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벗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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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초조해했다.

15일간입벌리기 운동을 했는데 만약 아직도 더 하라면

자기는 못견딜 것 같다는 것이다.

곧 미국으로 가야하는데 나도 답답했다.

한달 반을 먹이지도 못하고 대화 한 번 제대로 못했다.

그래도 풀지 말라면~~

거짓말을 했다.

일주일 후에 미국으로 가야하니 무조건 풀어주시면 안되냐고.

통했다.

본래 아들은 입이 작고 유치원 때는 숟가락이 안들어간다고

선생님이 전화까지 왔을 정도인데 자꾸만 더 벌리라니 불가능이다.

하악수술이나 양악수술을 하고나면 4센티는 벌려야 그때서

입을 묶은 고무줄을 풀어준다.

아들이 아무리 악을 쓰고 벌려도 3센티 이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도 입을 벌려보니 4센티는 좀 힘들고 아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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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수술을 하기 전 일 년간, 하고난 후 일 년간을 교정을 한다.

하악수술은 양악과 달라 윗니가 벌어질 가능성 100%이기 때문에

이를 교정하느라 어쩔 수없이 교정쇠를 걸고 있어야 한다.

고무줄로 이를 묶고 있던 탓에 교정쯤이야 별로 짜증스럽지 않아한다.

다행하게도.

병원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턱이 비뚤어지거나 이가 어긋난 이들이

상당한 숫자라는 건데 부모님이 턱이나 치아를 바르게 낳아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경제력이 안되면 그대로 살아야하니 이중고통이다.

턱은 어릴 적 부터 턱을 괴거나 자세가 나쁘면 비뚤어지기 쉽상이란다.

그러니 일단 최우선 바른 생활은 자세이다.

자세가 모든 걸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아들도 팔자 걸음걸이부터 구부정한 태도하며 손톱 물어뜯기를 비롯

일일이 열거하자면 단점이 보통 있는 게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세가 수명을 좌우할런지 모른단 생각이다.

바른자세를 유지하는 건 어깨와 허리를 꼿꼿이하고 걸음걸이를

걸어야 하며 앉을 때도 엉덩이를 의자 깊이 직각으로 앉는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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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고 교정을 하기 위해서는 또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치아가 훌가분해진 아들은 연방 싱글거린다.

오히려 이상하고 어색하다고 한다.

바로 일 층으로 내려가 뭐 사먹고 올까~~ 한다.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교정과에 J 여교수가 있다.

큰 키에 큰 눈을 한 이국적 외모인 교수로 오늘은 외래가 없는 날이다.

아이가 고무줄을 풀면 바로 교정과로 가서 점검을 해야하는데

담당교수와 선생님이 두 분다 안계신다.

간호사선생님이 전화를 해서 상황설명을 하자 바로 내려와 주셨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왠지 처음부터 그녀가 좋더라니까~~

더구나 담당의인 양선생님도 얼마나 미인인지.

아들은 재수도 좋다고 내가 말하자 맞단다.

미인선생님들에 착하기까지하니 운좋은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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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반을 혼자서 집에 박혀서 고생하더니

입이 자유로워지자 바로 외출이다.

저녁에 유학생들 중에 두 학교가 섞어서 하는 모임이 있는데

초대를 받았다며 매우 흥분된 외출이라고 한다.

이제 남은 10여일을 매일 친구들 만날 거라며 들떠한다.

우울하던 기분이 다 날아가고 웃는 아들 모습에 시름을 잊는다.

요 며칠 우울하던 참이다.

무려 4시간 이상을 병원서 지루하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온 참이지만 이 저녁은 홀가분하다.

모든 인생사가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지만 이렇게 훌훌 털 수 있는

날도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겠다.

뭐가 잘 되어도 걱정, 안 되어도 걱정…

나의 우울은 대부분 경제적인 것에 한정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우울한 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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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1. 김진아

    2011년 8월 11일 at 12:49 오후

    남양주 둘째 동생도..제부가 결혼 기념일 선물로 치과 교정과 더불어 수술을 받게 해주었죠. 아랫턱이 약간 튀어나와서 윗니와 아랫니가 어긋나 있었거든요.
    교정한 보람은 확실하게 있었습니다. 동생도 수술 이후 그동안의 머리 통증?도 사라졌다고 하구요.

    아고, 얼마나 홀가분할까요 ㅎㅎㅎ

    리사님..

    우울할땐 조금 우울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하셨어요. 어느 선생님께서 ^^

    바람이 선선한듯 하면서도 습하네요. 비 소식이 있어서일까요..
       

  2. 네잎클로버

    2011년 8월 11일 at 1:44 오후

    이제야 불편함에서 해방되었군요.

    남은 10여일 동안 매일 친구들 만날 거라는 말에
    웃음이 납니다.
    암, 당연히 그래야겠지요~

    그동안 먹고 싶은 음식도 못 먹었는데
    잘 챙겨주시고,
    잘 먹는 아들 모습 보면서 기분 UP! 시키세요~ ^^   

  3. 金漢德

    2011년 8월 11일 at 1:55 오후

    치과 수술중 턱 (상하악)수술이 젤 어렵고 그 수술 하는 치과의사 드믈다.
    수술이 어려운만큼 환자의 고통은 엄청나다.
    우리몸의 평형을잡는것 중 턱 바로잡는것이 젤 중요하다는걸 모 후배 치과의로부터 들었는데 실제 그 중요성을 모른다.
    이번 리사님 아드님 고생 엄청많았겠다.
    그래도 잘 참으셨네.   

  4. 오공

    2011년 8월 11일 at 2:54 오후

    리사님은 우울도 즐기는편이라 하시지 않았나?
    이번에도 우울 즐기기 모드라 믿겠어요^^*

    학기 중엔 늘 한가하시니
    방학 동안 몰아서 바쁜 게 당연하시리라 생각하지만
    이 번 방학엔 진짜 더 힘드셨네.

