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 K씨(2007년 글 中에…)

K씨하며 떠오르는 단어는 딴딴하고 야무딱지고 뭔가 방어적이라는 거다.

언제나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하얀 담배가 들려져 있다.

까맣고 돌콩같이 생긴 그의 외모는 자칫 눈에 띄지않기 쉽상이나 관심을 갖고 보면

의외의 순수함과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K씨는 한 때 어설픈 동작으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연습장의 내게 까닭없이 큰소리로

"아따~다리는 박세리네….근데 폼은 어째 엉망이고…" 라거나

"그기 아니라니까~어깨에 힘빼라니까, 채만 딥따 좋고 실력은 빵점이고" 라며

나의 엉성한 개폼에 기죽게해서는 더욱 개폼화를 부추키는 얄미운 아저쒸였다.

심지어 K씨가 있나없나를 보고 가슴을 쓸어 내리며 연습장에 들어간 적도 여러 번!

잊고 몰두해서 연습하다보면 어느 새 커다랗고 쇳소리나는 K씨의 음성에 위축되곤 했다.

어찌보면 그는 나의 골프인생을 접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K씨가 진주에 살 때(그의 고향이 진주이다) 창원인가 부산인가에서 임원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밤이 늦어(그는 운전을 못한다) 먼거리 택시를 불렀단다.

그 먼거리를 가느라 앞의 기사분과 이런저런 시류를 타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가는 건 당연지사.

가는 길에 휴계소에 들른 그 들은 같이 화장실을 가게 되었는데 밝은 화장실서 소변을 누다가

서로 쳐다 본 그 두사람 깜짝 놀랐다고한다.

아니…..초등학교 동창생이었던 것.

그날 밤 K씨는 집에 맨정신으로 들어왔을까요?

네——–들어왔답니다, 그는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입에 못대는 불행한 사나휘였던 거!!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배운 그는 지금도 거의 담배는 아교로 붙인 듯 물고산다.

진주서 중학교를 다니던 그가 고등학교부터 하라는 공부는 뒷전이고 키도 엄청스레

작으면서 학교의 모든 패싸움의 짱으로 군림했던 것이다.

거의 날으는 하리마오 내지는 침깨나 밷는 다리 잘 떠는 사나이였던 것.

그 앞에서는 거으 사망 내지는 전치 12 주의 부상이니 모두 덜덜~.

집 안의 장남이 그 지경이니 대학은 커녕 큰 일이 났다고 판단한 아버지.

대충 정리를 해서 재수를 하라며 K씨를 데꼬 서울로 상경.

종로학원에 집어넣고 단칸방에서 같이 일 년을 꼬박 지내셨는데

학원비로 몽땅 담배를 사버린 K씨가 생각해 낸 묘안은?

암만 짱구를 굴려도 돈을 마련할 구멍이 없자 하루는 종로학원의 기도를 골목으로 불러

개패듯 패버리고 자기가 그 학원의 기도를 본 것.

기도비용을 받아서 학원공부를 마치고 고려대에 입학했으니 아버지의 우려는 잠재운 셈.

그동안 피운 니코친 량은 어떻게 설명할까.

그 얘기 듣는데 우스워서 기절 몇 번할 뻔했다.

문제는 그 얘기를 그의 부인한테 들었다는 것.

그 후로 K씨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부인과는 초등학교 동창생.

서울서 기자를 하고있던 부인의 자취집 앞에 밤이면 밤마다

담배를 물고 계단에 앉아있는 사나이가 있었으니 당차고 매서운 그였던 것.

허구헌 날 그렇게 담배를 꼬나물고 입구를 지키니 어케?

일이 그렇고 그렇게 되었던 것.

지금은 아들, 딸 하나씩 거느리고 무난하게 살고있다.

장장 5남2녀의 대가족인데 K씨의 말이라면 동생들이 무서워서 벌벌 떤다고 하니..

그런 그도 그의 꼬장꼬장한 엄마 앞에서만은 무조건

"네, 맞십니더~ 네 그렇십니더~ 네 잘했십니더~"

라고 무조건 맞장구를 치니 꼬장한 할매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고 아우성인 5人의 며느리들.

