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약국
사람의마음이병들어가는증상은점점육체적인병과는달리현대에서들어서는더욱높아졌다는것을느낄때가많다.
내적인고통에시달리고힘들어하는사람들은정신과의사와의면담을통해서자신의아픈마음을고치려는것이일반화되어있지만여기에서어떤처방전으로들어가는약을조제해받는경우가있다.
잠시나마마음의평안을주고행복을느끼게해주는약의처방은분명필요한부분이기도하고,그렇다면약과상담만이아닌책을통해서마음의병을치료해받는다면어떨까?
바로페르뒤씨의경우가그렇다.
룰루라는화물선을개조해서마음의병을앓고있는사람들에게치료의처방전으로권해주는’책’을파는’종이약국’이란이름을가진서점주인이다.
사람들이찾는책을무조건찾아서파는것이아닌,그사람의상태를살피고지금의심정이어떤지에대한상황을파악한후에자신이권해주는책을파는식이다.
상인이라면이익창출에대한욕심이생기게마련이고그런차원에서본다면페르뒤씨는결코이런상도에어긋난행동을하는사람이다.
타인에대한세심한보고듣는것을통해서독특한재능을가진그이지만정작자신의아픈마음은고칠수가없는상태-
20년전에5년간만난마농이란여인과의이별에가슴아파하며그시점에서벗어나질못하고은둔해접어들다시피오로지집과배위에세워진서점’종이약국’만오고갈뿐,그에겐그어떤빛나는사랑도해보지못한채50살이된다.
그러던어느날,그가살고있는곳에남편에게버림받고이혼당한채아무것도가진것없이이사오게된카트린이란여인이이사오면서그에게변화가찾아온다.
그가살고있는집맞은편에마주보고있는카트린에게남아도는식탁을주려고찾아가게되고카트린은식탁에서편지한통을발견했다면서그에게전해준다.
다름아닌마농이떠나고난뒤에온편지로그편지안엔당연히구구절절미안하단상투적인말들만가득들어있을것이란생각,그자신이자존심상하는마음에읽어보지않았던편지였다.
하지만그편지의내용은마농이암으로죽었다는사실을알게되면서페르뒤는그동안자신안에갇혀있었던감정의소용돌이에휩싸이며배에밧줄을풀고본뉴로향하게된다.
배는이웃으로서작가의명성을날리고있지만기대치않았던유명세를피해다니는조당이란아들뻘되는작가와함께떠나게되고여기엔간간이마농의읽기가등장함으로써그녀가자신의약혼자인루크외에페르뒤를얼마나사랑했는지에대한사연과마음의상실을그나마지탱해준책이었던<남녘의빛>을쓴저자사나리의정체를밝히는일이같이벌어지면서여러가지사람들을만나고헤어짐을반복하면서페르뒤자신이어떻게자신의인생에대한과거와현재,미래를그려나가는지섬세한감정의파고가드러난다.
흔히실연의상처는또다른사랑으로치유가될수있다고들한다.
특히요즘처럼빠르게돌아가는시대에는사랑의유효기간도빨리다가오고이별의상처도빨리회복되는것같기만하지만페르뒤가겪은마농에대한사랑의감정은20년이란세월을오로지그녀만을생각하고원망하고그리워했다는점에서인스턴트식사랑법보다는답답함마저주는아날로그식의사랑법이라고할수도있을것이다.
타인에겐딱맞는책을통해서치유를해주는솜씨가자신에겐전혀소용이없었던그에게마농의죽음을대하는감정의노선은치유가불가능한사람이느끼는분노,회한,용서같은감정들이그대로보여준다.
마농의사랑법,약혼자를두었음에도또다른남자인페르뒤와의사랑을나누는행동은’아내가결혼했다’의사랑법비슷한느낌도받게되는데,이해가되지않는부분이기도했지만사랑에대해선과감하게행동함으로써또다른사랑을쟁취했던그녀의사랑법은페르뒤의인생에커다란방향점이되었음은틀림없는사실일것이다.
마농을찾아가면서스스로자신이무엇을해야하는지,또다른새로운사랑에눈을떠가는과정이책에대한사랑과책이인간들에게어떤도움과감성을건드리는지에대한작가의심리묘사,적정장소에어울리는각이름난책에대한소개가함께들어있어종이약국이란책제목이참잘어울린단생각이들었다.
과거로부터자신이스스로나오게됨으로써제2의인생을또다른책과연관된삶을살아가는과정이잔잔하게그려지는책,이런종이약국이실제로존재한다면꼭한번방문해보고싶단생각이들게한다.
라벤더향과해바라기의꽃들이연상되는프로방스의전원풍경과와인에취하고책에취하고,노을진풍경이연상떠올리게되는,작가의출신은독일인데기욤뮈소처럼다른나라인프랑스를주된무대로펼쳐서그려진점도색다르게다가온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