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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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집은 늘 조선일보를 구독했다.

당연히 나 또한 가정을 꾸리면서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조선일보만을

끄덕없이 지금껏 구독하고 있다.

사실 내 경우는 신문을 거의 보지않으면서도 그냥 구독 중이긴 하다.

상품권을 주니, 자전거를 주니 하는 아저씨들의 회유에도 단 한 번 마음이

흔들리거나 솔깃해진 적도 없다.

그리고 뉴스에서 조선일보를 욕하거나, 불타는 영상을 누군가 올리면

은근히 내색은 않지만 그게 그리 싫고 마치 내 핏줄처럼 느끼기까지 했다.

어느 날 카페를 가입하고 블로그를 하게 되면서 애착이 더 강해지고

말착된 관계를 갖고 있는 느낌은 여전했다.

또, 블로거들 중에는 그런 분들 비단 나뿐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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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포털사이트에 비해 활성화가 어렵고, 수요가 미치지 못하고,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외국 교포이거나 실버세대이기도 하다.

그건 조선일보의 색깔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디지털에 할당하는 경영

에 해당하는 지원조차 당연히 그런 결과를 나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천리안이나 싸이월드 같은 사이트들이 서서히 줄어들고 새로운 사이트로의 이동은 그야말로

기본처럼 보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철부지 아이들이 아닌 조블의 블러거들은 거의 그런

가벼운 이동을 즐기는 이들은 아니다.

그저 변화없이 있는 그 자리에 있고픈 완고함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 이 폐쇄운운이 서글프고 놀랄 일인 것이다.

서버는 낡고 저장공간은 좁고, 교체할 비용은 3-5억이니, 그만한 돈을 들여 가치창출을

기대하기에는 미치지 못하고, 경영진 측에서도 난감한 일이긴 하다.

이해 못하는 건 아니나, 그만한 돈을 들일만 하다고 마인드를 바꾸면 당연할 수 있는 금액이다.

앞으로는 장수시대가 되면서 100세 아니 120세를 산다고 하는데 늘어날 실버세대를 대표하는

블로그로 만들면 떳떳할 수도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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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네이버나 다음에 내 블로그를 만들 수도 있었으나

의리상 계속 조선일보 블로그만 해온 건 사실이다.

이번 일로 네이버로 옮기는 과정 중에 느낀 점은 아무리 방문객이

많고 적고를 떠나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예를 들면 영혼없이 그냥

대충 들어와 발자국을 찍고 자기 이웃수를 늘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조블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데 어느 편의 호불호를 떠나 살뜰하게

끈끈해지기는 그냥 조블이 좋다는 결론이다.

동호회같은 분위기라오프에서 만나도 오랫동안유지해온 관계들 같고

속깊은 얘길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그런 정이 넘치는 곳이다.

그런 조블을 폐쇄한다고 하니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이들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어쩌면 학연보다는 인터넷연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다반사일터, 그러면 여기서 실버세대들의 발전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 또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발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건 애정을 가진 운영진에서 창의적으로 시도를 해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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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블의 존속은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작은 끈이나마 잡아보려고 노력하시는 대표성을 띠신 몇 분들이 그나마 애쓰고

계시지만 현재처럼 유지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미리미리 강연회도 개최하고, 여행도 모집하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어 좀 더

재미난 사이트로 활성화를 꾀했다면 어쩌면 정말 달라졌고 중년층 이상을 흡수하는

대표적 사이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신문사 직원들이야 이 상황을 모면하고 지나가면 그만이겠지만 참으로 씁쓸하기

이를데 없다. 그간 간간이 재미도 있었고, 참으로 페이소스적인 분위기도 살짝

있어서 숨겨온 애인처럼 즐거웠는데 아쉽다.

살다보면 항상 그리워하는 게 생기기 마련인데 어쩌면 우린 모두 조블을 늘 그리워

할지도 모른다. 가슴안에서 지워지기 힘든 추억이다.

지금이라도 조선일보 측에서 존속을 지지해서 재투자를 하는 판단을 해준다면…

정글같은 세상에서 한송이 꽃이 될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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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벤조

    2015년 9월 19일 at 6:59 오후

    리사님,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중년층 이상을 흡수하는 대표적사이트’
    괜히 흥분됩니다.
    그거 조선닷컴이 한번 욕심 내볼만한 일 아닐까요?
       

  2. 나를 찾으며...

    2015년 9월 20일 at 3:33 오전

    저두요, 감사드려요, 리사님!!!^^*   

  3. 김삿갓

    2015년 9월 20일 at 5:23 오전

    이쁜탱이 리싸 쵝오!! ^_________^   

  4. Lisa♡

    2015년 9월 20일 at 8:26 오전

    벤조님.

    그렇게 키우면 얼마든 가늘할 것입니다.
    그동안 너무 손 놔두었던 느낌입이다.
    여러가지 이베늩 개최라든가 지원을 해서
    중년층을 끌어들이면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졌을 겁니다. ㅎㅎ   

  5. Lisa♡

    2015년 9월 20일 at 8:26 오전

    나찾님.

    아쉽죠?
    그래도 여기서 벌어진 많은 일들로 인해
    짭짤한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지요.   

  6. Lisa♡

    2015년 9월 20일 at 8:26 오전

    삿갓님.

    반가워요.
    좀 간만이죠?   

  7. 바위

    2015년 9월 21일 at 4:44 오전

    설득력 있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장수 시대에 대비해서 노년층의 소통과 열린 마음들을 위한 자리를
    조블이 대신할 수 있는데, 너무 근시안적 판단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말했으니 이제 공은 닷컴 쪽으로 넘어갔지요.ㅎㅎ

    좋은 결과 나오리라 기대해봅니다.    

  8. 막일꾼

    2015년 9월 21일 at 10:00 오전

    글도 좋고 사진도 좋습니다.
    조선일보 책임자가 이 글을 읽어야 할낀데…
       

  9. 睿元예원

    2015년 9월 21일 at 10:43 오전

    조근조근 이야기 잘 하시네요.
    정말 리사님 쓰신 글대로 했다면
    이런 일 없었을텐데 아쉽지요.   

  10. Lisa♡

    2015년 9월 21일 at 2:16 오후

    바위님.

    중장년층이 편하게 들락거릴 수 있는
    그런 블로그 하나 정도는 존재하는 게 좋겠지요?
    아쉽습니다.   

  11. Lisa♡

    2015년 9월 21일 at 2:17 오후

    막일꾼님.

    그런가요?
    정말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 좋을텐데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12. Lisa♡

    2015년 9월 21일 at 2:18 오후

    예원님.

    미리미리 강연회도 개최하고
    문학모임이나
    즐겁게 떠나는 유료여행이라든가
    건강강좌 이런 걸 이벤트를 곁들여서
    개최를 하고 했으면 더 좋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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