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6년 8월
국내에서 몇 권의 책이 출간이 된 작가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베스트셀러에 드는 작품이다.
제목 자체가 여성의 이름이 들어가면서, 특히 여름이 상징하는 계절에 맞는 이 시기에 출간이 되다 보니 더욱 흥미를 끌 수밖에 없을터~
배경은 1차 세계 대전 발발 직전의 여름,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 바스크 출신인 의사 장 마르크 몽장의 젊은 청춘의 시절을 그린다.
인턴 생활을 마치고 그로 박사 밑에서 일하던 중 카티야 트레빌이란 여성을 만나게 된 마크는 그녀의 신비로운 모습과 당시로서는 엄두도 못 낼 해박한 해부학과 정신의 세계를 다룬 프로이트를 공부한 적이 있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녀의 동생인 폴의 다친 팔을 치료하기 위해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그녀와 가까워지게 된다.
때론 순박한 처녀의 모습으로, 때론 몽환적인 시선처리와 눈빛으로, 시시각각 그녀에게 점차 빠져드는 자신에게 그녀의 쌍둥이 동생인 폴은 결코 누나와 가까이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녀와 폴, 아버지가 살던 파리를 떠나 이 외진 곳에 살게 된 경위는 작은 마을에 돌고 도는 소문 속에 그 진위를 알아가게 되지만, 왜, 폴이 그토록 자신의 누이 곁에 가까이 가지 말 것과 아버지의 눈에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마크에겐 오히려 카티야에 대한 사랑만 깊어지게 할 뿐이다.
가족의 관계란 무엇일까?
서로가 진실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알고 있으되 진심을 숨기고 살아간다면, 그토록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는 쌍둥이들의 슬픈 사연과 더불어서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이야기는 트레빌 가(家)의 비밀과 함께 작가가 그리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특히 카티야란 인물이 그리는 정신세계의 아픔은 독자들로 하여금 흠뻑 빠지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은 카티야가 관심을 두었던 프로이트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듯한, 인간의 정신분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만큼 급박한 스릴이 아닌 인간 심리의 스릴에 초점을 두고 그린 책이기에 각 등장인물들이 생각하는 느낌과 대사, 감정들, 시대적인 상황들을 따라가면서 읽는다면 훨씬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반세기가 지나 다시 찾아온 의사 마크의 회고식으로 그려진 이 책의 배경인 바스크 지역의 독특하고 폐쇄된 역사적인 배경과 더불어 그곳에서 벌어진 축제의 현장을 그린 대목은 인상적이다.
그녀와 함께하지 못했던 25 살의 청년 마크에겐 그 당시의 여름은 결코 잊지 못할 하나의 인생 이야기란 생각이 드는, 아련하고 쓸쓸한 기억으로 남을 추억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