    이제 좀 마음도 편하시겠네욤.

    명문대 자식 두기 힘들다~~ 생각하셔야겠어요.극서도 셋씩이나~
    안그러면 평범한 자식 둔 이 오공 질투납니다이.   

  5. Lisa♡

    2011년 8월 11일 at 4:05 오후

    진아님.

    동생도 그러셨군요,
    어긋나있는 이가 맞게되면
    처음엔 어색하다고 하네요.
    어금니가 맞지않다가
    잘 맞으니 아들이 이상하다고 하네요.
    그동안 어떻게 살았길래~~

    비가 한 차례 왔다 가네요.   

  6. Lisa♡

    2011년 8월 11일 at 4:07 오후

    네잎클로버님.

    나—-우울모드인데 좀 멍해요.
    어찌보면 멍한 것도 같고
    어찌보면 현실을 회피하는 것도 같구요.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ㅎㅎㅎ

    아들은 챙겨주려고해도
    아마 약속 때문에 나랑 있기 힘들 겁니다.   

  7. Lisa♡

    2011년 8월 11일 at 4:08 오후

    네 한덕님.

    몸의 평형을 잡는 것에 턱이 아주 주용하다고 하네요.
    머리의 두통도 허리 아픈 것도 심지어는 다리 아픈 것 까지.
    아주 어려운 수술이지요.   

  8. Lisa♡

    2011년 8월 11일 at 4:09 오후

    오공.

    즐겨야지…..

    그러지않으면 너무 처지니까.

    에구 애들 키우려니 한 번씩 덜컥덜컥 무섭네.

    그래도 힘든 여름을 지나고나니 뭔가 했다는 기분은
    드는데 세계 경제는 왜 이런지….흑흑.   

  9. 나를 찾으며...

    2011년 8월 11일 at 11:27 오후

    하악 수술이 많이 힘든 거군요.
    수술 후 간호하기가 많이 힘들어보여요.ㅎ
    고생 많으셨어요.
    암튼 오늘은 아드님 보시기가 힘드시겠네요.ㅎㅎㅎ   

  10. Lisa♡

    2011년 8월 11일 at 11:33 오후

    나찾님.

    새벽에 들어와서 자고 있네요,.
    둘 다…

    아무래도 턱을 잘라서 끄집어내서
    다시 자르고 집어 넣으니 힘들겠지요.
    뼈가 제자리로 붙아야 하기도 하고,   

  11. 김술

    2011년 8월 12일 at 12:05 오전

    예전에는 입이 작아야 미인축에 끼였답니다.
    그래서 춘향이는 밥알을 세우면 입에 들어가지 않아서
    눕혀서 먹었다지요. ㅎㅎ
    어쨌거나 아드님도 리사님도 참 징그러운 여름을 보내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12. Lisa♡

    2011년 8월 12일 at 12:14 오전

    남자는 입이 작으면 보기싫어요.

    그리고 요즘 미인들은 입이 다 커요.
    발도 크고…   

  13. 김술

    2011년 8월 12일 at 12:38 오전

    리사님이
    입도 크시고,
    발도 크신가 보군요.ㅋㅋ
    자칭 미인?   

  14. Lisa♡

    2011년 8월 12일 at 12:42 오전

    아들이 누굴 닮았겠어요…….츠암,,,나,

    발은 좀 커요.   

  15. 푸나무

    2011년 8월 12일 at 2:36 오전

    난 이상하게 카르페 디엠!하고 메멘토 모리,를
    비슷하게 여겨요.
    전혀 다른데
    글자가 같아서인가,
    앞 셋 뒷 둘, ….

    상대적이긴 하겠지만
    리사님이 경제로 우울모드라니……
    내가 보기엔 리사님 겁나 부자신데, ^^*

       

  16. 밤과꿈

    2011년 8월 12일 at 4:03 오전

    손도 크잖아요<<<<<<<<ㅋㅋ   

  17. 김삿갓

    2011년 8월 12일 at 5:15 오전

    내가 여자 친구가 제법 있어 봐서 아는데…(윽 또 누가 말한것 처럼..ㅋ)

    입큰 여자 입 작은 여자 둘다 장단 점이 있어요. 구체적 인건 지면상 말 못하고
    그런게 있다~우! 애들은 가라 가~!!!

    아드님 수술 별 부작용 없이 성공적 인것 같아 다행 입니다.
    우을증… 같은 이유로 피차일반 인것 같습니다. 그런 날들이 있다 보면
    좋은 날들이 오겠죠. 그떄를 위하여 핫팅~~~ 기미파이브!!!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 구~우벅!!    

  18. Lisa♡

    2011년 8월 12일 at 9:53 오전

    푸나무님.

    셋 둘~~그렇게 치면
    그렇게 들리네요.
    ㅎㅎㅎ..비 겁나 쏟아집니다.

    제가 본래 하나가 있으면 열이 있는 척 해요.
    그러니 이번엔 좀 심하게 심각하네요.
    앞으로 블로그 열심히 할지도 몰라요.
    더더 열쉬미..안나가고 돈아끼려고.
    으흐흑~~~   

  19. Lisa♡

    2011년 8월 12일 at 9:53 오전

    밤과꿈 아저씨.

    맞아요.
    저 손 커요?
    우리가 악수했었나.
    혹은 손잡고 영화를 봤었나..
    나의 콤플렉스 중의 하나입니다.   

  20. Lisa♡

    2011년 8월 12일 at 9:54 오전

    삿갓님.

    반다시 조은 날이 올 겁니다.
    그리 믿지 않으면 좌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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