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의 일기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6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첩보 스릴러를 다룬 책을 간간히 읽어 왔지만 이 작가의 처녀작이자 첫 작품인 이 책을 대한 기분은 제대로 첩보물을 다룬 책을 읽었단 기분이 들게 한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육군에 입대해서 독일에 주둔한 경험이 있고 명예제대를 한 뒤로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이 작품을 썼단 느낌이 난다.
그만큼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주인공들의 현란하고 민첩한, 몸에 밴 습관처럼 붙은 행동의 패턴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영화에서 보면 흔히 말하는 신분 탈색이란 것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게이지 하트라인이 바로 그에 속한다.
본격적으로 게이지 하트라인 시리즈로 나온 작품이 4권이나 된다고 하던데, 이 첫 작품을 통해서 제대로 독자들에게 인식을 시켜주었단 느낌이 든다.
명민하고 민첩하고 온순하며 정직, 성실 그 자체의 품성을 지닌 자, 본명은 메튜지만 이미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죽은 자로 기록이 되어 있다.
죽음을 각오하고 모든 훈련을 거쳐 특수부대의 일원으로 일한 그는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으로 보스니아에서 포격으로 인해 전사한 걸로 기록이 되어 있고 크레타에서 벌어진 첩보 작전 수행 중 어린아이 두 명을 현장에서 사살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두통을 살고 살아가는, 특수 부대가 해산이 되면서 배운 것이라곤 자신의 특수 훈련을 기반으로 한 것을 위주로 독일에서 청탁 용역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어느 날, 프랑스 정보부의 장으로부터 미군이 주둔하다 이제는 프랑스가 관리하게 된 독일의 관공서에 도청장치 설치 의뢰를 받고 건물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일기장 여러 권이 담긴 보따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일기장의 내용은 무엇이길래 이리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을 곳에 버려져있다시피 했을까?
읽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없는 역사의 한 소용돌이에 있음을 느낀 게이지-
일기를 쓴 주인공은 유대인 여성,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히틀러의 집 안 일을 돕는 직업에 뛰어들게 되고 그곳에서 히틀러의 성폭행과 억압으로 인해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까지….
책 제목인 ‘그레타의 일기’는 부드럽게 다가왔지만 책의 내용은 책 제목을 뛰어 넘어선 스릴을 선사해 준다.
그레타 라 불린 여인이 자신이 당한 역사 속의 현장의 사실과 그 시련 속에 아이를 대하는 심정과 또 다른 감정인 원치 않았던 임신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이 안타까우면서도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내몰린 가련한 연약한 한 마리의 사슴을 연신 연상하게 만든다.
책은 일기장의 내용과 그것을 읽게 된 게이지와 사랑하는 모니카의 일을 시작으로 모니카의 사촌을 통해 진위 여부를 알아보게 되던 과정에 프랑스의 마피아 집단과 얽히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게 된다.
진짜로 판명이 된다면 엄청난 인세와 유명세를 타게 될 일기장을 두고 서로가 자신이 주인이라고 믿는 장과 돈을 받아내기 위해 일기장이 필요한 마피아,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면서 게이지의 신분을 밝혀내려는 미 육군 소속 대위까지 끼어들게 되면서 사건은 커지게 되는데…..
호텔에서 죽은 사체로 발견이 된 여인,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복수의 날과 일기장의 그 아이의 생존 여부 추적까지 곁들인 긴박한 여정이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스릴이 넘쳐흐른다.
직업에서 오는 특수부대원의 트라우마와 양심상의 가책과 더불어 제대로 안정된 곳에 안주하지 못하는 직업의 어려움, 사랑하는 여인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었으나 무참히 죽음이란 것과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의 누명을 벗겨내기까지의 긴박한 그의 행보는 세 나라가 얽히고, 그를 보호하되 본국에서조차 극소수에 불과한 사람만이 알고 있다는 한계를 뚫고 어떻게 게이지가 정의의 실현에 앞장서게 되는지의 과정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수부대원들의 무기 다루는 자세와 환경 탐지, 상대방을 잡기 위해 어떻게 주변을 살피면서 차분히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지, 그 모든 과정들이 작가가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을까를 연신 생각하게 만드는, 남자는 물론이고 이런 첩보물을 좋아하는 여성 독자들이라면 흥미만점의 책일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가상의 시나리오로 채택했던 히틀러에게 유대인 여성과의 사이에 낳은 자식이 있다는 설정이 무척 흥미를 끌게 되면서 읽게 되는 이 책은 남성의 시선인 게이지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가는 것으로 독자들을 이끌며, 마지막 그 일기장의 처리와 그 후손은 과연 살아있는지에 대한 생각, 만일 정말로 가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이런 후손들이 존재하고 있게 된다면 세계의 역사는 그야말로 일대 큰 이슈를 남길 것이란 생각도 들게 한,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의 책을 시원스럽게 읽게 되는 책이다.
우연히 손에 접하게 된 일기장이 커다란 일에 엮이면서 살인과 누명, 복수란 삼박자를 제대로 갖추게 되면서 그려지는 책답게 영화화된다고도 하니, 이미 이런 영화들을 비슷하게 접한 독자로서 게이지 역에 누가 선택이 될까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를 준다.
시리즈물인 만큼 다른 편이 출간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게 다가오면서 그의 활약을 그린 책 발간이 빨리 다가왔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