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깨어난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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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춥고

외로운 인생이었다.

TV를 싫어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천사이자 곧 악마였다.

나를 조롱하는 세상이 싫었다.

타락했다.

환각을 이용해 숨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런 버려진 세상에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 건 노래였다.

결국 노래를 버릴 수 없었다.

오직 나는 가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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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온 10 살 난 딸에게 그는 무대에서 말했다.

"지수야..비록 요즘 아빠를 만나지 못하고 오늘도

공연이 끝난 후에 아빠를 결국 보지 못할 거야.

하지만 아빠가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열심히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너도 열심히 살아야 할 거야"

‘나가수’의 신정수 PD도 모습을 보였고 녹화한 영상에서는

윤도현과 김범수가 왕이면서도 그 자리를 스스로 거부한

왕의 귀환과 그의 야생적 매력과 드디어 잠자던 거인의

부활을 이야기한다.

유기적인 노래, 살아서 꿈틀대는 노래, 확실한 감동을

전하는 그의 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느새 그는 전설이 되어있었다.

어젯밤 그는 걱정되도록열창을 했고 무엇보다 너무나너무나

제대로 된 행복을 맛보는 듯 했다.

긴 시간동안 방황했을 고통과 모든 슬픔을 잠식시켜버리는

공연이었고 토해내는 그의 목소리는 억눌렸던 그가 드뎌

이 나이가되어서야 돌아온 그 자리를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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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부를 때 저런 목소리가 있나 했고

<가로수 그늘아래>를 부를 땐 세상에서 들어 본 <가로수 그늘아래>

중에 단연 압권이었다.

그리고 여태 그 매력을 몰랐었는데 <비상>은 완전 날 매료시키는 노래였다.

거친 탁음에서 울림이 나오고 거기서 섹시한 발성까지 부드럽게 소화해내는

임재범은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가창력과 매력을 지녔다.

더구나 중간에 ‘디아블로’와 공연한 록은 거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을

‘록’ 이라는 장르에 가깝게 만들었다.

아마도 내 의견인데 임재범이 ‘록’을 부활시키려한다면 가능하지 않나 싶다.

나이 50에 그토록 열정적인 로커로 부활한 그를 보는 재미 신나고 맹장수술한

배가 터질까봐 걱정되었다.

폭력적이라고할만치 섹시했던 목소리를 두고두고 잊지못할 것이다.

그는 외로운 한 마리의 호랑이였다.

로커 임재범은 패러독스를 부를 때 윗옷을 다 벗었는데 등에는 까만 독수리가

문신되어 있었고 왼쪽 가슴에도 작은 문신이 있었다.

처음에는 등에 호랑이가 수놓인 권투선수같은 옷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아직도 이렇게 커다란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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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을 부르다 감정이 격해져 한차례 눈물을 삼켰다.

여러분~~은 제일 마지막 곡이었고 ‘빈잔’은 제일 첫곡이었다.

그는 ‘나가수’를 통해 이렇게 크나큰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고 그것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여실했다.

립싱크 가수들이 자기를 싫어할지 모른다고말하며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가수들에게 확실한 노력이나 어영부영하려는 마음은

버리게하는데 한몫을했다며 지금도 자기는 나가수무대에 선

기분이라고 했는데 그 정도로 보는 우리도 같은 기분이었다.

마지막 하나남은 ‘너를 위해’는 앵콜송이었다.

우리는 앵콜을 할 수도 없었다.

아마 하루만에 3키로는 빠졌을 것이다.

그가 내일을 위해 쉴 수 있게 아무도 더 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너를 위해’는 나가수에 나왔던 차림 그대로 나왔는데

정말 멋있었다.

임재범은 정말 노래를 잘하는 가수였다.

폭풍 가창력과 그 열기는 아마도 내가 본 공연 중에 최고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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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올림픽공원까지 10분이면 간다.

비도 오고, 밀릴 걸 예상해서 6시15분에 나갔다.

둔촌동부터 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남편은

차를 파킹하느라 7시가 넘어 공연이 시작되고야 들어올 수 있었다.

미리 들어간 우리도 겨우 7시 5분 전에야 들어가 앉았다.

