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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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유명대학대학원장을 지내신 분이 있다.

허리도 꼬부라지고, 키도 작아지고, 보기에 영락없는 촌부노인이다.

늘 산에서 휴지도 줍고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이다.

또 처음부터 내가 사는 곳에 경비를 하시던 고집쟁이 노인이 있다.

허리는 구부정하지만 ​아직도 불법 농사를 산에서 짓고 있다.

이 두 사람.

친할 것 같지 않은, 대화가 전혀 통할 것 같지 않은 그런 사인데

갈수록 두 사람은 같이 막걸리도 마시고, 부쩍 친하게 지낸다.

나이가 주는 허물없음이다.

과거에 어쨌든 그 두사람은 같이 늙어가는 사이다.

내 눈에는 아니~~벌써 저리 나이가 드셨나 싶지만 그들 눈에 나도

어느새 젊은 엄마가 중년이 훌쩍 넘은 것이다.

외모도, 경제력도, 학벌도, 집안도 다 소용없어지는 늙어간다는 것.

저항할 수 없지만 어찌보면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편한 나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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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

경언니가 오늘따라 커피도 못마신다면서 서두른다.

지난 일요일에 자기 집에 우환이 생겨서 얼른 가봐야 한단다.

아이도 없는 여동생이 있는데 부부가 사이가 좋고 은퇴해서

여행이나 다니는 중이다.

일요일 아침에 자다가 이상한 소리에 부인이 일어나니 남편이

마루에 쓰러져 있었단다.

얼른 병원으로 갔더니 뇌경색이라고 했다니.

이제 60세인데 한쪽으로 마비가 오고, 무엇 넘기기도 힘들단다.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병이 찾아올지 모른다.

60세, 특히 65세가 넘으면 늘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술은 가급적이면 마시지 말고, 조심스레 살아야 한다.

65세 이후 우리나라 노인층의 병원비가 엄청나다는 통계가 있다.

건강히 살아도 늘 경제력은 충분하지 못한데 아프기까지 하다면

그때는 절망적이 될 수도 있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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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 참 어진 사람 같아요"

그건 우리 모임에서 다 아는 사실이다.

"그 맥주 거품이 부드러워요"

벌써 5번째 말하고 있다.

늘 모임에서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거듭하고

모두가 뻔히 아는 얘기를 한참 후에 발견한듯이 계속 반복한다.

그럴 때 참 대꾸하기 난감하다.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많다.

어지간하게 되풀이를 하지 않아야지 늘상 되풀이되는 말만을

한다면 재미도 없거니와 지겹고, 매력상실이 된다.

다행한 것은 그래서인지 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오늘 내가 말을 많이 했다.

늘 그렇치만 주로 내가 말을 하는 편인데 가끔 부끄럽다.

돌아오는 길에 입이 아프다.

목도 아프다. 제발 다른 사람이 재미난 대화를 이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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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요.

참 외로웠어요.

"아니 왜?" 하고 물으신다.

제가 말이지요.

남들 요즘 놀러 다니는 그 외국을 20년 전에 ​그리스니 터키니

스페인이니 다 놀러 다닌 사람이거든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어서 많이 외로웠거든요.

그때 모마니 메트로폴리탄이나 우피치니 할 때 아무도 몰라서

아예 입을 다물었거든요.

외로움에 치를 떨었답니다.​

ㅋㅋㅋ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리사씨, 가끔 보면 당신 참 교만해~~"

좌중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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