르지요.
    그리고 와리먹은거나 흔들린거나 가리자않고 올리지요.
    사진전공한 제 조카가 그런 것은 그런 것대로 또 지닌
    멋이 있다고 한 말이 마음에 들어서지요.
    구분을 못해서 그렇지만…후후.
    덥죠?
    미대사관 근처에선 좀 그렇긴하지요?   

  8. Lisa♡

    2010년 7월 30일 at 12:18 오전

    삿갓님.

    제가 서울 거리를 올릴 땐 꼭 삿갓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워하는 면이 보여서지요.
    그래서 자주 올리고픈데 실력이 영…

    더위를 즐기는 사람들은 활동적이고
    스포츠맨들이 많지요.
    그래서 그들이 부러운 거구,,,
    사실 저는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편승해서 다 감각을 맛보는 사람인데 이번은
    좀 지칩니다.
    습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매일 제습기를 틀어대야 한답니다.   

  9. Lisa♡

    2010년 7월 30일 at 12:21 오전

    안영일님.

    ㅎㅎㅎ..행위예술요?
    우리 아이들은 거기까지는 갈 꿈도 못 꾸구요.
    산업디자인이나 그래픽 디자인이나 그런 쪽을
    하려고 한답니다.
    그런데 한 놈은 아마 대학가서 전과를 할지도 모르구요.
    미술이 돈이 많이 든다니 겁이 나요.
    미술을 좋아해서 시키지만, 글쎄—모르겠네요.
    자기가 좋아하면 결국하게 되겠지요.
    맥주 수도꼭지요…^^*
    맥주를 좋아하시는군요.
    작은 와인통(꼭지가 달린)에 맥주를 부어서 흉내라도
    한 번 내어보세요…
       

  10. Lisa♡

    2010년 7월 30일 at 12:23 오전

    맞아요—벤조님.

    유치하면 어때서?

    난 그 유치가 좋고 그 덕에 사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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