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없인 못살아

200503090098_00.jpg

무덥다고 하는 6월의 마지막 전날이라지만 나는 행복하다.

아들과 둘이 침대에 누워 서로 책을 하나씩 들고 뒤치닥거리기도

하면서 서로 살을 부비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짝사랑의 결실을 보는 기분이기도 하고, 이럴 때라도 느끼자 싶기도

하니 가엾은 에미의 마음이랄까, 녀석은 아는지 모르는지.

덥거나 말거나 엄마는 그냥 이 침대 위에서 즐겁다는 거 알랑가몰라.

Mexico-country-house-forest-fields.jpg

때 아닌 김치풍년이다. 요 근래 김치가 넘쳐난다 싶은데 어제 또 일 때문에

들른 수지의 순언니가 바리바리 먹을 걸 싸주는데 와서보니 김치에 오이지에

마늘장아찌에 달랑무우에 한 가득이다. 박스째 성큼 실어주더니 세상에 경사났네.

배추를 길고 담박하게잘라 차례로 반듯하게 뉘어서 켜켜양념을 한 정성이

가득한 김치는 어쩌면 좋아, 아까워서 먹기가 싫을 지경이다.

문제는 넣을 때가 마땅찮을 정도로 김치가 가득한데 하는 수 없이 한 통은꺼내서

경비실에 갖다 주었고 사온 수박을 넣을 곳이 없어 통째 바깥에 두었다.

오이지는 둘째가 좋아하니 남을 주기도 뭣하고, 마늘장아찌도 딸이 좋아하니

뇌둬야하고 이래저래 다 집에 두고 먹어야 할 판이다.

그런데 그 언니, 엄청 화통하고 명랑한데 어쩌면 솜씨가 이리도 좋은지, 사실 살다보니

명랑하고 화통한 이들이 대부분 마음씨도 좋고 일도 잘 하고 솜씨도 좋긴 하더라.

2007061601031334185001_b.jpg

베트남 쌈을 해서 식탁에 먹기 좋게 해놓았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귀찮단다.

남편은 게장도 귀찮아서 먹기 거북하고, 월남쌈도 귀찮다고 하니 그럼 죽어야지…

하는 말이 입 안에서 빙빙 돈다. 밥은 어떻게 수저를 드시나?

쌈을 물에 적시는 태도도 불손하기 그지없다. 말려 올라가게 해서는 안된다고

야단이다. 아니 그걸 왜 못해? 진짜 다른데는 꼼꼼하면서 웬일이야~~?

정말 이럴 때 더위먹는다.

mongstar.jpg

독신남자와 독신여자의 평균수명을 볼 때독신여자가 남자보다 오래산단다.

독신여자는 강아지라도 키우며 보살피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남자의 경우는 사랑하는 파트너나 정기적으로 여자친구라도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러니 인간이 사랑없이는 잘 살아가기 힘들다.

내가 보살피는 상대로 사랑으로 보살펴야 하고, 사랑받는 기분이 들면 건겅해

지는 까닭도 인간은 어차피 사람 속에서 그들과 부대끼면 살아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 사람에게 잘 해야 한다. 역사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고 그런 상관관계속에 모든 것은 변하고 내려왔다.

자 여러분, 사랑합시다.

imagesCABJWZF3.jpg

10 Comments

  1. 오드리

    2013년 6월 29일 at 12:09 오후

    김치 냉장도 큰거로 개비하지………ㅎㅎ   

  2. 무무

    2013년 6월 29일 at 12:10 오후

    세상에나~ 없어서 못먹는데 남이 주는 것이 남아 도신다구요?
    부러워라.ㅎㅎㅎ
    그간 얼마나 베푸셨으면 주변에서 그리 주신대요?
    역시 리사님이십니다.^^

    다 못 드시겠으면 저한테 보내세요.
    늙은 어머니 김치 담그게 하기 미안해 죽겠거든요.
    제가 거들긴 하지만 체력이 별루라 엄마가 다 하시는 편.ㅎㅎ
       

  3. 김진아

    2013년 6월 29일 at 2:34 오후

    아…김치..ㅎㅎㅎ

    겉절이도 순식간에 몽땅 먹어 버리는 놀라운 식욕의 녀석들 땜시요.

    여름 김치..거의 일주일에 두,세번은 담근답니다.

    익은 것은 또 잘 안먹으려고 하네요. 더워서 그런지…^^   

  4. Lisa♡

    2013년 6월 30일 at 12:34 오전

    오드리언니….

    김치 냉장고 제일 큰 거임.
    더 이상 큰 거는 놔둘데도 없슴.   

  5. Lisa♡

    2013년 6월 30일 at 12:35 오전

    무무님.

    가까우면 진짜 드려요~~
    어째요~~
    아침에 그 얌전하게 잎을 가지런히
    만든 김치를 먹어봤는데 밥 한 그릇이
    바로 뚝딱입니다.
    ㅎㅎㅎ….당분간 김치걱정은 안해도 될 거 같습니다.
    아마 무무님 옆에 살면 제가 되려 얻어 먹을 것 같은데요?
    하도 살림꾼이라.   

  6. Lisa♡

    2013년 6월 30일 at 12:39 오전

    진아님.

    지나가다 들리세요.
    제가 한 통 듬뿍 드릴테니.
    저희는 아이들이 김치를 그닥 먹지않고
    집에서 밥먹는 시간이 잘 없다보니
    남아 돌아요.
    큰 아이 경우는 아예 김치는 안먹으니.
    세상이 다 아이러니죠?
    당분간 김치는 담을 걱정 안해도 될 듯.
    양배추에 오이 싸니까 길게 썰어넣고
    슴슴하게 많이 담아서 드셔요~~건겅에도
    좋고 정말 맛있더라구요.
    별 양념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물론 하시겠지만.
    요즘 깻잎, 양파, 마늘, 온통 짱아찌까지.   

  7. Hansa

    2013년 7월 1일 at 1:04 오전

    아들과 침대위에서 딩굴딩굴 책보기..

    아이구,, 행복하지요. 하하

       

  8. Hansa

    2013년 7월 1일 at 1:10 오전

    월남쌈도 그럼 죽어야지… 무서워요, 리사님 하하

       

  9. Lisa♡

    2013년 7월 1일 at 3:00 오전

    한사님….ㅎㅎ

    아들과 딩굴거리는 거 정말 행복해요.
    딸보다 더더욱,,,왜 그런지..ㅎㅎ

    근데 월남쌈도 귀찮을 정도면 살아있는 건
    어찌 숨쉬는지 귀찮아서 말이죠~~~ㅋㅋ   

  10. 리나아

    2013년 7월 2일 at 3:58 오후

    부추김치. 넘 맛있게 담가서 먹었어요.
    다른김친 꺼내보지도 않고서…. ^^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