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기억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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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란 솔방울 하나를 주워들었다.

가을도 아니고 봄인데 왜 도로에는 아직도 터진 은행들이

널부러져 있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가운데 그 길다란

솔방울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일반 솔방울과는 차이가 나는 길고 커다란 솔방울이다.

선뜻 내가 줏어들면서 마음에 든다면서 집으로 가져가자고

하자 남편 말이 그 수많은 잡동사니 안에 또 뭘 추가하려고

하느냐고 얼른 뺏더니 다시 길가 화단으로 던진다.

그래—돈도 안드는 이런 솔방울 하나 내 맘대로 못하는거야?

그럴 때가 아니지..그 수많은 하릴없이 모아둔 잡동사니들에

신경이 미치자 머리 속이 복잡해지면서 그 정도면 남편이

많이 참아준거야 싶다.

왜 아들들과 남편의 책상과 옷장들은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데 나와 딸의 것은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뭐가 그리 꿍쳐

둔 게 많은지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이라면 깔끔녀들이 비웃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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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적한 어느 바닷가에 비가 온 후 많은 물고기들이

모랫사장에 흩어져 죽어있고 그 사이를 신기하게 여기며 걸었다.

걷다가 임모씨랑 줏어든 돌맹이 하나가 마치 물고기 화석처럼

생겨 가지고 온 게 아직도 책장에 있다. 하얀 색으로 여러 겹이

겹쳐져서 떨어뜨리기라도 했다간 겹대로 부서질 것 같은..

책을 넣고 뺄 때마다 그 돌을 바라보고 어루만지면서 그때를

잠시 추억하는 것이다. 그 물고기들은 빗물에 쓸려 바닷물과 합쳐지면서

민물과 소금물인 바닷물과의 차이에 숨을 못쉬고 죽은 것이다.

그때 내가 다 주워와 붕어탕이라도 끓였어야 했나?

길에서 돌을 걸핏하면 주워오는 아들이 모은 돌들을 다 버린 적이 있다.

그런 요상한 돌들말고 추억이 함께 하는 돌이나 나뭇잎 등은

괜찮은 수집품같은데… 한번씩 소중하게 꺼내보고 추억하는.

제법 그런 게 많은 나는 추억의 서랍이라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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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대한민국 결혼식에 불만이 많은 사람 중에 한 명이 나다.

오늘 신문에 결혼식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보니 진짜 우리의

결혼문화 이 참에 좀 바꿔야 한다.

나도 당시 제일 잘 나간다는 호텔서 결혼을 했지만 결혼식에

대한 기억이라곤 그 호텔 밖에 나질 않는다.

결혼식 사진을 볼 일도 없지만 본다는 것도 당시의 젊음이나

가족 얼굴들 한 번 훑어보는 일 외에는 크게 의미가 없다.

언젠가 마우이섬에 일주일 이상 머문 적이 있을 때 우연히 만난

결혼식을 잊을 수 없다. 작은 해변에서 20명 남짓 지인들만 불러

수수하게 차린 신랑과 신부, 그리고 들러리 4명, 귀엽던 목사님

그리고 주변의 비키니 차림과 트렁크 차림의 꼬마손님들을 하객삼아

자연과 어우러져 하던 그날의 결혼식은 맘마미아였다.

나도 아이들이 한국서 결혼을 한다면 작은 펜션이라도 빌려서

조촐하고 아담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하고싶은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벤트를 가족과 함께 만들어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기획을 꾸미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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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든 기억이나 추억을 담고 있다는 건 소중하다.

제일처음 갖게 된 이브 생 로랑의 썬글라스를 아직 갖고 있다.

투박하고 커다랗고 각이 큰 플라스틱 장난감같은 건데

오빠가 프랑스 출장갔다가 여자들 것 하나씩 사온 것이다.

그때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쯤 되었을 때인데 얼마나

신기하고 사랑스럽던지..게다가 이브 생 로랑이라니.

또 큰오빠가 유학을 가서 어렵게 공부하면서 보내 준

회중시계가 있었다. 너무 예뻐 목걸이로 하고 다니며

자랑을 일삼다가 고장이 나고 그리곤 쳐박아 두었는데

지금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다. 얼마나 상실감이 크던지.

아들이 구멍가게 100원 뽑기에서 뽑아서 엄마 손에 끼워준

반지를 나는 결혼반지보다 더 좋아한다.

볼 때마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끼워주던 모습이 그려져

가슴이 설레도록 행복해진다.

그리고 남편이 스웨덴 출장서 사온 나랑 상관없는 호박펜던트는

하고 다니기엔 나이들어 보여 아직 포장된 채 고스란히 서랍에

있지만 보면 그때 남편이 그걸 사러 다니며 고심한이야기가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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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김술

    2012년 3월 26일 at 2:12 오전

    사람이 나이를 먹는건
    추억을 갖기위해서라고
    릴케가 말했습니다.
    좋은 추억들 많이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2. Lisa♡

    2012년 3월 26일 at 2:55 오전

    늘 하는 말이지만
    나이가 들면 추억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하잖아요.
    저는 추억이 특히 많은 편인데요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디보니 많은 것들이 그냥은
    기억나지않아요.
    집에서 자고 갔다는 친구가 말하는데 난 그게 기억나질 않아요.   

