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5년 2월 15일

추리소설의 또 다른 방향

추리소설을좋아하는독자라면이소설이주는또다른’추리’가주는재미를다르게볼수있지않을까싶다.

스위스출신의프리드리히뒤렌마트의작품이수록된책이문예출판사세계문학선코너로나왔다.

국내엔그의작품의희곡이상영된적도있다고하는데아직접해보질못한상태에서이작가의작품을읽고난후의느낌은뭐랄까,추리소설의화끈한액션이나스릴넘치는강한체력과영민한두뇌회전을자랑하는어떤주인공의형사나경찰의이미지를그려왔던종전의내머릿속의캐릭터와는전혀딴판의인물들이그려져있어좀당황스러웠다.

두편의작품모두가독자가바라는그런형태의결말을내세우지않기에추리소설의그런묘미에젖어있던독자라면조금은실망또는이런형태의제시를해주는작가의생각을되새겨볼만한시간이아닐까한다.

첫번째작품인’약속’은’나’가쿠어시안드레아스-다힌덴협회에서주최하는추리소설창작기술에관한강연을마치고나오면서만난전직취리히주경찰국장을지냈다는H박사를만나고그의도움으로그의차에동승하면서그가들려주는이야기에기초를한다.

자신의유능한부하이자천재란소리를들었던마태란직원이운영하는주유소에들르면서시작되는이야기는어린소녀의강간살해에대한사건을두고벌어지는마태와그주위를둘러싼사건해결에서오는여러가지변수에대한이야기를들려준다.

마태는소녀의시체를발견한,교도소에도들락거렸던폰군뎉이라는행상의제보로자신의출세길이보장됬던요르단의출국을보류한채사건해결에나서게되지만이내동네의분위기와다른동료들의시선은폰을범인으로지목하게되고폰은억울함을호소하게되는,마태로선사건의범인을잡겠다는’약속’을죽은소녀의부모에게했기에그동안벌어졌던몇차례의비슷한사건을들춰가며주유소를인수하고죽은소녀와비슷한이미지를가진소녀를곁에두고서범인이나타나길기다린다는,오로지끈기와시간의다툼,자신의확신에찬의지가현실에선어떻게자신의뜻과는상관없이범인이누군인지밝혀지되결코그것을인정하지못하고언젠가는꼭잡힐것이란보이지않는형상과다투는사건의현실자체에대한모습을보여주는이야기다.

두번째이야기인사고(事故)-아직도가능한이야기란주제를다룬이야기다.

트랍스는(덫이란뜻의이름을가진)직물판매업자다.

자신이몰던차가고장이나는바람에,다름아닌사고(事故)로인해차를수리할수밖에없는상황에부닥친다.

집에도갈수있었지만마을근처의집에머무르게되고숙박비는받지않는,어느나이든한노인의집에머물게된다.

알고보니이노인과그의친구들은전직이판사,검사,변호사,그리고형리출신들이다.

퇴직후무력에빠질즈음어떤한사건을내세우고그사건에관한자기들의직분에맞는법의형량(실제법에서행하는법형량이아닌그들자신들놀이에한해서만이루어지는)을내리는놀이에빠져삶의즐거움을알아가는사람들이었다.

주인인노인은트랍스에게제안을한다.

자신들놀이에끼여들지않겠느냐고-

보통의사건일경우엔범인을내세우지않고진행하는절차를트랍스는자신이범인으로나설것을받아들이고자신의과거를얘기하면서시작되는이이야기는자신이오늘날승진하기까지상사였던기각스의죽음과그의부인과의내연의관계를통해그동안자신은깨끗한,죄가없다고살아왔던생각에일변에변화를겪는이야기가주를이룬다.

두이야기의공통점은확실한깨끗한결말이보이지않는다는점이다.

이미미망인의말을통해범인의실체에대해들었던H박사는추리소설의전형적인글쓰기형태에대해비판을가한다는점에서작가가드러내고싶었던말을대신한다.

현실의세계는소설에서나오는것처럼딱딱맞아떨어지는사건해결의결말을그리쉽게찾아볼수없으며이는현실이주는한계이기도하고그럼으로서추리작가들은틀에박힌글쓰기에대한시도를재고해야함을알려준다.

그토록자신의출세길을포기하면서까지범인잡기에몰두하면서늙어가는마태란인물의묘사를통해사건의해결에있어서그어떤용맹함과용기,그리고뛰어난두뇌조차도현실세계에선막다른골목에이를수도있음을,스스로만든덫에걸려사람이변해감을보여주는이소설을통해독자들은또하나의미제사건이해결되었음에도불구하고여전히해갈의맛을볼수없는기분을느끼게한다.

또한트랍스의경우도평범한한인간의과거를통해되짚어보는잘못을가리는과정들이실제일상생활에선그저지나치고관심자체도보이질않을수도있는사건을파헤침으로써그자신이직접관여를했던간접적으로관여를했건간에죽음에일조를했다는사실앞에서그스스로가그것을인정함으로써벌어지는,결국엔자신스스로처단을해버린과정이한토막의연극을통해서보여지는느낌과함께결코가볍게넘길수만은없는무거움을준이야기다.

기존의추리소설로서추구하는형태를탈피해새로운글의창작을엿볼수있었던작품(약속)이기에그가이작품을끝으로더이상추리소설을발표하지않았다는아쉬움이남는다.

새로운이미지를갖게한그의추리소설에대한이야기는지금의추리소설이주는전형적인틀에박혀있던독자들에게다른눈을뜨게하는작품이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