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메여 오는 밤에..

오후시간이면더북적이는동생의매장..

끝나는시간이다가오면마음이더조급해진다.

하루종일저희들끼리지냈을아이들얼굴이떠올라더더욱…

마음은벌써도로위를날듯이달려가현관문을두드리고있다.

올봄처음만난나이지긋한부부와사내아이.

그때도늦은오후보다조금더지난저녁시간이였다.

"저어..고무줄바지가있을까요?"

"우리아이가중학생인데..입고벗기가편한바지로…."

허스키한목소리의아이의엄마가물어왔다.

매장바깥으로아버지의팔을부여잡은아이의모습을흘깃바라보곤사이즈를찾아주었다.

전체고무줄로된청바지와면바지였다.

신상품과50프로세일제품을함께찾아준다.

난,없는것빼곤있는사이즈는모조리다찾아주길좋아한다.

가격대를떠나서원하는것을찾을수있도록…

조심스레널려진옷들을들어올리고선허리고무줄의탄력성을체크하고

각각의바지의원단을손바닥으로만져본다.

마음에든세개의바지를들어선매장바깥에서있던부자를불렀다.

천천히걸어들어오는아버지와아들..

건장한체격의아버지와완쪽팔이조금짧으면서구부러진왼손이한눈에들어왔다.

어눌한말과불편한발걸음과는대조적으로안경너머아이의눈빛은매우맑아보였다.

"여보,이것좀보세요.00아,여기보렴,멀리가지않아도되겠구나,여기에너에게맞는사이즈가있네!"

부자가동시에미소를지어보이며마음에들었는지아이가고개를연신끄덕인다.

왜,그런지에대한질문이필요없었다.

신체장애의불편에대한성가신시선들에지쳐있을것이란생각이들어

짐짓아무렇지도않은체로보통의중학생과대화하듯말을건네며물건을팔고인사를나누었을뿐이다.

이후,계절마다필요한바지를사기위해함께혹은어머니혼자매장에서만나게되었다.

오늘도한바탕난리를치룬후,조용해진시간이였다.

"저기이..안녕하세요!"

-아!안녕하세요!.

"하,기억하시나보다.우리아이요..그때보다훌쩍커버려서그러는데,아직도여기사이즈가맞는것이있을까요?"

-네에,그럼요.올해사이즈는지난해보다더크게나와서요.고무줄바지찾으시는거죠?

"하하하..걱정했는데,다행이네요.있는대로보여주시겠어요/"

정말몇달사이에아이는살이오르고키도훌쩍자라있었다.

나를보고도이젠싱긋웃고,눈마주침에도얼굴을돌리지않았다.

50프로세일상품은없어서30프로된제품으로보여주고사이즈를맞춰주었다.

고무줄로된검은색면카고바지와역시전체고무줄의청바지..그리고모자달린티셔츠를계산했다.

처음과같이아이의부모는’멀리가질않아서…’정말다행이라는말을연거푸남겨두고떠났다.

피곤한하루일과에서도가끔씩만나는..

판매와수입의현실적관계를떠나,필요한것을줄수있었다는것에더기분이좋았다.

수북히쌓인먼지를털시간조차없는체로매장을마무리하고서둘러집으로돌아왔다.

하루종일저희들끼리옹기종기헤쳐모여를반복하며지낸아이들을돌아보고범준이는제엄마와함께

집으로가기위해준비를하고캄캄한밤하늘을등뒤로하며골목길을내려가는뒷모습을

물끄러미바라보고있었다.

범준인살짝뒤돌아보곤손을흔들었다.

‘..목이메여서어..목이이메여서어..가슴을아프게하여어..’

‘목이메여서어..목이메여어…’

가로등불빛을역으로업고오는분홍색점퍼를입고꽃무늬가그려진넓은치마를입은할머니가범준이의

손을가리우며골목입구로나타났다.

누가보든지,누가듣든지전혀관심없는듯보이는할머니는양손을뒷짐을진체로천천히내가서있는

대문앞까지걸어올라오는데…

할머니의노랫소리가두런두런들려왔다.

무슨사연이있는듯한노래일까?

내가들을수있었던것은오로지’목이메여서어…’라는그것뿐이였다.

멀리서는확인할수없었던할머니의모습에헉!목이잠겨왔다.

할머니의목엔까만색의마무리부분이헤져있는네모반듯한가방이걸쳐져있었다.

골목끝에서무거운발걸음으로사라져가는’목이메여서어….’의할머니의모습을바라보면서…

장애를가진체태어난자식을키우면서억장이무너졌었다는..

카드를들고계산을하는내곁에서조용히말문을조금씩열었던어머님의말이떠올랐다.

‘살아있다는것만으로도감사하다는것을늦게서야깨달았죠.그래서웃으면서살고있답니다.’

목이메여오는밤…

1 Comment

  1. 지해범

    2012년 9월 24일 at 11:20 오전

    세상은우리가생각하는것보다넓고다양하고,
    그래서늘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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