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한 켤레…

월요일의아울렛매장은한산하다.

돌아보는사람들보다매장의직원들이더많은듯한느낌마저들정도로..

^^

괜시리걸려있는옷들을일일이다시챙기고,개켜놓은옷들도역시나다시한번..

시간이참재미없게흐르는듯이한참을지났나보다.

"저기..아주머니!"

부르는소리에뒤를돌아다보았다.

잠시멈침,

남루한기색이역력한부자가내앞에서있었다.

처음엔아이의할아버지인줄알았는데,아버지였다.

초등학교5학년은된것같은데..

왜소한체격에검은색뿔테안경의모범생느낌이나는남자아이의모습이꽤고왔다.

요즘아이들이많이찾는인기바지가있는데,

가격이두가지로나와있었다.

5만원이채안되는가격의바지와3만원정도의바지..

겨울이라바지의안감은따뜻한기모로처리가되어있는아웃도어느낌이나는져지바지.

아무래도슬림한느낌의무릎안과바깥쪽으로칼라디자인이들어간5만원가격대의바지를아이가집어내었다.

담배냄새가코를찌르는그아이의아버지가가격을묻는다.

"4만3천8백원이예요.가격이다소비싼느낌이라,디자인은단순하지만가격도물론차이나지만

괜찮은바지가한종류더있으니그것보여드릴께요."

"네,감사합니다.비싸긴비싸네요.제겐요.녀석이입은바지가…이거…보이시죠."

아이가입고있는바지가안보일리가없었다.

보푸라기가많이일어난,척보기에도아이의신체사이즈와는동떨어진바지였다.

"아,예…사이즈가조금커보이네요."

"네에..이렇게보푸라기도나고뵈기싫어서요.또녀석이사고싶은게있다고해서요."

3만원대의바지를두가지색상모두보여주었다.

"네에,고맙습니다.조금더돌아보고오겠습니다.고맙습니다."

몇번씩이나고맙다는말을되풀이하면서괜시리수고를끼쳤다는생각이들어서일까?

너무나내게미안해하며부자가시야에서천천히사라졌다.

부자가떠난시간직후에스키복을사러온손님과이것저것이야기하면서시간이그렇게한시간여가

지났나보다.

조용한음성과예의그몸에베인담배냄새가느껴졌다.

"저어,아까보여주신그조금싼바지를다시한번보여주십시요."

곤색과검정의바지를보여주었다.사이즈가있는지확인한다.입어보아도괜찮다고하였다.

아이의얼굴에아주잠시미소가번졌다.내눈이가재미눈인지아이의그미소가고마웠다.ㅎ

"저기,지금딱맞는사이즈보다조금큰사이즈로주시겠습니까?아이가금새자라서요…"

예쁘게맞는13호에서15호사이즈로건네주고입혀보았다.

너무말라서고무줄바지의허리를조금더좁게마무리를해주었다.

운동화를신고거울을보면서아이가조용하게웃는모습이..웬지짠하다.

눈물날것같아서혼났다.그아이의모습에서..내가보였기때문이다.잠시잠깐그랬다.

"이걸로주세요.이쁘네요.괜찮지?마음에드냐?"

말없이고개만끄덕거리는아이,연신거울을들여다보면서흡족해한다.

소리도내지않고웃는아이.그렇게웃는것이제것이되었나보다.

아이가입고왔던바지를봉투에넣고매장에서주는양말한켤레주고파서뒤져보지만..

없다.그렇게주문좀빨리넣으라고잔소리를했는데…

순간자리에없는동생을향해신경질을부리고있는나.

"이쁘네요.잘맞아서,저도참고맙습니다.세일하는옷들도많으니다음에꼭다시들려주세요."

(그땐양말서너켤레곱으라라도드릴께요….)

"아,예에…제가직장이곤지암이였을땐자주왔었는데,서울로나가다보니못오게되었네요.그래도

아동복이있어서자주올것같습니다.수고끼쳐드려서죄송합니다."

"아이구,무슨그런말씀을요.자주자주수고끼쳐주셔도괜찮습니다.귀한아들,이쁜아들오늘아버지에게

감사함의표시는꼭해야한다.떼쓰지않고고분고분아버지옆에있는모습이이아줌마참기분좋으네…"

아이의머리를쓰윽한번쓰다듬어주면서그마른어깨를쿡쿡눌러주었다.

내말에진심이전달되었나보다.

주름투성이의원래나이조차잃어버린아이의할아버지같은모습의아버지마저웃는다.

…집에돌아와서도,내내그아이에게양말한켤레를넣어주지못한것이왜그리속얹혀진것마냥아리고아픈지모르겠다.비내리는새벽시간에조용히짤막하게화살기도를오랜시간되풀이하여남겼다.

3 Comments

  1. 벤조

    2011년 11월 29일 at 3:39 오후

    나도찌잉~~
    우리모두그렇게살았었어요.그게오래전이아니지요.
    재벌들의명품매장에는이런감동이없겠지요?
       

  2. 순이

    2011년 11월 30일 at 2:26 오전

    나도감동!

    착한진아님!
    멋진진아님!
       

  3. 구산(久山)

    2011년 11월 30일 at 11:26 오전

    귀한걸음해주셔서감사인사드리려들렸습니다.
    매장에서일어나는조그만일에도신경을써주시는
    진아님의소박하고아름다운인간미를느껴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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