며칠 전 외출하다가 그를 보았다.

날렵하게도 차려입은 양복의 매무새가 깔끔했다.

택시 한 대가 택시를 타려는 그를 알아보고 섰다.

그가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고는 급하게 피우던 담배의 남은 부분을

빨아대며 끝까지 연기를 버벅거리며 내뿜는게 보였다.

그 쯤되면 골초라도 인이 박혀 폐가 선수가 되었을 게 보인다.

그의 폐는 까맣고 반들반들할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돈아깝게 늘 택시를 고집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재미난 댓글 몇 개만~~~———————————————-

마일드

제, 제목 땜에….
너, 너무 놀라써여….
리사님께선 아무 뜻 없이 쓰셨는지 모르지만….
더처럼 즈질스런 사람 눈엔…..
엉뚱한 상상이…..
죄성해여…오랜만에 와서는 실음는 소리나 하구
에이…잉 그래두 내 맘 알지? 힝2007/12/19 06: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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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저는 작은 고추와는 전혀 반대로 허벌레 헐풀이 입니다.
울엄마 말씀이 제 어릴때 별명이 노루새끼랍니다.2007/11/25 13:39:15
호수 리사님 눈썰미에는
무엇이나
누구나
이야기가 되네요^^

통통 튀는 듯 보이지만
가라앉는 앙금을
잘도 갈무리하는 솜씨!!2007/11/25 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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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con

꼭 내 친구 한넘의 이야기 같구만요..
돌콩.. ㅎㅎ2007/11/23 22: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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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 맛깔 나는 글을 읽다가…

그만…..쿻ㅎㅎㅎㅎ…순서가 바꼈네요…
사실은 대문에서 부터…….그 큰 배꼽이 들썩 들썩….에구

그 남자의 부인과는 아주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과
안 보면 하루가 궁금하고…
괜히 애꿋은 핸폰이나 전화기를 힐끗 보게하기도하고…
며칠 연락 없으면 몸이 근질근질해 오는…그런 사이
열흘 못 보면 만나자 마자 하고싶었던 야그가
술술 봇물 터지듯 나오는 그런사이…
그리고 좋은사이……..날이 축축하니 별 생각을 다 해봤습니다

여하튼…그런 사이는 좋은사이지요….모2007/11/23 11:14:35

오공 리사님은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보니
글 쓸 소재들도 많습니다.
아니,글로 만드는 재주때문인강…

7 Comments

  1. 오공

    2010년 12월 1일 at 1:10 오전

    댓글 중 몇 개는 재밌는 댓글이 아니고
    리사님 칭찬 댓글인데…
    특히 제 댓글을 올리신 이유는 자랑아니면,제가 무서워서?..ㅋㅋ   

  2. Lisa♡

    2010년 12월 1일 at 9:02 오전

    1-친해서.

    2-칭찬이라서.

    ———오늘 드뎌 확인한 건데
    내가 이 세상에 무서워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걸 알았쪄….
    내가 그렇다네…사실이얌.   

  3. 오공

    2010년 12월 1일 at 9:48 오전

    저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리사님이 무쪄~할 때는 연약한 척,내숭떠는 거라는 것!

    토욜날 봐~~~용   

  4. Lisa♡

    2010년 12월 1일 at 2:19 오후

    헉…느무느무 똑똑해.

    서방님과 함께 갈지도 몰라…   

  5. 오공

    2010년 12월 1일 at 10:39 오후

    아,경훈이랑 똑 닮은 착하디 착한 눈빛의 형부도 오실겁니까?
    또 만나면 뭐라 인사하지?..^^;   

  6. Lisa♡

    2010년 12월 2일 at 12:16 오전

    그냥 웃어주면 돼어여~~

    그날 시간이 비니까—

       

  7. Lisa♡

    2010년 12월 2일 at 12:50 오전

    아……………마일드님.

    보고싶다.

    얼굴은 모르지만 글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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