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6년 1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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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의 사랑

제3의사랑

제3의 사랑
쯔유싱쩌우 지음, 이선영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인연이란 우연이 반복이 되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의도된 계획의 한 부분으로 이루어진 것이든, 아니면 정말 우연이란 말 자체로서 이루어진 것이든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엔 이런 스치듯 지나가는 듯한 우연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는 경우를 더러 볼 때가 있다.

 

중국의 유역비와 한국의 송승헌 열애 소식에 한 때 들썩이던 커플의 탄생으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제3의 사랑’의 원작을 접했다.

 

사실 내용은 흔하디 흔한,  드라마 어디에서도 보이는 전형적인 내용들이다.

남편의 이혼 요구를 과감히 받아들이고 이혼 도장을 찍은 변호사 추우는 여동생의 자살 시도로 인해 그 시도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되던 중 치림이라는 굴지의 기업을 이끄는 경영인인 임계정을 짝사랑 한 끝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게 된 내용에 대해 오해를 하고 그와의 만남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결코 그 사람은 동생에게 어떤 언질과 행동에 있어서 동생으로 하여금 사랑이란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생의 퇴직을 권고하게 된다.

이후부터 추우와 임계정의 만남은 다른 곳의 사건으로 인해 번번이 잦아지게 되고 둘은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배다른 형제와의 경영권 승계를 다투는 환경, 결혼까지도 자신의 앞날을 위해 하려는 남자, 그러면서도 서슴없이 추우에게  기다려다란 말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는 남자 앞에서 추우의 선택은?

 

중국에서 2007년에 출간된 이후 장장 7년째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이 소설은 동양적인 감성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가깝게 느낄 수도 있고 드라마상에서 워낙 이런 빈번한 소재에 익숙한지라 읽으면서도 그들의 감정 동선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가면서 여성들의 사랑법도 변하는 것일까?

임계정은 추우가 결코 알지 못하는 첫 만남 이후 꾸준히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애를 써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만 자신 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하기엔, 영국의 조지와 심슨 부인의 세기적인 사랑처럼 용기는 없었던 듯하다.

 

차후에 일을 생각하겠단 뜻으로 기다려달란 말을 하지만 추우의 성격은 당차다.

자신의 앞날과 동생이 짝사랑하던 남자를 자신이 사랑하게 된 괴로움, 다시 잘못을 빌고 재결합의 희망을 거는 전남편과의 갈등까지…

이 모두를 과감히 박차고 다시 새로운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영화보다는 확실히 책에서 보이는 감정의 폭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데에 있어서 그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추우와 임계정처럼 결코 환경적으론 가깝게 보이지 않는 두 사람 간의 사랑의 조합은 그래서 더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들기에 작가는 바로 이런 점에 염두를 두고 가슴은 아프지만 현실의 사람들이 하는 그런 사랑법을 택하진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제목이 주는 암시처럼 그들만이 선택한 제3의 사랑은 여전히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후편이 나온다면 두 사람의 사랑은 또 다른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를 상상도 해보게 되는….

 

사족을 붙이자면 유역비와 송승헌의 커플 영화도 좋지만 우리나라 배우끼리 같이 연기를 해도 비주얼은 뒤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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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악의

악의 – 죽은 자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

죄를 저지른 범인을 과연 법이 원하는 절차에 따라서 단죄를 할 수 있을까?

사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의 죄를 벌하고 더 이상의 나쁜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법이란 것이 완벽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이런 법들 안에서 또 다른 허점을 이용하고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일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막강한 권력을 지닌 사람이 범인이라면?

2012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정말 악의(惡意), 그 자체란 것을 느낄 수가 있게 한 책이다.

처음부터 범인임을 알려주고 범인임을 밝혀내기 위한 전개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서로의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되는 주상복합 단지 17층에서 한 여인이 투신자살한다.

투신한 자는 가상의 도시인 ‘영인 시’의 차기 시장 후보로 유력한 여권의 강호성의 부인인 주미란으로서 말기 암환자다.

그녀는 천애 고아로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수발과 집안일을 도와주는 입주 가사도우미 서산 댁인 방호순, 그리고 남편과 살고 있다.

사고가 난 후 서동현 형사는 현장에 달려가고 이미 현장에선 강호성의 엄마가 목이 졸린 채로 죽어있고 뒤이어 며느리인 주미란까지 자살한 것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바, 사건은 완벽한 알리바이로 강호성의 죄를 무마시키는 수순인, 최종적으로 단순 자살사건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강호성의 태도를 보건대 형사의 오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범죄의 냄새를 맡고 있었던 서동현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게 되는데….