입구에서도줄이 길었고,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늦을까 뛰고, 수도많으며

질서도 어찌나 잘 지키는지 볼만했다.

들어가는데 줄이 그리 긴 건 처음이다.

셀린디옹 때도 그러지 않았다.

세계 무대에 서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 계속하면서 봤다.

관객들은 10대부터 60대가 넘도록 다들 몰입된 표정이었고

20-30대가 제일 많았던 것 같다.

체조경기장은 15000석 규모인데 내 보기에 14000석은 다 차보였다.

50대가 되어가는 임재범의 유머는 이대근 흉내, 이덕화 흉내 이런 건데

우리 아이들은 못알아 들었다.

흉내 정말 잘 내었다.

임재범은 자기를 보며 힘들어도 힘을 내 살라고

힘든 이들, 여기 오지못한 이들도 늘 잘 되길 매일 아침 기도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때 제주도 약천사에서 출가했다가 지금은 기독교신자라고 했다.

그러나 종교라는 게 무엇을 믿더라도 Let it be~~ 라고 했다.

가족에게 잘 하고살라고 하면서.

에너지 충전 확실하게 된 밤이었다.

마치고 나오니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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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omments

  1. 슈카

    2011년 6월 26일 at 2:53 오전

    아침부터 언제쯤 콘서트 다녀오신 글을 올리실까~ 하며 들락였어요^^
    콘서트장을 찾은 사람들은 정말 행복했겠네요.
    더불어 이렇게 글을 읽으면서 저도 행복해져요.
    그가 진정으로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아요.
    직접 노래를 들었다면 백만스물두배쯤은 더 행복했겠지만요^^
    차마 앵콜을 할 수 없었을 관객들의 마음…충분히 전해져요.
    생생한 후기 고맙습니다~~!   

  2. 김진아

    2011년 6월 26일 at 6:52 오전

    콘서트 소식 저 역시도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

    슬픈 마음이 들때에 그 슬픈 마음 마저도 기운들게 만들어주는 그런 음색이라고
    느꼈어요. 제가 힘들때마다..몇 곡의 음악들은 제게 앞이 안보이는 길을 보여주곤 했거든요.

    그 음악이 클래식이건,가요건, 트로트건…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을때 느껴지는..그런 음악이요. ㅎ

    임재범씨의 노래는 …윤시내씨,윤항기씨,윤복희씨 조용필씨등의 목소리가 모두 들어있는 느낌이 들어요.   

  3. Lisa♡

    2011년 6월 26일 at 8:06 오전

    슈카님.

    그에게 누군가 앵콜을 했다면 욕들을 정도였어요.
    그가 지칠까봐, 혹은 쓰러질까봐..ㅎㅎ
    너무나 열창을 했고 오늘도 딸이 그러더군요.
    가로수~~는 대단한 무게로 부를 때 진짜 놀랬다고.
    목소리가 장난 아닙니다.
    그는 늙으면 안될 거 같아요.
    너무나 멋졌고 감동 받았답니다.
    노래를 정말 매력적으로 해요.
    사랑 부를 때 마지막 __어쩌죠__는
    진짜 소름끼치도록 저음으로 섹시하게
    발음하더군요.
    ㅎㅎㅎ……아..오래도록 그로 인해 행복할 듯/
    그가 행복해하는 모습도 표내진 않지만 느껴졌구요.
       

  4. Lisa♡

    2011년 6월 26일 at 8:09 오전

    진아님.

    그는 노래 속에 그의 사람이 다 녹아있고
    겸허하게 다 초월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그런 소리를 가졌어요.
    어제 록 부를 때 정말 놀랬어요.
    50살에 저 정도의 목을 틔울 수 있다는 게.
    그가 많이 방황하고 고통스러워 했다는 게
    정말 느껴지는 소리예요.
    그가 행복하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들의 친구들도 어떻게 표 구했냐며 다들
    그렇게 부러워하더랍니다.
    어린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게 더 좋아요.
    그 목소리…아 정말 표현하기 힘들어요.   

