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모든 하루 – 김창완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안부
김창완 지음 / 박하 / 2016년 7월
김창완이란 이름을 알기 전에 먼저 ‘산울림’이란 그룹을 알았다.
어린 시절, 이모 집에 가면 그 시대에 흔하지 않게 있었던 전축이 있었고 그 전축이란 것엔 턴테이블이, 그 위엔 검은 원반같이 생긴 것이 빙글빙글 돌면서 노랫소리가 들려오던, 그것 옆엔 항상 대학에 다니던 사촌 오빠 세 명이 듣고 있었던 장면이 첫 만남이었다.
가창력이 트인 목소리도 아니고 어린아이의 변성기가 아직 발전된 것도 아닌 목소리의 주인공의 노랫소리는 무척 신기했고, 특히 ~아니, 벌서! 하면서 터져 나오는 노랫소리에 고개를 까닥거리던 오빠들의 모습들은 당시의 신선함마저 주었던 기억이 저 멀리 내 기억 속에서 한가락을 끄집어낸다.
다재다능하다는 말은 이 김창완 씨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가수, 작사가, 작곡가, 배우, DJ까지….
아침에 라디오를 켜면 항상 제시간에 시그널 음악과 함께 나긋나긋하면서도 왠지 졸린 것 같은 목소리 속에 한결같은 포근함을 준 그가 이번에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동안 매일 아침마다 직접 쓴 하루의 단상들을 엮은 에세이라고 하는데, 실제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전문적인 라디오 작가가 써준 글을 읽고 방송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본인 스스로가 직접 써서 멘트로 내뱉는 내용들은 웬만한 글 솜씨가 아니고서는 쉽게 다루기 힘든 부분일 것 같은데, 책을 읽다 보면 세상살이에 대한 눈썰미와 연배에 차오름에 따른 시선들이 확실히 다른 책들과는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자전거 마니아로 알려진 만큼 날씨가 좋으면 방송국 출근길을 자전거로 한다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곳곳에 자동차로 즐기는 풍경과는 다른 길 가운데에서 만나는 벌레의 이야기와 풀, 풍경들이 자세하게 그려지면서 그 안에서 오는 ‘하루’란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담, 작은 비 소리에 느껴지는 온갖 여러 가지 생각들을 포함하고 사랑, 인연, 자신의 일부분이 되어주는 생활용품의 가치에 대한 소중함이 갓 푸른 청춘들이 느끼는 부분들과는 또 다른 인생의 여유로움과 본인 스스로도 치열하게 살아왔던 젊은 청춘 날에 대한 비교를 통해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면을 들여다보는 공감대가 크게 다가온다.
매사에 쫓기듯 살아가는 초시계의 다툼 속에 진정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가족애 대한 생각과 어린 꼬마들의 순진무구한 점을 세밀하게 바라봄으로써 또다시 무뎌져 가는 내 안의 작은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늘은 어제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요, 내일 또한 오늘이 있기에 일어나는 것-
그 흔하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우치고 고맙고 소중하단 생각을 일으키는 김창완이란 저자가 그린 하루의 의미-
지금 현재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곳곳의 추억거리와 어린 시절에 대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책이기에 바쁘게 살아가면서 한순간이라도 지나쳐버릴 수 있는 작은 부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연신 느끼게 해 준다.
노래 말 가사에도 버금가는 구절들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내 안의 나를 바라보게 되는 시간을 갖는 책일 수도 있겠고, 서서히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되는 계절에 읽어도 좋을 책이란 느낌이 든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는 똑같지만 이것에 대한 소중함을 어떻게 알아가고 느끼면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오늘이란 하루는 각자의 몫에 따라 달라지리란 생각을 심어주는 책,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곁에서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