 

전혀 예측불허의 사건의 범인을 추적해가는 것도 재미를 주지만 이미 범인임을 알려주고 범인이란 것을 증명해내는 기싸움이 이 소설에선 장황하게 펼쳐진다.

권력이 지닌 힘을 이용해서 윗선에 강압을 넣어 사건을 무마시키는 강호성, 그런 강호성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순간에 결정적으로 위협이나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준 형사의 싸움은 권력이란 새삼 어떠하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아내 주미란의 내세울 것 없는 태생조차 이용하려 했던 두 모자, 그런 엄마를 죽이고도 태연하게 자신의 야망 실현을 위해 철저하게 정치적인 퍼레이드 쇼를 펼치는 강호성이란 인간의 캐릭터는 악의란 태생 적부터 타고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엄마에 의해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는 애초부터 없는 상태에서 로봇처럼 만들어져 살다시피 한 냉철한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 이 책에서는 모두가 한가지씩은 악의를 품고 사는 사람들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느껴진다.

남편의 비리를 제보하려고 통화했던 대민 일보 기자의 교통사고, 이혼한 서동현 아내를 협박한 일, 아동성애자를 이용한 사건들까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차례차례 짓는 강호성이란 인물을 대하며 읽을 때는 분노에 휩싸인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아마도 아내 주미란은 그래서 알고 있었을까?

결코 법은 남편의 죄를 단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죽어서까지도 남편의 죄를 처벌하고 싶었던 아내의 입장이란 어떤 마음이었을까?

분홍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자신의 심정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같은 동질감을 끌어오게 하고 형사의 입장에서 범인이 죽어갈 수도 있다는 현장을 두고 막판 판단에 보류를 하게 만든 강호성이란 인물을 작가는 제대로 악의가 잔뜩 들어있는 인물로 탄생시켰다.

 

얼마 남지 않음을 느낀다. 이제는 결심할 때가 되었다.

  남편의 배를 가르면 뭐가 나올까.

  추악한 욕망, 불결한 어둠, 배신, 교만, 비틀린 욕정, 밭은 숨을 내뱉을 때마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울컥, 쏟아낼 것이다. 나는 마침내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법은, 그를 옭아 맬 수 없다 .- p.59

 

하지만 이 책에서의 묘미는 바로 뒤 끝에 나오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 답을 말해줄 자들은 이미 저세상 사람들이고 남은 사람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강호성,,,,

그리고…….

 

지켜야 할 세상이 있고 밝혀야 할 진실이 있다.

포기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 p 316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철저하게 남편의 죄를 처단하기 위해 완벽하다고도 말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던 주미란의 죽음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국추리소설의 발전된 이야기 속으로 모처럼 빠져들 만큼 가속력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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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바탠더

바텐더
윌리엄 래시너 지음, 김연우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월

술을 좋아하지 않기에, 정확히 말하면 술 맛을 모르기에 술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격한 운동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을 하고 난 후에, 또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마시는 술맛은 그야말로 기막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럴 때의 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때 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느낌도 훨씬 다르게 다가올 것이란 추측은 가지만 말이다.

 

특히 칵테일의 종류는 더군다나 더욱 모르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종류는 이렇게도 많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책의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바텐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특이하게 춤과 함께 술에 들어가는 다양한 종류를 섞어서 여러 가지 아름다운 빛깔과 조화를 이루며 때론 손님의 말 상대로, 때론 손님의 분위기를 파악해가며 알맞은 술을 내놓는 것을 본다.

 

그런 만큼 이런 바의 분위기를 이 책에선 더욱 느낄 수가 있는데, 저스틴의 직업이 바로 바텐더다.

전도유망한 로스쿨 학생으로서 법조계에서의 일을 희망했던 그였지만 자신의 앞에서 엄마가 살해된 채로 발견된 모습을 본 이후론 그의 삶은 180도로 변한다.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정신병원에도 있었던 아픔, 법정에서 바람을 핀 아버지를 범인으로 지목한 후 형과의 관계도 예전처럼 회복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다 바텐더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삶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수양의 일환은 ‘티벳 사자의 서’란 책을 통해 고요함을 유지하고 조깅을 하는 것일 뿐,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인에게 조차도 거리를 두는 남자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팔에 문신이 가득하고 틀니를 덜렁거리며 다가온 남자가 있었으니, 늙은 버디 그래클이다.