  5. 산성

    2011년 6월 26일 at 12:50 오후

    역시나…
    지난 번 사카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생각납니다.
    십여 년 전, ‘너를 위해’만 나오게 녹음해서
    계속 돌려 듣던 생각이…ㅉ

    감동 콘서트에 다녀 오셨네요.
    읽기만 해도 좋습니다.^^

       

  6. 테러

    2011년 6월 26일 at 12:53 오후

    임씨 노래 중엔 시나위 시절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가 제일 괜찮은 것 같은데..
    혹시 콘서트에서 불렀나요?? ㅎㅎ

    <고해>는 가사가 너무 비굴해서 제가 그런 노랜 안좋아합니다..ㅋ    

  7. Lisa♡

    2011년 6월 26일 at 1:19 오후

    산성님.

    너를 위해—
    사랑보다 깊은 상처—
    는 명곡입니다.
    아이들도 다 그런 말을 하더군요.
    어제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차지연과 불렀는데 둘 다 너무
    잘 부르더군요.
    차지연은 임재범의 그대를 위해인가 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정말 잘 부르더군요.   

  8. Lisa♡

    2011년 6월 26일 at 1:20 오후

    테러님.

    고해도 좋은데 왜요?
    호불호가 분명하시네요.ㅎㅎ
    시나위의 멤버들이 다 실력자들이지요.
    아….임재범….짱입니다.   

  9. 4me

    2011년 6월 26일 at 11:20 오후

    즐거운 일은 리사님 혼자서 대표로 다 하시는 것 같아요.
    정말 좋았겠다.
    나는 주일 하루 완전 퍼져서 방콕하면서 만사 잊고 쉬었는데…..
    임재범 콘서트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기를 쓰고 표 두장 사서
    아들놈이랑 손 잡고 봤을텐데…
    아까버라.
    그래도 리사님을 통해 대리만족 합니다.
    ㅎㅎ
    즐거운 한주간 되세요.   

  10. Lisa♡

    2011년 6월 27일 at 1:05 오전

    4me님.

    그러잖아도 아들이 그날 오후 3시에
    버클리 모임이 있었는데 먼저 나오면서
    임재범 보러간다고 하니 다들 너무나
    부러워하더랍니다.
    가셨으면 좋았을텐데..근데 표요..
    오픈하자마자 바로 매진됐어요.ㅎㅎ   

  11. 화창

    2011년 6월 27일 at 11:28 오전

    나는 리사님 때문이었던가? 하여튼 어디선가 임재범이라는 사람의 말을 듣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가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임재범이 부르는 것을 듣고 화가났습니다…

    아니 세상에 세상은 왜 이런 가수를 몇십년간이나 무명으로 놔둔거야? 하고…..
    근데 내가 몰랐지 사실은 무명이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내게는 무명이었으니까….

    역시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콘서트를 했군요~~~   

  12. Lisa♡

    2011년 6월 27일 at 12:53 오후

    화창님.

    무명은 아니고 워낙 매니아 층이 있는데 스스로
    최고의 자리를 포기하고 많은 방황을 한 가수이지요.
    드라마틱한 생을 살았다고 해도 되는 남자구요.
    정말 실력있는 가수다운 가수입니다.
    그러니까 생생한 음악을 전해주는 스타일이지요.   

  13. 레오

    2011년 6월 28일 at 1:04 오후

    대전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데
    리사님 글을 읽으니 더욱 더..ㅋㅋ
    사람많은데 갈 수있을려나 걱정도 되고
    아마 그때쯤은 괜찬을 수도 있어서 기대하고있음 ㅎ   

  14. diaruby

    2011년 7월 1일 at 11:02 오후

    그공연 어느 사이트에서 볼수 있나요?
    미국 LA는 안오려나? 아… 공연 볼수 있는 그대들이 부럽네요.   

  15. Hansa

    2011년 11월 16일 at 1:04 오후

    "나를 보면 힘들더라도 힘내서 살라"
    임재범 다운 말이군요..

       

  16. Lisa♡

    2011년 11월 16일 at 2:20 오후

    레오님.

    보셨어요?   

  17. Lisa♡

    2011년 11월 16일 at 2:20 오후

    diaruby님.

    죄송해요.
    이제사 봤네요.
    이미 보셨곘죠?   

  18. Lisa♡

    2011년 11월 16일 at 2:20 오후

    한사님 그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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