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님…

연중무휴의아울렛폐점시간은아홉시다.

여덟시가지나기시작하면걱정반,기대반이되곤한다.

지나가다뜻하지않게들린아울렛에서원하는물건을구입하는

손님이들릴수도있고,

반대로시간을죽이면서직원의스트레스를가중시키면서자신의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자오는일명진상손님이들릴수도있다.

"여기몇시에끝나죠?"

이렇게질문하는손님은그나마조금깨인손님이다.

"상관마!손님이있는이상은문을닫지않으니까,천천히구경해도괜찮아!"

세명의손님들중엔반드시이렇게콕!짚어서고단함을배로만들어준다.

폐점시간이되면다들집으로돌아가는직원들..

기다리는가족들과저녁한끼를함께하고자줄달음치듯내달리는나와같은

사람들이거의대부분인데..

엊그제조용한평일의저녁시간이였다.

폐점시간까지한시간여를남긴’이제퇴근이다!’하는기대반의시간.

양손가득히쇼핑백을들고오는노란테의안경을쓴사십대초반즈음보이는

손님이였다.

세일매대가득히매달려있는이월제품들을하나하나들춰보더니1만9천원세일하는

운동복상의를들어보인다.

‘아!외국인이구나’단번에감이왔다.

‘조선족?러시아?몽골…인가?’손님의외모를보면서

한참을추리하며다가갔다.

"이..거..언마에요?며쌀이입죠?"

청각장애인단골부부가있다.그부부는계절에한번정도찾아오는데

그들앞에선절대내얼굴을돌려서말한적이없었다.

수화가많이도서툰나와소통하기위해선그들의눈은내입술모양을보고알아채기때문이다.

말이서툴고어눌한느낌이조선족특유의억양이느껴지지않아서단박에손님이

몽골이고향인줄알았다.

"이.건.요.우리나라나이일곱살이입어요!"

최대한천천히또박또박얼굴을바라보면서알려준다.

"아~~!그롬여어사알꺼이써요?"

언듯알아듣기가어려웠지만대강열살즈음인것같았다.

손가락열개를펴서"열살아이옷을찾나요?"

그제서야웃으면서"어어~!!!여얼살..맞아요.여얼살꺼예요."

서툴지만손님은내게쌍둥이아이라는것도설명하고아이들을일년동안보질못했다고말한다.

우리나라아이들보단골격이크고단단하니전체적인사이즈를크게해서보내야한다고했다.

그랬더니손님의얼굴이환해지면서좋아한다.

"마자요.우리몽골아이들은커요.요기애들보다훠얼씬..커요."

그러면서행동으로어깨며배도크다고보여준다.

가격이비싸지않으면서그곳에서의환경에맞는옷을찾아주느라삼십분이걸렸다.

"여긴봄이라지만몽골은아직도추워요.건조하고바람도많이불고요.그렇죠?"

"아~~!누님말이마자요.어떠케그러케자알안나요?"

어떻게잘아는지에대한이야기는너무길어서말하지못했다.

그저손님몇분이몽골에서오신분이계셔서그분들을통해아는것이라짤막하게답했다.

쌍둥이남자아이열살에겐특가할인중인도톰한야구점퍼1만9천원으로두벌.

또여자아이동갑인데배가많이나왔다는..그설명에같이웃으면서사이즈도두급높은걸로..

막내아이가있는데여자아이고그역시배가산만큼나왔다면서역시나사이즈두급높혔다.

어느새내게’누님’이란호칭을사용하면서구구절절한이야기를서툴지만풀어놓는다.

내가골라놓은아이들옷을하나씩개켜서쇼핑백에담으면서..

눈가에눈물이맺히는그손님은한국에서의생활이고되다고한다.

그렇지만좋은것이많아서,일년더있다가자신의고향몽골로갔다다시올거라고한다.

"한국이힘들죠?한국사람나쁜사람도있구요?"

"네!나빠요.나쁜사람이써요.하지만그래도좋은사람이써서.조아요."

"제가여기온지얼마나인지아시나요?"

"한삼년되신것같은데요"

"아뇨아뇨이제일년쪼끔너머써요."

"처음에요기와서돈못바다써요.그래서정말정말개로워써요."

"근데한참이따가그돈차자써요.그래서한국이조아요."

옷들을모두비닐백에넣고다시두꺼운종이쇼핑백에담았다.

종이쇼핑백을하나씩더넣어주었다.고향으로보낼때그별것아닌쇼핑백이가져다주는

의미가남다르다는것을알게된이후부터유독더챙겨주게된다.

계산을하고돌아서는손님은나를돌아보며웃는다.

"누님~!이거보내고작다고하면바꺼져요."

손님의뒷모습이보이지않을때까지한참을서있었다.

나이보다더들어보이는하얀새치머리가성성이보이고..

여기저기작은구멍들이보이는낡은점퍼와청바지에니트를입고..

뒷축이거의다닳아서걸음을땔때마다삐직거리는소리를내는…

그손님.

양손에가득든쇼핑백에담겨진고단하고서글픔이만들어낸

눈부신보석같은사랑이…

‘집에얼른가야지’하는기대반내마음을붙들어놓았다.

"아이가넷이예요?"

"아!아니요.내아이아니에요.조카에요.내조카에요."

"세상에그랬어요.그럼아직결혼안했나요?"

"네!아직요.그러치만고향몽골에결혼할사람이써요.나기다리는여자이써요!"

포장지가유독화려한것이담겨진작은쇼핑백을부끄러운듯보여주면서주름진얼굴을붉힌다.

"일년더이따가가서결혼해요.내여자는날기다려요.그래서힘들어도조아요."

1 Comment

  1. 데레사

    2013년 2월 22일 at 8:20 오전

    순진하고착한사람이군요.
    조카에게힘들게번돈으로선물사서보내는그마음씨,
    정말제가다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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