엄마를 죽인 범인은 자신이며 애꿎게 아버지만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 자신에게 부탁만 한다면 자신이 죽인 너의 엄마를 죽이게 만든 명을 내린 실체를 찾아주겠다는데….

 

살인의 현장에서 목격한 가족의 죽음은 한 가족의 해체를 의미했고 이후 엄마의 죽음을 사주한 사람이 아버지가 진정 아니었나? 하는 의심의 시작이 다시 사건을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5년도 에드거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답게 짧은 챕터 안에 들어있는 칵테일의 제목은 그 내용의 분위기와 거의 일치하는 느낌과 함께 독자들도 스스로 정말 자식으로서 아버지와 그 남자의 불륜 상대를 보고 엄마의 죽음 이후 아버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자연스럽게 옮기게 됨을 이해하게 함과 동시에  범인은 누구일까를 궁금하게 만든다.

 

엄마의 살해 뒤에 아버지와 대면하는 교도소 안에서의 면담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이러한 사실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는지 비로소 눈을 뜨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사람들의 얽힌 사건 전개들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이 소설에서 보이는 가족 간의 이해관계와 단절, 그리고 아버지의 불륜녀 애니 오버마이와의 사랑, 엄마의 첫사랑의 아내를 찾아가는 과정과 연이어 살인이 계속 일어나고 이와 연관되어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사랑과 질투, 검사로서 자신의 법정 확정이 정당 했는지에 대한 고민,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 범인의 실체는 책의 진행 과정상 허를 찌르는 면을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란 무엇일까?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면담을 거치면서 다시 느끼게 되는 무언가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 무죄의 확정을 받길 기다리는 아버지의 뜻을 알아버린 아들로서 겪는 심정이 어둡고도 침침한 불빛이 사방에 드리워진 바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서양인으로서 동양의 선(禪) 사상을 비추는 대목들이 눈에 띄게 들어오는 것이 저자의 실제 아버지의 삶 모습을 일부 반영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들끊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미 과거로부터 비롯된 모든 일들을 헤쳐 나가는 정신 수양으로서 저스틴을 지탱했던 그 모든 것들이 범인의 실체를 본 순간 무너져버리는 모습들은 약한 인간의 마음속에 스스로 무장을 하고 살아간다고는 했지만 진실 앞에선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의 모든 기복을 보인 한 청년의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오게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한 말이 있지만 사건의 범인을 알아버린 지금, 과연 저스틴은 그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게 될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이 사건과 관련된 데릭, 코니….. 각 인물들의 살아가는 방식과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칵테일 그 자체란 생각이 든다.

 

영화의 장면들을 보는 것 같은 설정과 복선들이 제대로 드러난 책이며 왠지 책을 덮고서도 저스틴의 영상을 지울수가 없게 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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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비밀

한여름

 

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전쟁이 주는 상처는 그것을 안고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가지 아픔을 내적으로 삯인 채 어느 누구나 다름없다는 듯이 살아가게 만든다.

그것이 한 순간 어느 계기를 통해서 쏟아져 그동안 숨쉬기조차 힘겨웠던 것을 후련하게 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인류사의 큰 전쟁을 치르고 살아가는, 이제는 인생이 어떻다 라고 하는 것을 제법 느끼며 살아가는 호프만 씨도 그랬다.

자신의 12살 이후의 생애는 아무도 모르게, 지금의 여자 친구인 블랑슈만이 아는 정도로 그칠 뿐 그는 자신의 고향인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해 본 적이 없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극장을 운영하다 은퇴한 후 76세의 그는 방송국에 우연히 출연을 한 계기로 뜻하지 않게 자신이 왜 고국 땅을 그동안 밟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이후 그를 찾는 사람이 나타나고 그녀가 전해준 누런 봉투를 받게 된다.

봉투 겉표지에는 아버지의 이름과 아우슈비츠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고 60년이 지나 자신에게 온 그 봉투 안에는 오페라타의 거장으로 불리는 오펜바흐의 미출간 원고인 ‘한 여름 밤의 비밀’이란 악보 원본이 들어있었던 것-

 

이 소식은 그 음악 원본에 대한 가치를 알아본 음악 관계자는 물론 출판사까지 눈독을 들이게 되고  방송기자 발레리는 그의 허락을 얻어 그 원고를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독일로 출발한다.