  3. 안영일

    2012년 3월 26일 at 3:46 오전

    저녁 딸부부 쇼핑인지 ?데이트인지 나간다 나가고 .할매와 두손주 운동장 돌아온다

    나, 잠시후 확자지걸이는 소리 다리가 부러졋다나 큰 갈매기 한놈 뒷 댓크에 있고

    물과 빵을나르는 데 내 보기에는 자연질환인데 손주 119인지 911에 전화걸어 사정

    을 이야기한다 들리는 답 에니몰 포리스 주소다, 그때 할배 눈알크게뜨고서 손주에

    게 캄다운 소리지르고 모든것 진정을하고 내일아침 있던 운동장에 같다놓으려했는

    데 ? 스사이 아이들 오는것과동시에 큰갈매기는 뒷 댓크에서 운명하셨다, 사위녀석 손

    주에게 교육을한다, 잘못 집에 야생동물을 데려오면 벌금이 500$ 이라나, 더듣구말

    고 흰 주머니에 둘둘말아 갈매기죽은것을 운동장엽 구릉아래의 잔디밭에 할배가 같

    다놓고서 앞으로는 자연동물 집에 데려오는것도 심사숙고하리라고 ?할매는 손주들

    이 가옆다 하여서 장물을 집까지운반한 중요한 *미필적 고의아닌 범법자 ?* 가 되

    고 집에는 또한가지의 좋은 교육과 추억을 손주들이 같는 저녁하루였다,    

  4. 나의정원

    2012년 3월 26일 at 4:39 오전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글들을 참으로 맛깔스럽게 적어놓으셨네요.

    날씨가 변덕을 부려서 기분도 별로인데, 월욜날 님의 글로서 원기보충하고 갑니다.

    행복하셈~   

  5. 김진아

    2012년 3월 26일 at 6:13 오전

    이사준비를 이르게 하는 중이에요.
    물건들, 아이들 옷가지나 소품들 같은 것과 저도 만물상 박스가 있는데..것두 여러개 ㅋ
    그 중엣 중복되는 것들에서 한 가지 정도만 남겨두고 내리려 하는데요.

    그게 정말 힘드더라구요. ㅎㅎ

    참….어찌하기가 힘든 부분에 동감합니다.

    …   

  6. 청목

    2012년 3월 26일 at 9:27 오전

    오늘도 싱싱한 기운을 많이 담아 갑니다.
    맹렬여성 앞에 기죽어 지낼 수밖에 없는 사내가.

    평소 피부 괜찮으세요?   

  7. Lisa♡

    2012년 3월 26일 at 11:54 오전

    안선생님.

    갈매기가 운명했어요?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건강하세요~~~ㅎㅎ   

  8. Lisa♡

    2012년 3월 26일 at 11:55 오전

    나의정원님.

    아직 바람에 기온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저녁에 친구 병문안 갔다가 추위에 덜덜 떨었습니다.
    야외주차시켰거든요.
    주차카드넣고 게산하는동안 참기 힘들더군요..추워서.
    아직은 감기조심해야하겠어요.ㅎㅎ   

  9. Lisa♡

    2012년 3월 26일 at 11:56 오전

    진아님.

    이사하시나봐요?
    같은 동네로요?
    지난 금요일 비 많이 오는 날 친구도
    이사를 해서 제가 신경쓰이더군요.
    이사 잘 하구요~~   

  10. Lisa♡

    2012년 3월 26일 at 11:58 오전

    앗..청목님.

    헤헤 피부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피부는 타고났답니다.
    근데 그 외엔 좀 별로지요.
    뾰두라지나 기미하나 여드름 하나 안난답니다.
    아직은….푸푸,,,,거짓말 아닙니다요~~~

    이러다 내일 당장 뾰루지가….조심해야지.
    근데 요즘 눈건강이 안좋습니다.   

  11. Hansa

    2012년 3월 27일 at 1:28 오전

    주위 결혼식 풍경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딸들이 자라며.. 하하

    조촐하며 이쁜 결혼식이면 좋겠는데,, 그저 욕심이겠지요.
    한국의 졸부들식의(졸부도 못되는 것들이..하하) 허장성세 결혼식은 역겨운데..
    뭐,, 아이들이 결정하면 못이기는 척 따를 예정입니다만.

    합리적 선택을 기대해봅니다. 하하

       

  12. Lisa♡

    2012년 3월 27일 at 1:40 오전

    보통 상대방과 함께 하는 식이다보니

    기우는 쪽에서 상대를 따라가더군요.

    저 또한 아니라고 말은 못하겠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려고는 합니다만 제가 갑이 되면
    저희는 그냥 조용하게 예쁘게 하려구요.

    늘 자기가 당하는 일이되어야 관심을 갖게 되잖아요.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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