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8월 31일

아우구스투스

아우구스투스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재작년, 우연히도 읽게 된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한 사람의 보통의 일생을 다룬 책이지만 정말로 가슴에 와 닿은 감동, 먹먹한 가슴 울림 속에 너도나도 인생을 관통하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작가 작품 세계는 그만의 필치를 통해서 다른 문학과는 다른 선호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에 새겨놓았다.

 

이번에 신간 출간 소식을 접하고 바로 구매해서 읽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이다.

 

보통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살을 덧붙이고 가상의 인물들이 약간씩 섞여서 당시의 사회상이나 정치적인 정적들, 초대 황제로서 자리에 등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을 소재로 삼는다면 얼마든지 이야기의 창작성은 무한대일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은 흔치 않게 서간문과 구어체로만 쓰인 작품이다.

 

아우1

 

저자 자신이 발표 당시 가장 큰 영광을 얻었던 생전의 작품이기도 하지만(그는 생전에 총 3권의 작품만을 남기고 떠났다.) 무엇보다 무척 차분한 분위기 속에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표현해내는 글의 내용을 통해 아우구스투스 라 불린 자, 초대 황제인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의 생애에 관한 전반적인 인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크게 3부로  그려진 책의 내용인 첫 1부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자신의 조카이자 아우구스투스의 어머니인 아티아에게 쓰는 편지에 옥타비아누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내용을 시작으로 카이사르가 암살당했단 소식을 접한 옥타비아누스의 모습을 그의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이나 수많은 인물들이 서로 바라 본 사실들을 엮은 서간체 형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득문득 옥타비아누스의 행동이나 말들이 언뜻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옥타비아누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카이사를 죽인 암살범들을 처리하는 과정과 악티움 해전에서의 안토니우스와의 싸움, 그리고 원로원에서 인정하는 지위를 승낙하고 누리기까지의 일들이 두서없이 한 사람의 시선을 쫓아서 내용을 훏는 것과 동시에 곧이어 다른 사람들이 바라 본 당시의 정세와 옥타비아누스의 행동들이 보인다.

 

2부에서는 옥타비아누스의 딸인 율리아의 일기 형식을 통해서 그녀와 그녀 자신의 결혼생활, 그리고 아버지인 아우구스투스로부터 간통이란 죄목으로 로마에서 추방당하기까지의 일들이 어린 시절부터 회상하는 식으로 엮여 있다.

자신을 작은 로마 라 부르며 비록 엄마와는 이혼을 하고 리비아란 여인과 재혼을 했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여인으로서의 의무감, 책임감을 결코 거부할 수 없었던 율리아의 망나니 같던 생활들이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한 인간으로서의 정치와 권력에 갇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서의 누릴 온갖 탐욕에 깃들었던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는, 그러면서 끝내 아버지로부터 추방당한다는 통고를 받는 당시의 심정들이 보인다.

 

3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동안 1. 2부에서 등장했던 사람들과의 관계와 함께 76세란 노구의 힘으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겪었던 인생을 관통하는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는 형식의 편지 형식이 보인다.

 

초대 황제로서 정치인으로서의 삶과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자신이 내세운 법에 따라 딸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방을 해야 했던, 한 사람의 아픈 심정을 드러낸 글들이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었던 한 권력자의 모습 속에 간직된 외로움과 로마란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행해왔던 모든 일들의 정책이 자신의 뜻대로 후계자 계획에 차질을 빚는 일들까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이라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것과 동시에 단 하나의 혈육인 딸의 배신과 그릇된 행동이라도 아버지의 입장에서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살릴 수밖에 없었던 회한의 사적인 가장으로서의 고민들이 쓸쓸한 모습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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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결국 자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히 겪는  친구와의 이별, 배신과 피가 낭자한 정치계의 세계 속에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과 차후 로마 제국에 대한 걱정을 쉼 없이 했었던 그의  인생을 엿볼 수가 있었으며,  그도 역시 우리네와 별다른 바 없었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같은 고민과 행복, 불행, 그리고 노구를 이끌고 머지않아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세상을  관조하는 자세를 통해 많은 감동을 안겨 준다.

 

저자가 그리는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투영은 어떤 거대한 산으로도 비쳐 그릴 수도 있었겠으나 이것을 배제한 채 그린,  아우구스투스란 명칭도 떼어놓고 본다면 결국 그도 우리와 같은 삶을 살다 간 사람이란 동질성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 사족을 붙이자면 이 작가의 작품인 ‘스토너’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다른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묵직한 인생을 관통하는 보통 사람의 생애를 표현한 작품의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는 작품이기에 추천한다.