 

한편 독일의 마인 강에  보트를 레스토랑으로 바꿔서 운영하는 터키인 식당에 괴한이 들어와 5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그 현장에 있었던 발레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독일 경찰은 이 수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저자 얀 제거스에 의해 태어난 형사 마탈러 시리즈에 속하는 이 소설은 독일이 안고 있는 역사의 아픈 부분인 유대인 학살을 다룬다.

 

언뜻 보기에 저작권에 대한 이익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죽였다는 설정을 독자들은 상상을 하게 하지만 이는 겉모습을 봤을 때의 일이었고 실제 그 봉투를 갖게 되면서 벌어진 살아있는 자로서는 결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했을 존재였고 죽은 호프만의 아버지 입장에선 악랄했던 독일 의사의 만행을 교묘히 암호로 풀어 넣어 두었던 악보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이미 저승에 있는 자와 산 자간의 대결은 무고한 희생자들과 경찰의 희생까지 겹치면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 여러 이민족들의 등장, 그리고 익명으로 살아가는 전범들의 행태와 배신, 형사의 개인적인 일들이 복합적으로 벌어지면서 시간 다툼을 급박하게 느끼게 하는 책이다.

 

독일의 과오를 뉘우치고 행동하는 양심을 보면 지금의 이 책에서도 나오는 마탈러의 심리를 통해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누구나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알고는 있지만 깊게는 알고 싶지 않은 평범한 독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마탈러의 시각은 악보가 전해주는 비밀을 알게 됨으로써 또 다른 사건의 실체를 접하는 놀라움, 여전히 전범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독선에 갇혀 떳떳하게 당시의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사 표현들이 추리 스릴러의 맛도 느낄 수가 있지만 계속해서 역사의 한 부분을 공개하고 연구하면서 보전하려는 움직임들을 보는 계기를 알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수사 결과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룰 수는 없었던, 헛헛함만 남긴 채 마무리를 지은 것도 마탈러의 입장에선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지만 호프만이 비로소 고국 땅을 밟게 되고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한 심정 속에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봄으로써 부모를 이해할 수 있게 한 사건들의 진행이 인간이 겪는 전쟁의 상처를 과거와 화해할 수 있는 계기의 장치로서 오펜바흐의 악보를 매개로 이끌어낸 작가의 의도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정당성을 외치며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어떤 나라가 있는가 하면 자신들의 과오를 통해 또 다른 문학 작품 속에 녹아낸 그들만의 용기가 다시 부럽게 느끼게도 되는 두 가지 느낌의 책을 읽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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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상처고백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 원재훈 독서고백
원재훈 지음 / 비채 / 2016년 1월

 

책을 읽고서 주로 리뷰를 통해 바로 그 책에 대한 느낌을 담고 있지만 해를 마감하면서 내가 과연 올 한해에 읽은 책의 총 권수는 얼마나 되며 그 책들 중에서 베스트를 꼽으라면 과연 나는 어떤 책들을 선정할까? 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에도 그렇게 대충 몇 권의 책을 읽었구나 하는 정도에 머물렀고, 잊고 있다가 이 책을 접하면서 다시 제대로 도전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책은 저자가 읽은 책을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고나 할까?

마치 옆에서 이런 책을 나는 읽었고, 그 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줌으로써 이미 나도 읽었던 책에 대해선 반가움과 내가 느낀 감정을 같이 나누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선 알아간다는 기쁨이 들어 있는 책이다.

책의 종류는 두루두루 접한 경험이 녹아있다.

총 28개의 책들을 추려서 자신의 느낌과 함께 독자들과 같이 느낄 수 있는 사회 현실의 반영이 들어있고, 어린 시절 접했던 책들을 보면서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감동도 다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 리뷰와는 다른 또 다른 문학이 주는 성숙함과 책의 내용과 함께 작은 에피소드들을 같이 읽을 수 있어 보다 친근감이 드는 책이다.

 

책의 제목이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에서 나오는 ‘인간은 파멸할지라도 패배하지 않는다’란 문구에서 지었다는 데, 강렬하게 와 닿기는 이 책의 제목도 그에 못지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타인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 자체도 어렵고 인생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도 알고 보면 힘든 과정이고, 그 속에서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방편 중에 하나라면 바로 책 읽기가 아닐까?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 책을 가까이 접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고 그런 분들 중엔 “무슨 소리? 차라리 밖에 나가서 다른 것을 할지언정 책을 읽는 수고는 하고 싶지 않아”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분명 책과는 가까운 분들일 테니, 이 책에서 각기 다른 작품들을 통해 다시 새롭게 생각을 해본다는 점에선 유용할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같은 책을 두고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책도 있고, 사회생활을 하고 좀 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보는 눈이 넓혀져 그때의 느낌과는 다른 감동을 접할 수 있기에 저자가 밝힌 책들은 과거와 현재의 상태를 비교해 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같은 경우엔 처음 어린 나이에 읽었을 때는 비극이란 작품에 주목했고 오이디푸스의 운명적인 슬픔이 기억에 남는, 하나의 신화가 결합된 이야기로 그쳤다면 이 책에서 다룬 저자의 글을 통해 운명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부분은 좀 더 세심한 독서를 해 볼 필요를 느끼게 해준다.

