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독락당과 옥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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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옛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은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

조정권

나는 이詩를 좋아해서 한때 늘외고 다녔다.

이 독락당의 주인공 독락당이 경주 안강읍에 있다는 걸

경주에 도착해서 지도를 보다가 알았고 찾아보니 그 장소가

맞다는 것이다. 마침 가려던 옥산서원과가까운 장소라

들려보기로 했다. 바람이세차게 부는 날이었다.

독락당은 시처럼 높은 벼랑 끝이 아닌 평지에있었다.

현재 이언적의 자손이 살고 있어 들어갈 수도 없는 기왓지붕

사이로 멀리 발돋움을 해야 독락당이라는 현판이 겨우 보였다.

왜일까? 평지에 있는 이 독락당을 벼랑 끝이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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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락당과 옥산서원이 있는 마을은 유네스코지정 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하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게 정리가 되어있지는

않지만, 아주 고즈녁하고 조용한 마을로 신기한건 그 마을의

산아래로 기막힌 절경의 계곡이 존재한다.

그 계곡 아래서 독락당이 있는 위를 올려다보면 거기가 벼랑끝

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밤이면 달이 떠서 대월루로 변하고

바람이 불면 또 바람소리가 들리는 눈이 오면 눈이 시처럼 쌓이

는 그런 상상을 시인은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게 각별했던 독락당이 그 곳에 있고 내가 그 곳을 갔고

다시 한 번 조정권의 시를 음미했다는 사실이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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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돌아 옆길로 새면이언적의 강직함과 청렴함이 돋보이는서원이 있다.

몇군데 서원을 돌아본 나는 채색이 되어있는 서원이라 처음엔 약간 실망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 나름대로 독특한 면을 갖고 있다.

혹독한 규범으로 소문난 이 서원에는 사람마저 찾지않는 고요와 쓸쓸함이

묻어 있었는데 아마 초겨울의 스산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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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 옆으로 수령이 500년은 넘었을 은행나무와 기품이 수려한

향나무들이곳곳에 있었다.

다니면서 느낀 점은 늘 나무가 그만큼 세월을 함께 해서 그 자리에

녹아들어 같이 품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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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적.

청렴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데

주변의 양동마을에도 역시 그의 후손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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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서원.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그 뒤로 보이는 구인당이라는 글씨는

석봉의 글씨다.

이언적의 구인록에서 따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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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변루.

입구로 난 정자형태의 루각.

닫힌 나무 문을 열면 앞의 계곡이 한 눈에 든다.

역시 이 글씨도한석봉의 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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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대의 선비들의 모습이실루엣처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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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 반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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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소반에 올린 술상을 들고 계곡에서

멀리서 찾아온 오래된 벗과정담이라도 나눴을

넓직하고 우람하던 바위들.

여름 물이 찰 때면 장관이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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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정해사지.

다 5분거리.

바람이 세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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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 석탑만 텅 빈산 아래를 꼿꼿이 지킨다.

아니황량함마저 버텨내면서 오로지 탑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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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세계자연문화유산이 아니었더라도

이 동네 좋다.

세상과 좀 떨어진듯 그런 동네..에 숨어있는

조그맣고 겸손한 보물들이다.

경주는 내가 볼 때 세가지 코스로 나뉘어진다.

1. 시내중심.

2. 감포주변.

3. 안강마을.

이렇게계획을 정해 다니면 쏠쏠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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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이영준

    2013년 12월 4일 at 2:24 오전

    리사님! 독락당까지 다녀오셨네요. 10년전에는 주인장(후손)이 세금납부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체험장을 하였었는데 지금은 개방을 하지 않나보네요. 독락당안에 계곡(냇가)이 내려다다 보이는 누마루가 있는데 안주인이 차려주는 저녁상에 여름날 그곳에서 마시던 "가양주" 맛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감포 대본리 강건너 반대쪽에 5년 단골(주 1-2회) 횟집이 있었는데 가시는 줄 알았으면 알려드렸을 텐데 아쉽네요.
       

