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지하철을탔다.
쏟아지는 졸음을 그냥 방치하기로 했다.
지하철에서 끄덕이며 조는 영락없는 아줌마행세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겨울낮 오후의 졸음이 달콤하고 스며들듯녹을 것 같은 폭신함..그런
느낌을 체신머리고 뭐고 다 버리고 즐기고 싶었다.
내 앉은 자리로 10시 방향에 화장을 짙게 한 60대 후반의 한 여성이
나를꼬나보는 게 느껴졌다.
약 5년 전쯤 샀을 것 같은 화이트 루이비통 가방을 이리저리 펴고 구겨지지
않게 매만지고 있었다… 이 겨울에…
누군가 나를 보고있다는 건졸음을 조금은 방해한다.
그래도 에라~~모르겠다, 자야쥐…
진짜 3 정거장이 지나도록 모르고 잠깐 졸았다.
그리고 그 60대 후반의여성이 내리려고 일어났다.
앞 뒤굽 다 합치면 25센티는 넘을 구두를 신고, 쫙 펴면 폭은 1미터는 될만한
나팔바지를 입고…넘어질까봐 내가 다 걱정이 된다.
그녀는 행복하겠다, 그 나이에도 저리 멋을 부리니…
나? 등산화였지.
Bus를 탔다.
"환승입니다"
여고생들이 가득하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가 비었다.
운전사가 급정거하면 뛰어나가야 하는 자리다.
양 옆의여고생 두 명씩…좌우로 고개회전 운동을 하다가
아이들 눈가의 꺼먼 아이라인을 보고 기겁을 했다.
요즘 걸그룹에 가인이라는 눈화장의 지존이 있다.
눈보다 더 넓은 아이라인으로 자기 눈의 3배쯤 검정 떡칠을 한..
화면이니까 괜찮지 진짜로 마주보면속을 좀 비우고 봐야하는 화장이다.
양옆의 여고생들 눈이다 가인의 눈이었다.
게다가 싸구려 짧은 치마에 손톱에는 싸구려 매니큐어까지…핑크로..
나의 손을 봤다.
다듬은 흔적이라고는 없는 뭉툭한 손가락에 갓 깍은 짧은 손톱.
뭐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 다 한 때이겠지만.
시선을 좀 멀리 두고 보면 좋을텐데…다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싶다.
답다–는 건 정말 좋은건데 뭐라 말할 수도 엄꼬—아—미치겐네.
시네큐브.
‘사랑하고 싶은 시간’을 봤다.
브로셔에는 ‘더 깊이 나를 깨워줘–‘라는 문구가 보인다.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몸과 마음이 흔들린다라고 적혀있다.
남편이 아닌 낯선 남자에게 내 몸이 흔들린다라고도 적혀있다.
영화는 정확하게 그런 영화가 아니다.
뒷좌석의 세 여성들이 친구가 야하다고 보러가라고 했다는 소리 들린다.
야한 영화도 아니다.
(그 말듣고 기대했다가 실망하고도 남는다)
누드 좀 나온다고 야하다면 요즘 사람 아니다.
계속 마음이 아프고 결혼한 남녀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포스터나 브로셔는 관객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내용을 싣고
그런 부분만을 강조한다.
그런 부분으로 끌리는 관객이 문제있다.
여기저기서 수상을 했는데 야하다고, 선정적이라고 상을 주는 건 아니다.
친구들이 나보다 나이들이 많다.
내가 한 살이나 두 살이 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구동생이 나랑동갑인 상황이 잦은데
‘희’도 그런 캐이스다.
급한 일을 도와줬다고 고맙다면서 다이아반지를 내민다.
베이지다이아.
그 애가 통이 큰 거랑, 커다란 사업체를 운영하는 건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손사래를 치면서도 연신 반지에 눈이 갔다.
사실 귀걸이 베이지다이아가 있는데 거기에 맞는 반지가 없었다.
첫눈에 그 귀걸이랑 세트로 딱이다 싶었다.
하지만 밥 한끼로 족한 사례를 어마어마하게 하려는 그녀가
무서웠다.
퍼주는 거라면 나도 한펌하는데 나이들수록 간이 작아지는 실정이다.
근데 ‘희’는 기죽이는 것도 아니고 모야?
결국 실랭이 끝에 받고 말았다.^^*
종일 손가락만 쳐다보며 지냈다.
김술
2010년 12월 23일 at 1:12 오전
나도 그런 통큰 친구가 있음 좋겠다.
정말 좋겠다.
뭐라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좋을텐데…
보미
2010년 12월 23일 at 9:36 오전
울 리사님!
평소에 많이 베푸신것이 이렇게 돌아 오는것 같습니다
많이 많이 부럽기도 하고요
예쁜 아가들 보고 싶어시겠지만
즐거운 성탄 되셔요^^*
Lisa♡
2010년 12월 23일 at 1:31 오후
술님.
겁도 나요.
그런 걸 덜컥 받았으니
…..
그래도 부럽죠?ㅎㅎ
Lisa♡
2010년 12월 23일 at 1:32 오후
보미님.
그렇게 해석이 되나요?
고맙습니다.
앞으로 베풀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힘이 닿는 한…
리나아
2010년 12월 23일 at 3:58 오후
메리크리스마스..!!
은총가득하길 바래요…
Lisa♡
2010년 12월 23일 at 11:29 오후
리나아님.
저도 same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