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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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편지에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기 위해서이다.

어제 아들을 아는 몇몇 주변인들에게 모두

나름대로 아들에게 전하는 간단한 낙서를

부탁했다. 물론 카톡으로 오더라도 저장해서

프린트를 거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봉투에

넣어서 보낼예정이다.

이런 것이 엄마가 훈련병 아들에게 하는 이벤트다.

탄산음료는 별로라하는 아들이 콜라를 다 마시고

싶다니 별 일이다.

k씨 아들이 제대를 하고나서 짐을 보니 엄마가

보낸 5통의 편지가 나달나달해진 채 들어 있더란다.

그 말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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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옷이 든 육군소포가 왔다.

다들 그 소포받으면 눈물 흘린다고 하던데

나는 한 방울의 눈물은 커녕 습기조차 말라버린

눈으로 종이편지를 찾느라 혈안이 되었다.

나 엄마 맞아?

누가 그러길 분명히 친모가 아니라고 했다.

종이편지에는 재미있고 여러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적어보냈다.

사방에서 온 여러 유형의 아이들과 힘든 생활이랍시고

지들끼리 하다보니 그런 정이 생기는 모양이다.

주변에 아는 형들도 몇 있고 신기하단다.

유학생들도 간혹 있어 친한 형과 친구도 있고

아들이 마음이 좀 편해 보인다.

단 잠을 자는 게 아직은 불편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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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일주일 같다는 아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즐겁게

할까 늘 고민 중이다.

이 엄마가 개그맨 기질이 있다보니 웃겨주려고 노력이다.

편지도 되도록이면 구태의연한 내용을 빼고 연예계 소식이나

뉴스를 말해주고 큰놈은 그 좋아하는 축구에 대한 뉴스를

전해주는 역할을 맡았고 딸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걸 맡았다.

그래도 지 형제라고 훈련소에서 같이 지낸 남매생각이 가장

많이 나는 듯 하다. 편지마다 그 아이들 소식만 묻는다.

처음 3일은 거의 아무 것도 않고 규율 같은 교육만 받다가

3일이 지나면 제대로 된 소대로 가는데 시설이 떨어진단다.

그리고 밤에 한 시간씩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는데 그게 현재로는

힘들고 세면대가 작고 적어 긴 줄을 서서 씻다가 부르면 나가야해

어떤 아이들은 비눗칠을 하다말고 나간단다.

깔끔이 결벽증 내 아들 생각하니몹시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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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오늘 오는 쪽쪽 다 프린트해서

커다란 봉투에 넣어서 보낼 예정이다.

마치 생일카드 크게 적어서 보내듯이.

조금이라도, 한번이라도, 잠시라도 웃겨주고 싶다.

아침 저녁으로 800자 꽉꽉 채워 편지쓰는 게 이제

내 일과가 되어버렸다.

800자를 넘으면 안되는데 아이들은 모두 800자 가득 채우길

원한다고 해서 나는 별의별 이야기를 다 써서 채운다.

싸이의 빌보도 2위 이야기로 시작해안철수 이야기에

전지현과 선예이야기까지..거기엔 ^^* 이런 부호나 마크는

절대 쓰면 안되고 금지어가 있는데 어젠 잠을 ‘자지’ 못했다.

이런 거 쓰면 바로 금지어로 창이 뜬다.

조심해야할 게 많은 게 군대이다.

아들땜에 알게되는 여러가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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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1. Beacon

    2012년 9월 28일 at 12:33 오전

    잘 하셨어요..
    나도 아버지께 받은 편지를 오래 간직했더랬지요..

    근데 쫄병일 때 ,, 잘했어요..

    힘들고 어려울 때..
    쫄병 때나 감동인거지. 군생활에 익숙해 진 다음엔 별 감흥 없어요.. ㅎㅎ   

  2. Beacon

    2012년 9월 28일 at 12:34 오전

    참,, 들른 길에,,
    추석 자알~ 쇠셔요.. 아들램 보고싶어 어쩔란가 모르겠다만,, ㅎㅎ   

  3. 김술

    2012년 9월 28일 at 12:59 오전

    제가 이래뵈도 30사단 신교대 수료할 때
    1등으로 수료했고
    훈련병 투표로 모범 전우 최다득표자입니다.
    지나고 나니 추억이지만
    정말 힘든 시기였지요.
    33년전이니 시설이야…
    게다가 논산훈련소도 아니었고.
    암튼 제일 반가왔던건 외부에서 오는 편지였지요.
    그것도 훈련 2주차 지나서 주고 받을 수 있었던 시절.
    시간내셔서 매일매일 편지 써 주십시요.
    거창한 이벤트 없어도
    엄마 편지 받으면 눈물이 절로 나고
    그리움에 목이 메이는 시길테니.   

  4. 김진아

    2012년 9월 28일 at 1:08 오전

    편지가 최고예요. 군대에서는..

    리사님께 이렇게 미리미리 배운답니다. ㅎ

       

  5. Lisa♡

    2012년 9월 28일 at 1:55 오전

    비컨님.

    맞아요.
    편지가 최고래요.
    그래서 매일같이 편지만
    신경쓴답니다.
    추석 잘 지내시고 건강에 신경쓰세요.
    못되게 굴지말고.   

  6. Lisa♡

    2012년 9월 28일 at 1:56 오전

    술님.

    대단한 경력이십니다.
    꾸벅~~~스!!

