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이삿짐정리가되고나니이사날에필요한여러가지일을해결함에있어서웃지못할일도생겼다.
바로어머니의빨간바지사건(?)이다.
갑자기휴대전화에동생으로부터문자가왔다.
어머니때문에마라톤은저리가라할정도로뛰어다녔다고~
뭐냐면바로어머니의빨간바지때문이었다.
지금이야물건이풍족해서대충1년정도만입어도헤지지않아싫증이나거나입게되지않는옷들은남에게주거나고물상에게주기마련이다.
어머니의빨간바지는연세드신분들은아시겠지만어릴적기억으론실을기계에짜서만들어놓은옷들중하나였다.
그런것들은세월이지나도얼마나촘촘히잘짜고만들어졌는지,지금도어머니는추운계절이돌아오면그것을입으셨다.
그런데,정리를하다가동생이물었단다.
이바지를입은사람들이없던데,버려도되겠느냐고.
어머니는버려도좋다고하셨고동생네는바로고물상아저씨가지나가길래다른것들과함께줬단다.
한참후에어머니가주섬주섬무얼찾으시더니물어보실길,내빨간겨울바지못봤냐고하시더란다.
그래이만저만해서고물상아저씨에게줬쟎느냐고했더니,펄쩍뛰시면서당장갖고오란다.
이미시간은한시간내지두시간을경과할참이었는데,어디서아저씨를찾을것이며뭐가그리중요해서그러하냐했더니,그빨간바지속엔자식들백일과돐기념으로받은금반지를손수건에고이쌓아서보관중이었다는말에아연실색할수밖에…
부리나케뛰어가서헤매길시간이경과한뒤다행이도동네고물상을전문적으로하는장소에서아저씨를만나서사정얘기를했더니마침다른곳으로넘기질않고있었단말에동생은가슴을쓸어내려돌아오는길은다리에힘이풀려죽는줄알았다고하소연을했다.
아이고노친네~
아무리보관해두는정성은그렇다치더라도여러번되물어버려도되느냐고물어볼적엔허락하시더니마른하늘에날벼락도유분수지,웬봉창두드리는소릴하시니,그뜨거운햇볕에뛰어다닌동생을생각하면웃음도나오고안쓰럽기고하고…
하지만동생은아마도이빨간바지못찾아냈음이사와서도두고두고어머니의원망을듣고내내살았을것이라고한다.
정말로잊혀지질않는빨간바지!
그리고고물상아저씨도그렇다.
이것만이아닌여러가지물건을걍준생각은안하고끝내천원을받고바지를넘기더란말엔뭐라말할수없는배신감(?)마저느끼게했다.
여튼이일은그렇게마무리가되고드디어이사날을정하고아침부터부산을떨었다.
이삿짐센터직원남자분세사람이왔고짐을나르던중어머니가간곡히부탁한말이있었다.
지하실에인삼주가있는데,조심해서운반해달라고…
그인삼주로말하면동생결혼을기념해서집에서아주좋은인삼을특별히마련해서담근술이다.
긴병에술이공기중에날아가지말라고촛농으로봉하고그것도못미더워본드로다시감은뚜껑을가진그인삼주를아글쎄,아저씨중한분이미끄러뜨려놓쳐서깨뜨려버린것이었다.
어머니는분해서펄펄뛰시고동생네는이사짐사장님한테얘기를하니,자기도그러면손해라면서직원들몫으로돌아가는일당중서로협의해주라고한다고했다.
하지만그아저씨들,정말이래도되는것인지…
처음엔동생전화로일정액을드리겠다고하고선며칠후엔그런적이없다고,제시한금액의반을얘기하면서법적으로걸든지맘대로하라며일방적으로끊어버리더란다.
동생이하도분해서인터넷여러싸이트에알아보니화물연합체가있는데,실상우리에게여러모로불리한점이있다했다.
즉화물연대소속에이삿짐도해당이될듯한데,문제는화물연합에서손해배상을해주긴위해선인삼의보증서가필요하고(등급상태,구입가격),인삼주담근시기의확인이필요하단증빙서류제출이있단것이다.
아니,집에서먹기위해담근술을위해서어느누가등급이며금액영수증을보관하고있단말인가?
어머니는어머니대로아껴뒀다가가족들모이면개봉해서드실려는계획이었는데,일순물거품이되어버린그술이못내아쉬우셔는지이사오시고나서도내내그말씀을하신다.
나나름대로도속상하고,뭣보다이사때문에발생한일이기에영기분이좋지만은않다.
다른식구들은좋은방향으로생각하자고,더이상그런사람들상대해봐야우리맘만더상할뿐이고,대화상대가안되는사람들이니,더는생각하지말자고했다.
지금생각해도거실에놓여있는또하나의인삼주를바라보면서10년이넘은그아까운술이자꾸만생각이난다.
같은쌍둥이술로담근시기도같고,하나는서늘한실내에서좀더둔다면술맛이제대로날것이란생각에보관해오던것이었는데,우리랑인연이여기까지였나보다하는생각도들고,웬지거실에있는술이한짝을잃어버리고홀로서있는모습도보기가영그렇다.
다른식구들이빨리먹자는말에도끔쩍않던어머니가아끼던술이었는데….
에휴~
어쩌냐!
그저굳바이하고또다른남은술이나마이번기회에가족들이모인다면개봉해서맛나게원샸~하고먹을수밖에…
암튼새로운둥지로오기까지의우리집이사과정은올해유난히도무덥다던여름날에잊지못할일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