 

읽었던 책은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을, 아직 책 이름만 대했을 뿐 접하지 못했던 책들은 메모장에 적어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 보다 나은 내 자신의 독서경험과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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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로키언

셜록

 

셜로키언
그레이엄 무어 지음, 이재경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면 추리 소설의 재미를 준 책이 바로 셜록홈즈와 루팡 시리즈였다.

창과 방패처럼 각 캐릭터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에 접했던 기억들은 이후에 두고두고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의 일 순위로 꼽힌다.

그런 만큼 전 세게적으로 홈즈나 루팡에 대한 사랑은 아마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미테이션 게임이란 영화의 각색을 맡고 상을 탔다는 실력이 이 책을 통해서도 현저히 느낄 수가 있다.

 

셜록홈즈란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에 걸맞은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자 코난도일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를 우리들은 상상해보지만 이 책에 나오는 코난도일은 우리의 그런 기대를 허물어버린다.

 

자신이 썼지만 오히려 원저자가 코난 도일인지 셜록홈즈인지, 셜록홈즈가 실제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이 될 만큼 오히려 자신의 명성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게 된 피로감에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미워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팩션이라고 밝힌 만큼 이야기의 주류는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마치 한 인물의 일대기를 보는 듯한데, 저자는  1900년대 코난 도일과 2010년대 해럴드 화이트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코난도일은 자신의 생활을 일기장에 적을 만큼 매사에 철저하고 꼼꼼한 사람으로서 자신보다 12살 위인 브램 스토커와 가까운 사이로 지내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홈즈를 모리아티 교수와 대결을 펼치면서 홈즈를 죽이게 되고, 그 이후 꾸준히 홈즈에 대한 부활을 바라는 팬들을 뒤로 하고 그는 이사를 하게 된다.

 

한편 2010년대의 셜록에 대한 사랑을 현실적인 단체모임으로 만든 셜록키언들은 자신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절차조차도 보안에 신경 쓸 만큼 철저한 비밀에 쌓인 운영을 하는데 오래전부터 이 단체에 가입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헤럴드는 드디어 이레귤레스의 회원이 된다.

 

코난도일의 사후 그가 남긴 유물 중 유독 한 시기에 대한 일기장이 빠져있고 이 일기장의 행방을 찾기 위해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런데 이레귤레스 회원인 알렉스가 드디어 일기를 발견했고 그 발표를 한다는 날, 그는 호텔에서 죽은 채로 발견이 된다.

 

누가, 왜,  일기장의 행방은 어디에?….

 

코난 도일 또한 자신의 집에 배달된 폭탄 배달과 그 안에 담긴 신문의 내용에 적힌 한 여인에 대한 미제 살인 사건을 대하게 되고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을 죽이려고 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자신이 직접 수사에 뛰어든다.

 

시간상의 텀을 두고 두 인물들이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탐문 수사를 벌이는 과정은 셜록홈즈와 왓슨이 콤비로 나왔듯 이 책에서도 코난도일과 크램 스토커, 헤럴드와 신문기자 세라와의 조합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셜록홈즈가 나왔던 각 책들에서 대사의 내용들을 발췌하고 그대로 수사 과정에서 대사를 할 만큼 셜록키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헤럴드의 집요한 추적 방식, 코난도일 자신이 만든 홈즈에 대한 미움이 오히려 자신이 수사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홈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입이 재미를 준다.

 

일기의 행방은 과연 어디에 있으며 누가 그런 짓을 했어야만 했을까?

이 책 안에서는 셜록 자체가 나오지 않고 원작자와 셜록을 좋아하는 마니아의 결합이 서로 연관이 있게 교묘하게 맞물린 상태로 이끌어 가는 저자의 글 방식이 눈길을 끈다.