    이벤트를 좀 해주려구요.
    편지야 뭐 아침저녁으로 쓰지요.
    헤헤헤…아들 군대보낼 엄마들이
    이거 보고 좋다잖아요.
    앞으로 하려구요.   

  7. Lisa♡

    2012년 9월 28일 at 1:56 오전

    진아님.

    참고로 하세요~~~   

  8. 빈추

    2012년 9월 28일 at 6:35 오전

    논산….
    입소대대에서 벗어나 훈련소로 넘어갔나 보군요.
    몇 연대죠?
    훈련소 00처에서 주특기 분류도 잘 해주니까
    걱정 안하셔도 될 듯합니다.
    저는 논산훈련소에 어찌어찌 하다보니 주저 앉았지만요.
    또 어디로 옮길지는 모르지만
    2년도 안되는 세월이니 후딱 갈겁니다.
    아직은 잠도 안 오고…변비 걸렸을지도 모르지만..ㅎㅎ
    곧 익숙해지겠죠.

       

  9. Lisa♡

    2012년 9월 28일 at 6:43 오전

    논산 안에서 3일이 지나면
    그 안에 있는 다른 장소로 가나봐요.
    처음 3일은 규율에 관한 교육만 받나봐요.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가는 건’일주일 뒤..
    입소후.
    첫 3일은 날짜로 치지 않는다고 해요.   

  10. 안영일

    2012년 9월 28일 at 1:00 오후

    *이제 어엿한 대한민국의 육군 (군번) 을 받은것 같습니다, 저의 생각에 리사님 남편과 학과장 주위에까지 갈수있을터인데 (50년전 생각) 논산 가면 연대알고 학과일수차는 불변입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러면 숨어서 짱 하고 아들에게 모습 보일수 있지안을가 ?이벤트는 그게 이벤트인데 생각함니다, 아마 16개 동작 제식훈련을 제일먼저 받겠읍니다,항상 리사님 아들네미(군대간 총각) 생각하면서 무탈하게 곧 끝마칠것을 생각함니다, 집합하여 누구 가겠나 하면 무조건 나서고, 있냐하면 있고 *중요한 설사가나서 화장실에서 빤스로 뒤처리한후에 내무반에와서 슬그머니 이웃의 빤스하나 그냥 입으면 관물정돈에 항상 빤스가 모자라니 그것 채우다보면 금방끝남니다, 식사가 다르고 물이다르니 구구든 설사로 한번씩 고생을 함니다, 그리아십시요,추석 잘 –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십시요,   

  11. Lisa♡

    2012년 9월 28일 at 1:10 오후

    네 추석 잘 지내세요~~   

  12. 오현기

    2012년 9월 28일 at 1:44 오후

    걱정과 근심을 이벤트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돋보이네요.
    그런데 훈련병으로 보낸 부모마음과 큰 시험을 앞에 둔 수험생 부모마음 중 어떤 마음이 더 무거울까요?
    궁금하네요…    

  13. 오현기

    2012년 9월 28일 at 1:46 오후

    6주간만 고생하고 나면 그 뒤엔 거의 천국입니다.
    걱정할 것 별로 없을 거여요…    

  14. Lisa♡

    2012년 9월 28일 at 1:55 오후

    현기님.

    큰 시험을 앞둔 부모의 마음이군요.
    죄송해요.
    그게 더 무거울 거 같으네요.
    나야 엄살이지만~~
    그러나 워낙 아이가 영리하고 잘 하잖습니까?
    화이팅!!   

  15. Old Bar^n

    2012년 9월 28일 at 3:09 오후

    너무 염려하시는것 같네요.
    눈물 안 흘리신다며 왠, 땀은……..ㅎㅎ

    저위에 쓰신 말
    국방부시계는 잘도 돈다 …..편히 계시길 바랍니다.

    아뭏턴 아들
    큰일 하네요.
    힘찬 군인의 모습을 조만간 보겠습니다.
       

  16. Lisa♡

    2012년 9월 28일 at 3:14 오후

    사실 그렇게 염려는 하지않습니다.
    그냥 엄살이지요.
    누구나 다 가는 걸요.
    처음엔 무덤덤하다가 이제사 좀 걱정이.
    그치만 아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긴해요.   

  17. 배 태윤

    2012년 9월 29일 at 2:24 오전

    이제 이 관문만 거치면 리사님 아드님은 거대한 큰바위 얼굴이 되어서 리사님 앞에 떡 나타날 텐데요… 추석 잘 보내십시요. 저는 타국살이 어언 20년에….흑흑….   

  18. Lisa♡

    2012년 9월 29일 at 3:56 오전

    방금 포상전화 왔네요.
    ㅎㅎㅎ
    많이 밝고 씩씩하던데요.
    예전보다 더욱 더 좋아보입니다.

    타국살이에 추석때 되면 늘 고향생각나죠?
    그래도 가족끼리 잘 지내시길.   

  19. 추억

    2012년 9월 29일 at 3:23 오후

    위의 리사님 글을 보니 작년에 훈련받던 우리 아들이 생각나네요…당시 찡하던 기억들이 아직 생생,,,위의 김술님,,,아주 반갑습니다.,우리 아들이 지금 30사단 근무중이랍니다. 화전에 있는,,,우리 아들의 대선배 되시구먼요,,,그것도 모범병으로,,,하여튼 매우 반갑습니다.   

  20. Lisa♡

    2012년 9월 29일 at 3:32 오후

    추억님.

    벌써 그렇게 세간이 흘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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