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휴버트 셀비 주니어 지음, 황소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7월
영화 ‘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로 유명세를 알린 저자, 휴버트 셀비 주니어 장편소설의 또 다른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어 읽었다.
영화에서 보여준 바대로 인간의 상실감을 절묘하게 그려낸 저자의 글이 이번의 이 작품으로 인해 또 다른 커다란 여운을 남긴다.
마약이란 것, 유명인들이 자신의 유명세에 뒤따르는 허황함과 공허감, 또는 스타란 자리 뒤에 가려진 외로움과 생활고 때문에 손을 대었다는 일반적인 상식 외에 요즘엔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쉽게 접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가 그리는 배경에서도 마약에 중독되어가는 사람들의 묘사를 과감하고 충격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희망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네 사람의 등장인물을 통하여 어떻게 그들이 꿈꾸어왔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중독이 끼어들게 됨으로 인한 영향력이 파괴적인 삶으로 변모해가는지, 그들의 인생 전철을 보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선 여전히 영화로도 나온 그 영상미와 함께 충격이 가시질 않는 작품이다.
해리와 마리온, 그리고 해리의 친구 타이론, 해리의 엄마 사라가 등장인물들이다.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연인 사이인 해리와 마리온, 게토에서 삶을 탈출하고 엄마에게 인정받는 자식으로서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한 타이론은 헤로인을 구입해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꿈을 이루려 한다.
한편 사라는 뜻하지 않게 방송국 출연 제의를 받게 되고, 자신의 옷장 속에서 옷들을 꺼내어 보지만 이미 예전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 자신의 신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게 되면서 이내 중독이 된다.
더군다나 이미 세 사람들 또한 서서히 자신들조차도 모르게 헤로인에 중독이 되어 가면서 점차 나락으로 떨어진다.
마약 때문에 벌어진 갱들의 전쟁에 휘말린 타이런은 감옥에 투옥되어서 노동과 약물 금단현상을, 해리는 감염된 주사로 인해 투여한 약의 중독으로 인해 한쪽 팔을 잃게 되는 현실이, 마리온은 해리의 강요에 의해 치른 일과 점차 거물의 마약 딜러가 주최하는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섹스쇼에 보내게 지면서 해리와의 사이도 멀어지고 비참한 말로를 겪게 되는 과정들이 모두 ‘중독’이란 두 단어 때문이요, 결국엔 인간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굴복하고 마는 과정들이 슬픔과 절망, 의지박약으로 가득 찬 말 그대로의 ‘Requiem for a Dream (꿈을 위한 진혼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메리칸의 드림은 지금도 누구나 갖고 있는 이민자들의 또 하나의 희망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열심히만 한다면 자신이 뜻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곳, 바로 미국의 아메리칸드림이 주는 달콤한 제의는 역경을 뚫고 불법 이민자들까지 형성하는 실정에 이르는 현실이고 보면 책에서 그려지는 이 네 사람들이 꿈꾸는 것들은 어쩌면 아메리칸드림을 좆기 위해 중독이란 덫에 걸려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현실과 망각의 사이를 오고 가며 도피라는 말에 걸맞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쉽게 읽히지 않는다.
대사가 말 그대로 따옴표도 없고 문장식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처음엔 무척 헤매면서 읽은 책인 만큼 인내심이 필요한 책이기도 하지만 영화보다도 원작이 더 충격적으로 묘사된 만큼 누구나 희망을 가지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의지와 헛된 한 순간의 판단으로 인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이란 두 갈래의 길에서 저자가 그리는 타락의 묘사들을 통해 여운이 강하게 남는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퀴엠이란 제목이 뇌리에서 잊히질 않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