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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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정말 어쩌다 한송이 23000원 하는 청포도를 사게 되었다.

진짜가 아닌 가짜 같이 생겨서 긴가민가했다.

한송이가 한 박스 값보다 비싸다니.

욕을 하면서 사야하는 나를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딸이 청포도를 좋아한다.

씻어서 맛을 보라고 주다가 한 알이 떨어졌다.

그거 하나라도 맛보자.

헉…이 맛이 그 맛인가.

딸은 한송이를 앉은 자리에서 감탄을 연발하면서 다 먹었다.

고급지다는 말이 딱이다.

비싸면 비싼 값을 한다는 말이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다시 사고싶지는 않다.

한 번 맛보고 입맛 버렸지만 그냥 그걸로 끝이라고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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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앤 델루카’를 소호에서 만난 건 오래 전의 일이지만

뉴욕에 갈 적마다​ 한번씩 들리게 되는 곳이다.

그 분위기가 좋고 어딘지 모르게 내가 격상되는 느낌이 드는

장소로 내가 뉴욕에서 ABC와 더불어 ​좋아하는 장소라면 장소다.

메그놀리아도 좋다만 딘앤델루카는 냄새도 좋았다.

한국에 SSG에서 딘앤델루카 매장을 열었다길래 우연히 들른

코엑스몰에서 들렸다.

내가 바라는 그런 장소가 아니었다.

물론 오래된 역사가 없고 그 시간의 발자취가 없으니 그런 향기가

날리가 없으니 기대한 내가 오산이다.

새 것의 냄새가 내가 원하는 그 빈티지한 느낌이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했다.

IKO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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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다.

부산에 놀러 간 아들이다.

이 밤 중에 웬일이지?

"여보세요?"

"엄마? 내가 엄마한테 전화했어?"

"응"

목소리가 적당히 취한 처음 듣는 아들의 취한 목소리다.

"어디야?"

"서면"

"누구한테 한거야?"

"같이 온 형한테"

형이 술 마시다가 사라진 모양이다.

웃긴다.

지금쯤 찾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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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시간은 정말이지 잘 간다.

도대체 어영부영하다보면 하루가 가고, 곧 일주일이 간다.

개나리가 피면 일 년이 간다고 하던 은희아줌마 생각이 난다.

어느새 9월이 코 앞이다.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인데 마음이 잡히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자신있는 일이 무엇일까?

아니가 이리 먹도록 그걸 모른다는 친구가 있다.

나는 분명히 안다.

알고말고.

그런데 용기도 없고, 이미 늦었단 감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저지르거나 용기를 내면 되긴 할텐데 말이야.

‘말하는대로’

이적이 작사작곡한 그 노랫말처럼 말하는대로 될까?

그 노래를 들으면 많은 이들의 고뇌가 마구마구 공중에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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