 

실제 벌어졌던 일들을 근거로 공백기에 해당되는 원작자의 일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그것을 다시 현대로 연결 지어 매듭을 짓는 과정들이 이런 재미로 책을 읽게 하는구나를 느끼게 해 준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범인이 남긴 현장에 대한 단서를 중심으로 탐문과 범인에게 가까이 접근하기까지 숨죽이며 글의 행간을 읽는 행복을 느끼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의 내용들 중 코난도일이 느끼는 추리소설만의 강점과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만큼 셜록홈즈의 탄생과 인기가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는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코난도일, 자신의 사랑이야기와 실제 런던 경시청에 한 때 수사를 도왔던 경력이 있는 사실을 이용해 그려낸 작품인 만큼, 저자가 뒤편에 밝혔듯이 줄리언 반스가 쓴 ‘용감한 친구들'(국내 제목)과 같이 읽는다면 그의 생애중 한 부분인 이 책에 대한 내용도 이해를 쉽게 도울 수 있을 것 같고,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면 시대를 뛰어넘은 두 인물들의 조화가 재미를 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셜록홈즈의 세계로 들어온 것을 환영받았단 느낌과 함께 다시 읽었던 책들을 집어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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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노희경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 노희경이 전하는 사랑과 희망의 언어
노희경 지음, 배정애 사진.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12월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좋은 문장들이 눈에 띄어 나도 모르게 서둘러 수첩에 끼적이곤 하고 몇 번씩 들여다보면서 다시금 감동을 느끼곤 한다.

 

책이 주는 제일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문구들, 타인들과 같은 감동을 느끼는 문장도 있을 것이고 그 당시 나와 딱 맞는 어떤 환경조건에 의해서 오로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을 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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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시(詩)가 대표적으로 많이 애송되기도 하고 책갈피에 낙엽이나 꽃잎을 말려서 코팅해 별도로 표시까지 해두는 정성을 아끼지 않는 시간도 그 나름대로 나만의 감정을 간직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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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드라마에서 이렇게 같은 감동을 받기란 쉽지가 않다.

빠른 대사 전개와 인물들의 동선, 그리고 모든 것을 캐치해야 하면서 봐야 하는 드라마가 주는 종합예술을 방불케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때론 책을 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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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가 중의 노희경 작가만은 내 경우엔 예외였다.

흔히 말하는 마니아를 자처하며 어떤 작가의 작품을 무조건 본다는 시청자도 아니었지만 각박한 세상에 우울한 분위기의 드라마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그녀가 쓴 작품들도 처음엔 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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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우연히 본 것이 바로 화려한 시절-

정말 배가 빠지게 웃는 가운데 울음과 콧물, 그 당시의 시대적인 묘사에 어울리는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류성범과 공효진이란 배우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다.

그 이후 간간이 그녀의 작품을 대하면서 그녀가 쏟아붓는 대사 한마디도 놓칠 수가 없었고 이내 많은 마니아들을 형성하기 시작하더니 대본집도 몇 개 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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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나이가 50에 들어섰다고 하는 말부터 자신의 인생의 채찍질처럼 여겨지는 책이요, 별다른 계획이 없는 한 이 책이 마지막 대사집이 될 것 같다고 한 말에서 작가의 비장한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다짐을 엿볼 수가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무래도 고두심 씨가 연기했던 꽃보다 아름다워가 아닐까?

그 드라마에서 김명민이란 배우가 연기를 다시 할 수도 있겠다는 결심도 서게 했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은데, 그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모두들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하기도 했고 눈물을 엄청 쏟으며 봤던 기억이 나기에 노희경 작가의 대표작 중에 개인적으론 최고로 뽑고 싶다.

 

 

이렇듯 작가가 지향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별 희한한 일들도 , 보통의 사람들이 힘겨워하는 일들도, 사랑에 울고 배신에 울고, 부모 자식 간의 감정들,,….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겨가며 보게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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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일상의 일들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모든 내공들이 쌓여서 이러한 감동의 글이 대사를 통해 절절히 나타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 수첩에 거의 반이 넘도록 그녀의 드라마 대사들을 기록하던 시간,  대중들의 가슴속을 파고들고 잊혀지지 않게 하는 힘, 그 부단한 힘 자체가 자신에게 혹독하게 다그치는 글쓰기의 연장의 노력의 힘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캘로 그래피가 섞인 책의 편집은 하나하나 넘겨봐도 어느 것이 모자라고 넘치다고 할 수 없는 글의 매혹 세계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말 글 잘 쓰는 작가의 직업 세계가 부럽다.)

