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살아갈 뿐…

은행동엘다녀왔다.

문을열고들어서니..왜그리늦었냐며..

어머님도,시동생도..얼른상을펴서밥을먼저먹자고하신다.

작은고모네도,막내고모도..아직오지않은시간..

아버지의마음..죄책감에서시작된제사를먼저하고난후..

난언제나,조금은미안한마음에..늘,어머님을마주하게된다.

결혼후,온갖타박과욕설을들으며남편과돌전의석찬이를안고..쫓기듯이

집에서나온후..만4년동안나와어머님과는얼굴조차보질않을정도로..

서로를미워했다고하는것이맞았을것이다.

그런데..그공백의시간이..나에겐가장큰약이되었는지모르겠다.

어머님은화광신문을보도록권하였고,읽는것이뭐어렵겠냐며..신문과책을보았고,

아침마다,밥을지은후가장먼저작은그릇에밥을담아제단에올려놓고,종을울리고..

손을모아기도까지하는일련의생활을빠짐없이하기도했었지만..

완전개종을원했던어머님에비해전혀기미조차보이질않은내가그리곱게보일수는없었을터..

남편의사업실패와모든일들이나로인해시작됨을강조함에..난늘..죄인이되어야했다.

남편마저..가족이라는이름으로상처를주었다면..정말아주처음부터없었던것처럼..

끝을낼수도있었을수도있다.

그러나,남편은..언제나내편이었고,지금도나와같은생각과같은답을내릴때마다..여전히

내편임을말하지않아도,굳이행동하지않아도..잘알수있다.

팔을굽히며,안으로밖에굽혀지지않는다는것도..나는잘이해한다.

나역시도..그럴수있고,그럴테니까…

시간이란그래서..마법같은치유책이라하나보다..

굳었던마음도,상처난가슴도..그또한그럴수도있다라고..결론지을수있으니까..

어머님은몇년전부터,집안제사를하지않으신다.

모두…나는한번도뵌적없는시아버지되시는분의집안으로넘겨주었다고만하신다.

남편은,절대자신의아버지에대한이야기를입밖에도꺼내지않는다.자신의상처가얼마나큰지는..

남편이아이들에게대하는그마음을보면알수있기에..나역시도..물어보지도,말하지도않는다.

그러나명절이란날은,며느리란입장에선,언제나가시방석이될수있는날이다.

오래된티브이의화면이캄캄하다.왜그런가물으니..시동생이대신대답한다.

아마도고장나서인가보다라며..버려야한다고..

아이들을키우다보면,온갖손장난에고장으로오인받는그러한현상들을많이접하게된다.

자연히..엄마는돌팔이기사가될수있다.

리모컨을찾아..화면채널을이리저리돌린후,자동화면이란버튼을눌렀다.

캄캄했던화면이..금새제자리로나타났고,

철없는시동생은깔깔거리며웃으면서..어머니에게돈안들이고잘되었다며..형수가고쳤다고하니..

조금후..배를뒤집으며웃는다.남편도나도..같이웃었지만..왜웃는지..나는짐작하지만..

남편은..시동생의말한마디에..얼굴색이변했다.

‘형,형..있쟎아내가엄마한테형수가티브이고쳤다고하니까엄마가뭐라는줄알아..

쓸데없을줄알았더니..쓸모있는구석도있다고하는거야..ㅎㅎㅎㅎ’

맹구같은시동생…그런말은..굳이하지를말거나,조금은우회해서말해줘도좋을터인데..

-그러냐고..거보라고..나도가끔은쓸모있다니까..ㅎㅎㅎ

크게웃으며..남편을투둑투둑건드렸다.제발웃어보라고..난괜찮으니까..슬쩍슬쩍..눈치를줘가면서..

어거지로웃는남편의모습에서..내가위안을받았으니..된거아닌가…

그러나..그걸로일단은끝난것이아니었나보다..우리시동생언제철들라나…

‘그리고…있지,형아,어제막내누나집에왔는데..명절에며느리가먼저와서음식만들어야되는거아니냐며..

무지하게신경질내고,엄마한테짜증내는거야..’

어머님이이야기를받아..이어내신다.

‘내가그래서..그러지말라고했다.조카도보고,집안일도많으니..나혼자서도할수있는일을..

괜시리..명절이라고시누이노릇하지말라고했다.안그러냐..너도그만해이넘아..’

남편의두배만한시동생의등짝을간지럽게툭치는어머니..

-그럴만도하죠..당연히..제가못나서그런거고..그러니늘죄송하지요..어머님이이해해주시니..

늘든든해요..고맙습니다.

웃으면서..말하는나를..남편은불편한모습이다.

분위기를돋우고,말도많이하고..이것저것구석구석..챙겨가며..앉아있지않는나를..그저물꾸러미바라만본다.

어쩌겠어..당신은남편이기전에..어머님의아들인것을..내편이지만,편들어주는말하지않아줘서,

내가더고마운걸..불난데부채질하면..절대안되는거야..속으로말하는내목소리를남편은알것이다.

