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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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시인의 어린 당나귀 곁에서’를 읽다보면 시인의 가슴이

얼만큼 따뜻한가를 알 수 있다.

나조차 부끄러워지면서 뭉클해지니 말이다.

게다가 동심까지 곁들여 있어서 간혹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한다.

시선의 크기가 넓이보다는 깊이로 파고든다.

이런 사람과 살고 싶다고 누군가 말했다지만 이런 분 우리나라에

만 명만 있어도 정말 살만할텐데.

각박해지거나 마음이 초라해질 때 그의 시를 읽으면 아마도 분명

훈훈함이 온 몸을 감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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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육사의 시를 떠올리기엔 시기가 좀 지난 여름이라 그렇다.

어릴 때 포도를 좋아했고 혼자 포도를 다락방에서 먹을 때는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다.

포도는 청포도도 자몽도 아닌 그냥 캠벨이 좋다.

더구나 과육이 풍부하고 껍질에 탄닌이 가득한 포도라면 굿.

남편 회사 근처에서 나는 강화포도가 먹어본 중에 최고인데

그 농장의 포도는 언제나 미리 예약이 되어있어 구하기 힘들다.

그래도 혹시나 빵이나 싶어서 남편에게 미리 말해두긴 하라고

했지만 기대를 하는 건 아니다.

​포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포도 한 송이를 금방

먹어 치우는 내 경우는 다이어트는 커녕 포도 한 송이를 먹고

잔 다음날엔 체중에 불어있을 때도 있다.

현재 내 책상 위 포도 한 송이.

그저 먹음직스러울 뿐 아니라, 향기가 솔솔 침샘자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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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옆으로 벤틀리 한 대가 주차를 한다.

현재 주차 중인데 같이 주차를 하려다 서로 잠시 멈춘다.​

와중에 포르쉐 한 대가 다시 등장.

두 차는 같이 점심을 하고 벤틀리 집에 포르쉐가 차를 마시러 온

분위기인데 포르쉐에서 내리는 얼굴이 아는 얼굴이다.

세트로 말은 긴머리를 한 번 돌리면서 등이 파진 검은 원피스를

입고 또각또각 킬 힐 소리를 내며 주차 후, 그 집으로 들어간다.

차에서 전화를 받다가 내 눈은 그 뒤를 쫒는다.

젊은 엄마들로 우리집 아래층인데 바로 아래층은 스타가 살고

그 옆집인데 아이들이 어리고, 포르쉐는 바로 옆 동에 사는데

또래 아이들이라 둘은 아이들을 요즘 같이 승마를 보내는 사이다.

저들은 어린 나이에 물려받은 재산으로 사는 건 아닌데 뭘해서

부유한지 잠깐 궁금했다.

포르쉐를 타는 애는 롤스로이스까지 소유하고 있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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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00원을 주고 황도 한 박스를 샀다.

3일 전에.

오늘 처음 하나를 잘라서 하나를 먹기로 결정했다.

잘 보관했다가 다음 주에 한국에 오는 아들을 먹여야하나..

하다가 먹지 못하고 그대로 둔 것이다.

아껴서 blow_a_fuse-1된다고 하더니 그 꼴이다.

먹고보자.

궁상을 떨고 싶은 건 아닌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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