 

말이 앞서는 작가가 아닌 사람이 가진 힘을 믿는 사람이고 또 그러길 원하는 작가이기에 다음 차기작은 또 어떤 감동을 전해줄지, 이왕이면 좀 더 유쾌한 노희경표 작품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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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조선왕조 실톡2

조선왕조톡

조선왕조실톡 2 – 조선 패밀리의 활극 조선왕조실톡 2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이마 / 2015년 12월

 

 

역사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부담감 없이 읽힌다는 특징이 있다.

실톡1권에서 다룬 내용들(아래 목차 참조)에 이어서 나온 역사의 차례이기 때문에 별개로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1부 건국 패밀리
(태조-정종-태종)

1 원조 수호요정 태조
실록 돋보기 황산대첩의 영웅

2 위화도회군 (상)
실록 돋보기 명나라의 사정

3 위화도회군 (하)
실록 돋보기 위대한 명성과 뛰어난 전공은 죽음으로의 하이패스

4 이방원의 고시패스
실록 돋보기 얘들아 공부 좀 하자

5 두유 워나 빌 더 조선?
실록 돋보기 조선 레볼루션

6 태조, 수업을 째다
실록 돋보기 각왕각색 경연 스타일!

7 차 좀 빼주세요
실록 돋보기 소 타는 정승

8 왕자의 난
실록 돋보기 그들이 아직 가족이었을 때

9 골프왕 정종
실록 돋보기 동생을 아들로 삼은 사연

10 태종의 편식
실록 돋보기 게장은 위험하다?

11 코끼리, 귀양 가다
실록 돋보기 궁궐 안 동물원

12 태종의 스토커

2부 성군 패밀리
(세종-문종-단종)

13 날라리 양녕대군

14 아들, 공부하지 마
실록 돋보기 형만 한 아우 없다?

15 백성과 고기를 사랑한 세종대왕
실록 돋보기 고기 만만세

16 황희정승의 명예퇴직 도

 

특히 기록의 역사라고 하는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폰에서 할 수 있는 카톡처럼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상의 대화창 ‘톡 talk’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참신한 아이디어로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첫 1권에 이은 2권에선 중종부터 광해군까지, 2개의 패밀리를 다룬다.

그만큼 이 시대의 복잡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뜻인데 우선 저자는 첫 장에서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조차

 

어느 날 갑자기 세종 할아버지에게 친구 추가를 받게 되면서 조선의 왕들을 친구로 등록하게 된 나를 내세우고 본격적으로 역사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데, 첫 장면의 톡으로 시작해서 한 챕터의 이야기가 끝나면 정설과 실록에 기록된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서 별도의 설명을 보충해 준 후에 돋보기 코너를 이용해서 당시의 정세와 왕권의 다툼, 개혁을 하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젊은 피의 대표주자인 조광조와 중종의 관계, 임진왜란 당시 나라의 위정자들이 어떻게 일본을 생각했으며 이이의 주장을 진작 이행하지 못했던 과오, 그리고 여러 가지 사화들을 겪었던 격동의 시대들이 그림과 같이 곁들여져 있기에 훨씬 받아들이기가 쉽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조카

 

조상세설명

 

그림과 톡이 음식의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이라면 돋보기 코너는 좀 더 맛을  본격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이 책의 구성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봄은 차후에 이런 일들이 더는 발생하지 않길, 그러기 위해서 본보기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답답했던 위정자들의 당권유지에 눈이 멀어 왕권마저 약화되는 조선이란 나라의 힘들었던 시대를 보는 책이기에 실록과 픽션의 구분을 지어서 그린 것도 그렇지만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조선은 약소국이었지만 임진왜란 당시 강대국에게 무조건 고개를 숙이는 대신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뒤 재조지은이라며 명나라의 은혜가 하해와 같다고 외치는 사람이 늘어났으니, 인간이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역설하는 부분이 아닐까….

 

책 내용 중에 나오는 구절인데 이 부분만은 우리가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던져준다.

 

아무리 힘든 시대라 할지라도 잠깐의 여유를 누리는 행복인 승경도 놀이판은 마치 윷놀이와 주사위 던지기를 생각하기도 하고 나중에 ‘타짜’ 란 말이 나오는 배경인 투전에 얽힌 이야기도 놀이 문화에 대한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게 하기에 부담 없이 역사를 접하기에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승정놀이 (2)

 

이미 웹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조선의 역사에 대한 다음 연결 편이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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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동유럽이다.

