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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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에서 바지락이 더위에 40만마리가 폐사됐다는 소식을 와이오밍 알파인에서 들었다.

얼마나 더웠으면..

와이오밍은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일단 그늘에선 쌀쌀했다.

한국의 찜통으로 들어와야 하긴 하지만 싫지는 않다.

이젠 한국을 떠나있는 사실이 이유없이 소비하게 되는 줄줄새는 낭비에 대한 두려움과 소통이 원할하지

못함에서 오는 이방인의 느낌이 아주 싫어진다.

뚜렷한 이유없이 주눅이 드는 것도 언어의 불통에서 오는 것이리라.

내게 위안이 되는 것은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문자 정도이다.

규제에 대해 수없이 사유하게 되는 건 그 규제를 끊임없이 내게 과하게 종용하는 아들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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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 되어 언제나 먼거리를 간다면 프레스티지석으로 다니고 싶음은 말해 무엇하리.

며칠간의 끔찍한 햄버거를 졸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마구 당긴다.

아이는 미국생활의 오랜 버릇인지 그게 체질에 맞고 한국서 군대를 제대하는 동안 굶주려서

오히려 이런 식단이 마음에 든다면서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종류대로 햄버거를 즐긴다.

햄버거를 시켜도 주로 만원이 넘는 돈이니 나는 그게 그리 아까울 수 없다.

비행기를 타고 비빔밥에 황태국에 모짜렐라 치즈에 토마토라니..마구 흡입했더니 오는내내 속이 더부룩.

정신없이 자다가 깨니 여섯시간의 비행시간만 남았다.

영화 두 편을 보고나니 거의 도착시간이다.

그리고는 또 잠..자다 방송소리에 깨니 30분 남았다.

나가서는 1초의 쇼핑도 없었지만 면세점에서 50% 세일품을 겁을 상실하고 샀기에 입국시 은근

세관의 눈치를 보는데 기내에서 본 신문에 입국시 명품단속강화가 눈에 쏙 들어온다.

통과하는데 매의 눈으로 보는 직원 시선이 아프다.

살짝 통과…휴우~~~마구 가방에 쑤셔넣은 잡동사니들이 한 몫을 했다.

어떤 여자는 가방에 비닐을 씌우고 숨기기 바쁜 광경도 목격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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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유럽여행길에 나이가 많은 두 언니를 대동하고 나갔다.

어딜가나 내 눈엔 주책에 주접이란 주접은 다 떠는 걸로 보였고, 그녀들이 내게 말하고 묻는 자체도

짜증이 나고 그것도 모르라~~? 하는 식의 느낌이 팍팍 들어 표정이 굳은 채 늘 무응답이거나

혹은 거친 말투나 짜증섞인 응대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후, 내가 뭘그리 짜증을 내고 그랬지? 조금씩은 봐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문제였는데 내가 뭐그리

잘났고 약간의 선 경험만으로 그들을 무시했는가 싶어서 나중에 미안했던 적이 있었다.

이번에 아들이 내게 하는 말투나 행동이 그 때의 그것과 같았다.

어린, 또는 철이 아직 덜 든..그런 사람에게서나 나오는 언행이다.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천만에 처음부터 그런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는 성인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얼마나 많은 사색과 속으로의 사유가 그들을 그리 만들까 싶고 존경스럽다.

결국 나와 내 아들은 그런 괜찮은 사람이 되기엔 타고나길 별로였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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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라인이었다가

이젠 그 언저리로 물러나야 한다는 아웃사이더적인 마인드가 슬며시 쳐 든다.

나이가 주는 걸까? 아니면 소통의 문제일까?

아니면 아는 게 적어지는 문제일까?

기억력의 장애일까?

슬프다가도 이젠 이런 것조차 받아들이는 문제를 자주 되묻곤 한다.

‘이게 인생이야..그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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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오드리

    2015년 8월 8일 at 1:38 오전

    벌써 왔어? 당해봐야 안다니까. ㅋㅋ   

  2. 나를 찾으며...

    2015년 8월 8일 at 1:44 오전

    역시 리사니이이이임~ㅎ

    여행다녀오시면서 많은 생각이~

    사진 너무 좋아요…   

  3. 순이

    2015년 8월 8일 at 2:10 오전

    잘 다녀오셨어요.
    왠지 무척 반가워서 허그라도 하고 싶은 느낌입니다.

    조블엔 리사님이 있어야 생기가 돌아요.
    여기서 살 궁리를 해 봅시다.
    힘을 보태주세요.. ♡

       

  4. 벤조

    2015년 8월 8일 at 3:42 오전

    웰캄 백!
    욕심도 많으셔라…그 장대한 자연 속에서 고독하지 않길 바라셨어요?
       

  5. Anne

    2015년 8월 8일 at 5:47 오전

    리사님 철드는(나이 드는) 소리 하니
    웬지 섭섭해지네 (づ_ど)
    지금의 그대모습 영원하기를…
       

  6. 김삿갓

    2015년 8월 8일 at 1:26 오후

    리사님 방가 방가!!! ^______________^

    저도 순이님 처럼 무척 반가워서 허깅을 하고 싶은…ㅋ

    집떠나면 다 고생 이죠?

    그런데 그렇게 좋은데 갔다 오시고 고독한 여정 이라뇨??

    좋은 시간 되세유!!! 리싸님~! ^_____________^   

  7. 안영일

    2015년 8월 8일 at 6:18 오후

    잘 다녀오셨읍니다, 이더운 여름에 이곳에서는 *중상층의 개념이

    사고없이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는 이들* 우리네의 돈으로만 사람을 우선 시하는

    우리네와는 중산층의 개념이 좀 다른것 같습니다,    

  8. Lisa♡

    2015년 8월 8일 at 9:45 오후

    오드리언니.

    당해봐야 아는 것 확실해.
    크크크…
    어지간히 당했음.   

  9. Lisa♡

    2015년 8월 8일 at 9:46 오후

    나찾님.

    간밤에 7시부터 곯아 떨어졌답니다.
    낮에 영화보고 맛있는 거 먹고 들어와서는 바로
    잠 속으로 덕분에 푹잠을..오늘 포스팅 왕창.   

  10. Lisa♡

    2015년 8월 8일 at 9:47 오후

    순이님.

    왈칵 눈물이 날 것 같던 날도 있었어요.
    그래서 누군가 나를 고마웁게 허깅을 해주면
    그 품에서 울려고 했지요.

    조블이 존속하는 문제가 남아있군요.   

  11. Lisa♡

    2015년 8월 8일 at 9:48 오후

    앤님.

    맨날 철드는 소리를 외로울 때는 하다가도
    금방 잊고는 하지요.
    그러니 아직은 행복한 사람 맞죠?
    철들긴 좀 이른…   

  12. Lisa♡

    2015년 8월 8일 at 9:49 오후

    삿갓님.

    우리 만났잖아요.
    너무 반가웠구요.
    그 이야긴 오늘 쓸께요.
    헤어지고 난 후, 아들이 그래요.
    아주 좋으신 분 같고 미안하다고.   

  13. Lisa♡

    2015년 8월 8일 at 9:50 오후

    벤조님.

    여행동안 벤조님 생각 두어번 했답니다.
    앞 차의 번호판 알래바마 일 때도.
    ㅎ~~
       

  14. Lisa♡

    2015년 8월 8일 at 9:51 오후

    안영일님.

    제가 늘 나중에야 깨닫는 건
    어느 나라, 어느 동네, 어느 사람이나
    다 유유상종이고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무엇으로도 가를 수 없는 이유는
    다…사람 나름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자라온 환경이나 습관만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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