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감는 새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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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모두 태엽감는 새로 살아야 하는가?

..운명의 힘은 보통 때는 반주의 저음처럼 조용하면서도 단조롭게

그의 인생의 주변에머물 뿐이었다.그가 평상시의 생활에서 그 존

재를 의식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무엇인가의 영향으로 기

세가 강해졌을 때, 그 힘은그를 마비와도 흡사한 깊은 체념 속으로

몰아넣어 갔다. 그럴 때면 그는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그 곳에 있는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 곳에서 무슨 짓을 해보

았자, 무엇을 생각해 보았자,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반드

시 자기 몫을 챙겨 가고, 그 몫을 손에 넣을 때까지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확신하고 있었다…

정말 우리는 이 세상에 와서 태엽이 감겨서 풀어지는대로 살아가야만

하는건지, 우리의 운명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늘 정

해진대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자동 장치가

된 것 마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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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끼 문학은 왜 이 시대 인기가 그렇게 많은 것일까?

한국에서는 거의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의 작품은도회적이고 세련되었지만글 안에

담겨 있는공허함과 현대인이 갖고 있을 결핍감이라고 한다.

늘 그의 글을 읽으면서 동질적인 무언가를 느끼고는 했는데

바로 그것이 우리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결핍을 채워주는데

한 몫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상실이 자리한 이 시대에 그가

주는 메세지가 어느 새 마음 속으로 들어와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모호한 상징들이 주는 수수께끼가

글을 끝까지 붙들고 가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태엽감는 새는 4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으로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감춰지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또 그 인물은

전편의 인물들과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독자는

존재와 비존재를,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글 속으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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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카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안경안쪽에서 나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에는 여전히

감정의빛이라는 건 없었다. 무표정은 아니다. 그러나 거기에

있는 것은 그 자리에 맞춰서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것 뿐이었다.

그리고 나서 우사카와는 마치 비가 얼마나 내리는지 보려는 것

처럼 몸에 비해서 비교적 큰 오른손 손바닥을 가볍게 위로 향했다…

..그러나 다른 것은 둘째치고 시나몬이 운전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의 차체와 마찬가지로, 그가 입는 옷에는 얼룩 하나 없고 신는 구

두에는 먼지 하나 없다. 나는 매일 아침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언

제나 마음 속으로부터 감탄하고만다. 아니, ‘감동에 사로잡힌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이처럼 완벽하게 훌륭한 의견 아래서 도대체

어떤 실체의 존재가 가능해질 것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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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이라든가 세계라는 것은,다소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혹은 그래야만한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아닐까요? 주위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가 자주 그런 생

각을해요. 무슨 일인가 일어나면, 그 일이 사회적인 것이든 개인적인 것

이든 사람들은 흔히 "그것은, 저것이 그랫으니까 이렇게 된 거야"라는 식

으로 말하고, 대걔의 경우 모두들 "아아, 정말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고

말지만, 나는 그 점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저것이 그렇다’ ‘그래서 이렇

게 되었다’ 라고 하는 것은 마치 전자 레인지에 계란찜 재료를 집어 넣고

스위치를 누른 후 땡 하고 울려서 문을 열러 보니까 계란찜이 되어 있는

것처럼, 전혀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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