다행히..작은고모네가들어오고,뒤이어막내고모도들어오고…

아이들때문인지..자연스런대화와웃음소리가이어져나온다.

음식을내어가고,치우고,모든일들이..나와작은고모,막내고모손으로손으로옮겨져가며..

움직인다.고스톱을못하는나야..고스톱을하는가족들사이로..움직이니..일은많아보이지만..

그거가지고..힘들다한다면…것도고작얼마나그움직임을자주한다고..투덜거리겠는가..

즐거웠던시간은지나고,어머님이싸주신음식들로양손가득들리우고..

막내고모는..조카들에게고모일좀하고싶으니..이튼날보내라며..신신당부하는말에대꾸하고..

집으로돌아왔다.

괜찮냐는남편말에..’무어가?’..라고물으니..’전부다’라고말한다.

-막내시누이말에?..참나원..그럴수도있는거야..한편으론고모가고마웁지..

왜그런거있쟎아..어른체면에뭐라서운타말을꺼내기가자식이라도..근데..그말을누군가대신해준다면..

생각해봐…그럴수도있는거야..어머님의말을미리해준것일뿐..나는별다른마음들거나..

그런거없으니..걱정마..

-시동생말도그래..어린애들마냥..왜엄마가그런말잘쓰지..당신장모님말이야..ㅎㅎ

시근없다고..그래..시근없는것일뿐이야..난괜찮으니..당신이나말좀생각하고..적절하게해좀..

‘내가뭐..잘못말한거있나?’

-당신..아무리..피곤타하여도..이튼날출근해야한다는것이사실이긴하지만..명절분위기에..

그렇게..빨리집에가야한다는말은..좋질않았어,적어도저녁식사후에했어도괜찮았는데..

앞으론..그리말하지마..어머님서운하신얼굴못보았구나..그러지마..

‘아..그랬구나..미안해,다음부턴…절대..안그럴께..당신이고마워..’

그제서야..남편은콧소리높지않게,깊이잠이들었다.

이튼날..남편은비상출근을하고,

아이들은막내고모와의약속대로..다시시댁으로보내고..

아버진..아이들도없고,남편도없으니,적당히취하고싶으시다며..선물받은술을얼음잔가득담아..

시원하게마시고…이내..긴낮잠으로접어들으셨다.

발을쿵쿵굴러도움직이질않으시는것을확인후..

그리고,나는옷을두텁게껴입고,장갑도두겹씩끼고..

망치와드라이버를들고..얼음판을가만히바라보았다.

아직은잔털같은마음찌꺼기가남음을알기에..있어서좋은것은아니니..

그마저털어버릴냥으로..한뼘보다조금더층이져버린얼음을깨어낸다.

아무생각없이..오로지내가하는일에..전념하는기분…

오직살아갈뿐…그것이다.

내가사랑하는사람들과함께할수있는지금의시간에..내가할수있는것은..오직..그것뿐임을..

….

10 Comments

  1. εlli°T™

    2009년 1월 28일 at 8:03 오후

    진아님힘내라~@!

       

  2. 데레사

    2009년 1월 28일 at 11:08 오후

    진아님.
    주먹불끈쥐고힘내세요.
    아무리지금어려워도진아님은젊고자라는세아이들이있고
    부지런한남편이있고…..내젊은날을생각나게하는진아님의
    글읽으면서끝없이격려보냅니다.   

  3. 물처럼

    2009년 1월 28일 at 11:11 오후

    토닥토닥..   

  4. 무무

    2009년 1월 29일 at 12:25 오전

    에효~~~~
    진아님때문이아니고나때문예요.

    사는게다그래요….   

  5. 뽈송

    2009년 1월 29일 at 5:48 오전

    언젠가다른분댓글에서냉담에서돌아오셨다는
    글을본듯합니다.더우기남편도같이따라오셨다고요.

    오늘글을보니시부모와힘든관계라는걸알게되었습니다.
    그렇지만남편이내편이니무슨걱정이십니까…?   

  6. 창에비친달

    2009년 1월 29일 at 6:33 오전

    늘그러하듯여여하게사세요…

    아이들을잘키움도…나라에보답하는길..
    애들많이컷지요?

    기둥감으로잘키우시길…   

  7. 佳人

    2009년 1월 29일 at 6:44 오전

    진아님,나두응원할게요.^^   

  8. 2009년 1월 29일 at 8:09 오전

    진아님의또다른모습을보게되는군요.
    힘내세요,진아님.^^   

  9. 해 연

    2009년 1월 29일 at 2:37 오후

    나하고비슷한데가많아서…ㅎ

    지금도나혼자서는못가요.
    아들이나손자앞세워가요.
    울남편은나타내며내편을들어줘서
    한순간분위기가살벌해지기도했어요.^^
    아이들이방패가되어줄거에요.
    힘냅시다!!!
       

  10. 초록정원

    2009년 1월 31일 at 8:07 오전

    힘든시간들을잘견뎌왔고
    지금도지혜롭게잘하고있군요..

    무엇보다도남편이가장큰위안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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