 

동유럽

이것이 동유럽이다 – 동유럽 인문학 여행 지도
오동석 글.사진 / 테이크원 / 2015년 12월

(모짜르트의 호른 협주곡 제 4번(론도)/Dennis Brain- karajan)

동유럽을 서유럽보다 먼저 여행했다.

벌서 12년 전이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단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처음 여행을 할 당시엔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님의 권유로 가까운 곳부터 시작된 여행이 점차 이국적인 느낌의 매력에 빠져 욕심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보다 거꾸로 장거리 여행을 나중에 하게 됐다.

 

누구의 여행 방식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나만의 여행 방식이 생기게 됨은 여행을 통해서 점차 터득해 가는 깨달음이 다를 뿐 결국 여행이란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나에게 내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유럽권은 우리나라와의 거리도 멀고 실제 직장인들이 여러 가지 월차, 연차, 휴가, 이것저것을 합쳐야 겨우 10일을 넘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기에 내 경우에도 서유럽부터 먼저 보고 동유럽권을 생각했지만 지인이 이미 갔다 온 곳이기에 어쩔 수없이 동유럽을 선택하게 됐다.

처음 동유럽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아직도 공산권의 이미지를 지울 수 없었고, 경직된 분위기만 생각하고 내린 첫 프라하 공항은 동유럽이란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이 책을 접했을 때도 목차부터 살펴봤다.

지금의 패키지여행 패턴은 나처럼 동유럽만 여행하는 코스가 있고 동유럽의  몇 개 나라와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경험하는 코스가 있던데, 이 책은 그 모든 나라를 포함하고 있어서 우선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라면 해외여행 가이드뿐만이 아닌 제대로 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첫 코스부터 차근차근히 밟고 갈 수 있다는 데서 이점이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동차트

책의 구성은 우선 저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나라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첫 발자국을 뗀 뒤에 본격적으로 유럽이 갖고 있었던 유럽 왕실의 역사와 그 나라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면서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 오친

책장의 첫 제목 밑에 있는 문구도 동유럽 인문학 여행 지도 란 타이틀이 붙어 있는 만큼 모든 여행책자에서 봤던 유명한 먹거리 음식이나 카페 소개 외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여행책이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아무것도 모른 채 여행한 경험은 사진을 통해서 그 이미지에 대한 잔상이 남고 거꾸로 그곳에 대한 공부를 하게 한 반면 방문하려고 하는 나라에 대한 책자를 먼저 읽고 간 후에 여행한 경험과는 현저한 차이를 느끼게 한 터라 저자의 이 말이 무척 와 닿았던 부분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음악가서부터 역사상 유명한 합스부르크가 가 유럽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헝가리의 유명한 거위 생산과 파프리카에 얽힌 노벨수상자 배출, 온천으로 유명한 지형적인 이유, 헝가리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는 불가리아의 역사와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유명한 야경으로 이름난 체코의 프라하 풍경이나 종교개혁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 아름다운 정원, 황금소로에 대한 이야기, 역시 온천으로 유명한 곳에 대한 글들은 어느 한 나라만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매력 그 자체로서 만족을 주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체온수

 

그 나라를 방문하다면 꼭 맛보아야 할 음식이나 에티켓, 여행경비를 절감할 수있는 패스 이용방법, 점차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로아티아와 몬테네그로에 대한 글들은 모든 나라를 이미 경험한 사람일지라도 다시 회상에 젖게 하며 미처 모르고 지났던 곳에 대한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불태워준다.

 

 

오기본

크로아티아

 

여행은 하면 할수록 빠져나오기 힘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더욱 그 나라에 대한 지식과 볼거리를 챙길 수밖에 없는 재미, 발품을 팔아서라도 이 공연만은 꼭 봐야겠단 사람이라면 계절에 맞게 펼쳐지는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연극을, 주위의 온천을 방문해서(남녀 혼욕이 전통이란다.) 자신의 몸을 쉬게 하고 싶다면 그곳만 중점적으로 할 수도 있는 다양한 문화 체험과 자연경관이 역사와 함께 숨 쉬는 곳이기에 서유럽권의 관광이 혼잡하고 쌀쌀하단 인상을 받게 한다면 아직은 이보단 덜 때가 묻지 않고 중세적인 모든 양식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곳 동유럽을 방문해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역사적인 핍박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자신의 나라 모습을 찾아가는 여러 나라들의 모습을 통해 책에서 접하는 것도 좋지만 이와 더불어 여행을 함으로써 시각적, 공간적인 느낌을 모두 받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