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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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려함과 소박함 중에 어느 취향을 더 선호하는 것일까?

넓고 금색으로 둘러싸인 다실과 좁고 어둡고 질박한 느낌의 다실이라면

그건 후자를 더욱 내 취향으로 받아들이겠다.

누구나 머리를 조아리는 최고의 권력자와 그 권력자가 은근히 기죽는

미를 알아보는 천부적인 눈을 지닌 미학자가 있다면 그것도 후자다.

그럼 어떤 화려함에는 기가 죽는지?

아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뭔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화려하는 의미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범접할 수 없는 경지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결단코 화려함이 싫어 라고 외치기 전에 그 뿌리까지 샅샅이 알고나서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리라.

화려함, 그 짧은 단어만으로 규정키 어려운 분명한 이유가 있으리라 싶다.

그래도 가구나 의상이나 대부분의 것에서 번쩍이는 그 화려함을 말한다면

아무래도 그건 쫌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리큐에게 물어봐’를 읽다가 문득 내 취향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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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걸어서 묵먹으러 가자"

"묵이요?"

묵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묵을 일부러 먹으러 간다는

이유를 납득하기는 쉬운 게 아니다.

도토리묵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30분을 운동삼아 걸어서 가긴했다.

한 젓가락도 손이 가지않았다.

왜?

해물파전을 따로 하나 시켰기 때문에 왠지 내 담당은 그 쪽 같아서.

그녀는 도토리묵무침의 반 정도를 먹더니 내게 왜 묵을 먹지 않느냐고 물었다.

묵이라 그 물컹거림이 그닥 즐거운 느낌은 아니다.

유독 묵 중에서 도토리묵을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내가 그 물컹거림이 싫다고

한다면 이해를 못할 것 뿐 아니라 자기의 취향을 뭉개는 꼴이라 한 젓가락 집었다.

젓가락질에 약한 나는 바로 놓치고,다시 숟가락으로 푼다.

도토리묵을 만든 적은 있다.

야무지고 손끝이 매운 영숙씨가 만들라고 가루를 주면서 해보란 거였다.

시중에서 파는 도토리묵보다는 연한 색으로 쑤어졌다.

그 쌉사름한 묵은 내 첫 수제묵이라 맛을 떠나 무조건 다 먹어야 한다는 일념에

해치웠던 기억은 있다만 식당에 가서 일부러 묵무침을 시키게 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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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에서 느껴지는 숭고함?

아직 나는 그런데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강의 중, 美 중에 최고는 숭고미라고 누가 그랬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숭고미란 그랜드캐년이나 안나푸르나 정도이다.

인간에게서도 숭고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인생 최고로 잘 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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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가까이 사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을 기억하게 되는데 주로 이웃으로

20년 이상을 살아온 이들인데 그들의 인생역정을 보자면 참으로 각각이다.

30대에 18평 후진 아파트에 살때 봤는데 지금은 50평형대의 고급빌라에 살면서

벤츠 500을 몰고 다니는 남자, 그 자식들은 예전에 어지간히 부모 속을 썩히고

경찰에 불려다니고, 그야말로 개판이더니 묻지도 못하겠다만, 또 그때나 지금이나

60평형대 집에 그대로 살면서 변함없이 소박한 모습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는 부부.

그들은 그 사이에 3명의 딸을 결혼시키고 미국에 사는 딸들 집에 오가는 일이 마치

외유의 전부인양 살고 있으며 자동차도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그대로 고만고만.

또 다른 부부는 목에 기브스하고 최고학벌에 수시로 척척 S대 법대를 거쳐 법관이

된 자식을 두고, 골프에 미쳐 살더니 지금은 집 하나 건사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려

거의 대인기피증까지 와서 얼굴 보기 힘든 사람이 있는가하면, 병에 걸려 외출조차

힘든 상황의 사람이 있기도 하고, 예전 모습 그대로 늘 홈웨어 스타일로 뭐하는지

모를 뭔가를 내세우지 않고 소리소문없이 사는 눈에 덜 띄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 사는 게 어쩌면 다들 그리도 다른지,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 내 삶은 과연

다른 사람의 눈에 어찌 비치는가에 잠깐 스치듯 신경이 쓰인다. 아마도 다 속고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척, 화려한 척, 잘난 척, 뭔가 있는 척, 분주한 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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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벤조

    2015년 8월 23일 at 5:55 오전

    엥? 저 블랙베리 따는 손톱 메니큐어 칠한거예요?
       

  2. Lisa♡

    2015년 8월 23일 at 8:50 오전

    칠한 거네요~~ㅎㅎ

    궁금증 벤조님.
    해결?   

  3. 김삿갓

    2015년 8월 23일 at 6:43 오후

    ㅎㅎ 리싸님 인간이 화려해봤자 얼마나 화려 하겠습니까?
    눈에는 안보이는 세균, 박테리아, 마이크로 벌레들의 온상인 사람 몸 인데.

    옛날 어떤 영화에서 더스틴 호프맨이 자기 아들 한테 한 대사 중의 일부…

    "아들아! 인생은 소똥(Bull Shit =말이 안되는, 허무맹랑 또는 거짓말) 같은 것 이란다.
    오선지의 콩나물 대가리 마냥. 제각각 마다 틀린 소똥 콩나물 대가리를
    오선지에 올려 놓고 서로 다른 또는 비슷한 음률을 만들며 사는게 바로
    인생이란다…." 라고 한 멋진 대사가 생각 납니다. ㅋ

    저도 묵 같은 이유로 싫어 합니다. 일단 잡기가 불편 하고 입에
    넣고 씹으려 하는 찰라 너무 미끈 거려 혼자서 목구멍으로 쏙!!
    기분 안좋더라고요.

    숭고함은 여인의 몸 에서 느낌니당… 진짜 정말 신기한건
    몸속에서 또 다른 사람을 만든다는게… 그리곤 또 때가 되면 아기가
    몸 밖으로 나올수 있다는 것과 아기가 자라서 엄마 보다도 더
    커진다는 것…. 정말 숭고함 그 자체이죠.
    리싸님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__^   

  4. Angella

    2015년 8월 24일 at 4:40 오후

    도토리묵을 좋아하질 않으시네..
    근데 나는 도토리묵밥이라고…좋아한다우~
    이상하게 똑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더라는…
    그런데 노년이 복된 것이 좋구나…하고 많이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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