  2. 지안(智安)

    2013년 12월 4일 at 12:48 오후

    지나간 시대 선비들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스친다..
    아..멋져요 리사님!
    이런 근사한곳에가면
    저절로 시인이 되기도 할듯하네요.
    하늘색이 시리도록 푸르네요.
    사람들 발길이 뜸한곳.
    암튼 요~물!!
    추천!!!   

  3. Lisa♡

    2013년 12월 4일 at 1:38 오후

    이영준님.

    그 횟집 제게 비밀글로 알려주세요.
    조만간 다시 갈 듯 하거든요.
    경주에 반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가양주도 입력.
    ㅎㅎㅎ

    독락당은 잠겨 있습니다.
    그게 좀 아쉬웠지만 사진은 안되고
    저는 발돋움으로 안을 좀 살폈지요.
    누마루가 진짜인 것 같아요.
    거기 계곡이 다 보인다고 해설이 적혀있더군요.
    ㅎㅎㅎ
    덕분에 정말 좋은 여행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횟집 꼭요.   

  4. Lisa♡

    2013년 12월 4일 at 1:39 오후

    지안님.

    요물 맞기힌 해…ㅎㅎㅎ   

  5. Angella

    2013년 12월 4일 at 5:39 오후

    라시님..
    사진으로 보기엔
    전형적인 한국의 정원으로 느껴집니다.
    담양인가에 가서 보았던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던 정감가는 소쇄원이란 곳이 생각이 나네요.
       

  6. 빛과 그림자

    2013년 12월 4일 at 9:32 오후

    미쳐 가보지 못한 곳을 만나게 되어
    기억속에 넣어 두었다가 기회를 만들어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힐링여행으로 안성맞춤일 것 같습니다.   

  7. Lisa♡

    2013년 12월 5일 at 6:16 오전

    안젤라님.

    소쇄원과는 좀 다른..
    소쇄원은 좀 더 아담한 편이지요.
    시간나면 다녀오세요.   

  8. Lisa♡

    2013년 12월 5일 at 6:17 오전

    빛과 그림자님.

    힐링여행이라고 우리도 말하면서 다녔습니다.
    정말 그 말이 딱입니다.
    경주를 다시 한 번 재조명하면서 말입니다.
    강추합니다.   

  9. 金漢德

    2013년 12월 12일 at 11:52 오전

    내가 옥산 서원 첨 갔을 때가 1952.봄. 아직 전쟁 중2일때. 안강역 까지는 기차로. 걸어서 옥산 서원.한석봉 글씨 그것 보러 소풍간거다. 이언적이나 독락당 같은것 모를때. 추사체도 몰라.ㅋㅋ
    UNESCO 지정은 거기가아니고 포항쪽으로 더가서 이언적 마을 양동 마을입니다.
    경주 답사는 1시내 일원과2 남산 ,그리고3 불국사, 석굴암,..그리고4 보문 단지를 거처 감포로
    그리고 반드시 삼국유사 해설본 읽어야 제대로 천년 전설 따라 고적 답사하시면 정말 좋아요.
    강력 추천 합니다.
    Lisa님 감사.
       

  10. Lisa♡

    2013년 12월 12일 at 2:24 오후

    ㅎㅎㅎ

    그 곳도 유네스코마을이래요.
    아마 양동마을과 연결되어 그런가봐요.
    바로 앞에 적혀있답니다.   

  11. 金漢德

    2013년 12월 21일 at 7:20 오전

    옥산마을과 양동 마을은 약 8km 이상 떨어저있어서,.
    암튼 고마워요
    리사님덕에
    소풍갔든곳 다시 보게되어 추억이 살아 났오   

  12. Lisa♡

    2013년 12월 21일 at 11:45 오전

    네—새해에 더욱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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